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외국 자동차 회사들의 첨단 친환경차 기술을 중국 업체로 이전하도록 정책적으로 강요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7일 보도했다.
중국 공업정보화부(MIIT)가 최근 작성한 신에너지차 진흥 10개년 계획의 초안을 접한 4개 외국 자동차 회사 경영진에 따르면, 이 계획은 외국 업체가 중국 기업과의 합작회사를 통해서만 중국 내에서 전기차ㆍ하이브리드차 등의 핵심 부품을 생산할 수 있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특히 합작회사에서 외국업체의 지분을 49%로 제한해 경영권을 중국 회사가 갖도록 함으로써 첨단 리튬이온 배터리, 대마력 전기모터, 전기차 제어 기술 등 관련 핵심 기술이 중국 회사로 유출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중국은 이미 세계 최대의 자동차 시장으로 향후 전기차 등 친환경차의 주요 시장이 될 것이 확실시되는 데다 관세와 운송 비용 등을 감안하면 해외 생산 차의 수입 판매는 경제성이 없어 중국 현지 생산이 불가피하다.
그러나 이 정책이 현실화되면 "중국 파트너가 합작회사의 다수 지분을 갖고 있으므로 해당 기술을 소유하게 될 가능성이 뚜렷이 존재한다"고 한 중국 내 외국 자동차 회사 경영진은 지적했다.
다른 외국 자동차 회사의 고위 경영진은 "중국이 완력을 써서 외국 자동차 회사들에게 중국 시장 접근권의 대가로 배터리, 전기모터 등의 기술을 포기하도록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분개했다고 WSJ는 전했다.
실제로 도요타 자동차의 경우 지난 3월 하이브리드차 프리우스 최신 모델을 중국에서 출시할 계획이었으나 관련 정책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면서 출시를 연기했다.
이에 대해 중국 정부는 정책이 최종 확정되기 전에 기술이전 조항을 바꾸거나 축소할 수 있다는 입장이나 큰 반대가 없을 경우 빠르면 다음 달부터 해당 정책이 시행될 수 있어 최종 결정 내용이 주목된다.
중국 정부는 친환경차로의 전환을 계기로 중국 자동차산업을 세계 일류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목표 아래, 중국의 3~5개 완성차 제조업체와 2~3개 부품업체를 친환경차 시장에서 국제적 경쟁력을 갖춘 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1천억위안(약 17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2020년까지 중국에서 전기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외부 충전이 가능한 하이브리드차) 500만대가 운행되고 중국 자동차 회사들이 연간 300만대의 하이브리드차 제조 판매 능력을 갖추도록 할 방침이다.
한편 최근 외국 기업들에 대한 중국 정부의 기술 이전 압박이 커지면서 지멘스 AG, 제너럴일렉트릭(GE), 마이크로소프트(MS) 등이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자 원자바오(溫家寶) 총리가 직접 나서 개방적 투자환경을 만들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박진형 기자 jhpark@yna.co.kr
출처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