-친환경차 늘어날수록 일자리 감소 또는 이동
-일자리 이전되는 점도 주목해야
지난 11일 미국과 중국에서 매우 상반된 일이 하나 벌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기차를 구매할 때 지원되는 7,500달러의 세액 감면을 없애자고 의회에 제안했다. 물론 어떤 기업이든 전기차 판매가 누적 20만대에 달했을 경우로 한정했지만 이를 통해 25억 달러를 절감할 수 있다는 게 이유였다.
그러자 미국 완성차회사들이 반대에 나섰다. 특히 이미 누적 20만대를 달성한 GM과 올해부터 세금 감면액이 7,500달러에서 3,500달러로 줄어든 테슬라는 세액 감면 축소가 전기차 판매 부진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감면 축소도 모자라 오바마 정부 때 시작된 친환경차 개발 및 생산 촉진을 위한 에너지 론(Loan)도 없애는 방안을 강구중이다. 이른바 개발비 지원을 못하겠다는 게 핵심이다. 확대하면 내연기관 시대로 되돌아가겠다는 선언이나 다름이 없다.
반면 중국은 지난 2월 전체 자동차 판매가 전년 대비 13.7% 줄었지만 전기차는 54% 증가해 대조를 이뤘다. 이런 흐름을 감안해 아우디는 올 가을 중국 전용 소형 SUV에 전기모터를 탑재키로 했고, 혼다 또한 2020년에 전용 BEV를 내놓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폭스바겐 또한 전기차 전략의 핵심 시장은 중국이다.
이처럼 두 나라의 행보를 주시하는 곳은 당연히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이다. 양국의 완성차 시장 규모가 무려 4,400만대로 연간 판매되는 글로벌 자동차 전체의 절반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그러니 두 나라의 정책이 자동차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절대적이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라면 미국에선 내연기관 판매에 집중하고 중국에선 친환경차 확장에 나서야 한다. 하지만 강력한 규제를 앞세워 시장을 선도하려는 유럽도 만만치 않다. 초강력 탄소 규제를 앞세워 전동화가 아니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메시지를 제조사에게 던지는 중이다. 폭스바겐그룹이 2025년 마지막 내연기관의 생산을 예고한 것도 유럽 내 탄소 규제와 무관치 않다. 현재의 내연기관 기술로는 더 이상 배출 규제를 충족할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주요 시장의 트렌드 변화에 가장 민감한 곳은 한국이다. 완성차의 경우 대외 수출 의존도가 절대적인 만큼 미국에선 내연기관 중심의 제품을 확대하고, 유럽은 PHEV로 대응하며, 중국은 BEV로 맞설 수밖에 없어서다.
여기서 관건은 미국, 중국, 유럽 시장에 대응하는 생산이다.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끝없이 현지 생산 확대를 요구하는 중이며 중국 또한 친환경차 보조금을 통해 현지 생산을 독려하고 있다. 그나마 유럽의 숨통이 조금 트여 있지만 강력한 탄소배출 규제는 내연기관 판매를 위축시킬 가능성이 높다. 결국 PHEV나 BEV 또는 FCV를 늘리라는 요구인 셈이다. 이들 시장을 대체하는 신흥국이 있지만 개발도상국 또한 심각한 대기오염으로 급격하게 친환경으로 돌아서고 있다. 내연기관의 설 자리가 점차 줄어든다는 의미다. 그리고 이런 현상은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정부가 보조금 등을 통해 친환경차 생산과 판매를 독려하니 말이다.
그렇다면 트럼프 정부가 내세우는 '내연기관 시대의 회귀'가 이뤄질 수 있느냐가 관심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제 아무리 트럼프라도 이미 친환경으로 돌아선 흐름은 막을 수 없다고 전망한다. 잠시 흐르는 물을 가둘 수는 있지만 넘치는 것은 시간문제임을 트럼프 대통령 또한 잘 알고 있다는 것이다. 어차피 목적은 선거 때 표를 얻어 대통령직을 유지하는 것이고, 표를 위해서라면 오염이 심각해져도 내연기관을 쓰자는 것이어서 설득력이 약하다는 것도 모를 리 없다.
여기서 미래의 고민이 명확해진다. 내연기관을 만들어도 수출할 곳이 줄어든다는 점이다. 폭스바겐그룹이 전동화 비중을 높이고, 현대차와 토요타가 수소전기차를 내세우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내연기관의 설 자리가 점점 좁아지고 있으니 다양한 친환경 동력원으로 글로벌 시장에 대응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친환경 전환은 자연스럽게 일자리를 줄이기 마련이다. 친환경일수록 필요 부품이 적어 공정 단계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그러자 국내 완성차 노조가 일자리 고수 방안을 찾기에 나섰다는 소식이 들렸다.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일자리 지속이라기보다 노조의 규모 유지 방안에 보다 가깝다. 친환경차로 돌아설수록 일자리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으니 이를 원천 차단하겠다는 의지다. 그렇다고 노조 규모 유지를 위해 내연기관을 일부러 많이 만들 수도 없는 노릇이다. 팔 곳도 없거니와 깨끗하지 못한 공기를 마시고 살자는 데 동의할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편으로 보면 큰 기업의 일자리 감소는 작은 기업의 일자리 증가로 연결될 수도 있다. 전기차 등은 개발이 어렵지 않아 시장 참여가 쉽기 때문이다. 친환경 과정에서 일자리가 감소할 수 있지만 신생 기업 등으로 이전되는 것도 있음을 바라봐야 한다는 의미다.
권용주 기자 soo4195@autotimes.co.kr
출처-오토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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