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결점 품질 새삼 강조..기존 철학ㆍ공정 유지
"좋은 생각이 좋은 품질을 만든다.(Good Thinking, Good Product)"
일본 나고야에서 버스로 50분 거리의 도요타시에 위치한 도요타자동차의 모토마치 공장 곳곳에
서는 이런 내용의 현수막이 눈에 띄었다.
반세기가 지난 1953년부터 도요타의 철학으로 굳어진 이 문구는 최근 대량 리콜 사태로 위기에
봉착한 도요타의 현주소를 새삼 느끼게 했다.
도요타는 2008년 891만대의 글로벌 판매를 기록하면서 세계 최대 자동차 기업으로 우뚝 섰지만,
그 해 말부터 불어닥친 미국발 금융위기와 연이어 터진 대량 리콜 사태의 영향으로 작년 판매량
은 756만대로 급감했다.
작년도(회계기준 2009년 4월~2010년 3월)에 허리띠 졸라매기로 1조 엔가량의 경비를 절감하면
서 2년 만에 적자에서 탈출했지만, 영업이익이 사상 최대였던 2007년도의 10%에 불과할 정도로
리콜의 여파는 여전하다.
▲도요타 모토마치 공장 전경
1959년 설립된 모토마치 공장은 160만㎡ 규모로 12개의 일본 내 도요타 공장 중 두 번째로 크다.
4천100명의 직원이 월 9천100대의 자동차를 생산하고 있다.
한국 시장에서는 볼 수 없는 크라운과 마제스타, 마크X, 에스티마 등 4개 차종이다.
'친환경'을 내세우면서 생산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대폭 줄여 1997년에
는 ISO14001 인증을 받았다.
단순히 좋은 자동차 만들기에 그치지 않고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친환경 공장을 지향하는 모토마
치 공장은 공장 내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해 에너지와 탄소 배출량을 줄이고 주변 지역에서 숲 만
들기 운동도 펼치고 있다.
이 공장 역시 여느 도요타 공장처럼 적기 납품을 의미하는 'Just In Time'을 주요 덕목으로 하고
있었다.
필요한 부품을 그때그때 바로 조달하고 보충하는 방식으로, 재고를 전혀 남기지 않아 부품 납품
업체에도 도움이 된다는 게 도요타 측의 설명이다.
140여 개 부품업체로부터 3천여 개의 부품을 매일 납품받아 가동하고 있다. 직원들은 다른 공장
에서보다 스트레스를 적게 받는다고 한다.
도요타 기업홍보를 담당하는 키노시타 야오이 씨는 3일 "하루 7시간35분 2교대 근무가 철저하게
지켜지고 있다"고 말했다. 부품통 측면에 부착된 작은 종이가 눈길을 끌었다.
각 라인에 배치된 직원들이 필요한 부품을 필요한 양만큼 곧장 쓸 수 있도록 한 것으로, 지시에만
따르면 한 치의 오차도 발생하지 않는다고 한다. 재고를 쌓아놓지 않겠다는 도요타 생산 방식의
하나인 셈이다.
생산라인도 과거에 비해 짧아졌다고 한다. 라인이 길면 작업자가 배치되지 않은 곳이 발생할 수밖
에 없고, 생산량 변동에 유연한 대응이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또 하나 눈길을 끄는 것은 쉴 새 없이 들려오는 차임벨 소리였다. 이는 근무자가 공정 중 조금이라
도 이상이 발견됐을 때 '히모스위치'를 당기면서 나는 소리로, 즉각 라인 가동이 중단되고 책임자
가 현장에서 문제를 해결한다.
키노시타 씨는 "매일 끊임없이 벨 소리가 울린다"며 "고객에게 전달되는 제품에 하나의 오류도 남
기지 않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단 하나의 오류도 그냥 넘어가지 않겠다는 도요타의 정신이 녹아 있는 것이지만, 거꾸로 그만큼
공정 중에 오류가 적지 않다는 의미로도 받아들여졌다.
도요타가 품질 문제에서 전 세계적인 질타를 받는 탓인지 공장 내의 활력은 다소 떨어져 보였다.
도요타 관계자는 "직원들의 사기가 어느 정도 침체한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품질에 대한 자부심
은 여전히 대단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도요타 리콜 사태를 촉발했던 가속페달 문제 등에 대한 결론이 아직 나지 않은 상황에서
도요타 측은 실질적인 품질보다는 그에 대응하는 방식에서 문제를 키웠다는 인식을 어느 정도 갖
고 있는 듯했다.
이 관계자는 대량리콜 사태는 근본적으로 도요타의 품질 문제라기보다는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게
더 큰 원인이 있었다며 기존의 품질철학과 기본 공정은 변함없이 유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도요타는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재도약을 이루기 위해 대외적으로는 품질 부문을 특별히
강조하고 있다.
지난 3월 도요타 아키오 사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글로벌 품질 특별위원회'가 발족해 매년 두 차례
글로벌 공장 계열사 간부들이 모여 품질 문제를 진단하고 해결책을 강구하고 있다.
품질 관련 부서의 인원을 강화하고 각 공장에도 품질 검수 인원을 보강했다는 게 도요타 측의 설명
이다.
이상헌 기자 honeybee@yna.co.kr (도요타)
출처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