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라오에 투자하는 것은 인구 2억2000만 인도차이나반도의 미래에 투자하는 것입니다. "
라오스 최대 민간기업인 코라오그룹의 오세영 회장(46 · 사진)은 16일 라오스 비엔티안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1970년 이후 30년 이상 지속돼온 한국 기업들의 성장 스토리를 코라오를 통해 다시 한번 보여주겠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코라오그룹의 지주회사인 코라오홀딩스가 18~19일 한인 기업 최초로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위해 공모주 청약을 받는다.
오 회장은 한국증시 상장을 준비하며 '왜 하필 한국인가'라는 질문을 가장 많이 받았다고 한다. 상장 준비과정에서 동남아시장에 대해 이해가 깊은 싱가포르나 홍콩 증시도 고려했었다. 하지만 그는 라오스라는 오지에서 한국거래소에 상장할 수 있는 기업이 나왔다는 것을 국내외 동포들에게 알려 희망을 주자는 취지에서 한국을 택했다. '코라오(Kolao)'라는 사명 역시 코리아(Korea)와 라오스(Laos)의 머리글자를 딴 것이다.
오 회장이 외형 1000억원대의 코라오그룹을 일구기까진 우여곡절이 많았다. 1988년 코오롱상사에 입사,베트남 주재원으로 인도차이나반도에 첫발을 디뎠다. 이후 베트남에 유통회사를 차려 승승장구했지만 1996년 베트남 정부가 중고차 수입을 금지,순식간에 사업이 무너졌다.
몇 달을 방황하던 오 회장은 라오스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아냈다. 하루 한 끼 먹으면서 라오스 수도 비엔티안 거리에 신문지를 깔고 앉아 사람들을 관찰했다. 라오스는 700만 인구의 80% 이상이 소규모 농업에 종사해 트럭과 같은 상용차 수요가 많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유통망이 부실하고 관세도 높아 10년 이상 된 일본 중고 트럭이 2만달러에 거래되고 있었다.
오 회장은 곧바로 있는 돈을 털어 한국에서 중고 스포티지 2대를 들여왔다. 그는 "대당 1만5000달러로 가격을 매겼더니 들여오는 대로 팔려나갔다"며 "돈을 좀 모아 AS센터를 차려 사후관리까지 해주자 코라오의 인지도가 급격히 올라갔다"고 설명했다.
1997년 코라오디벨로핑 설립 당시 라오스엔 한국 차가 5대밖에 없었지만 지금까지 코라오가 판매한 한국 차(중고차 포함)는 5만대에 이른다. 코라오디벨로핑은 중고차 · 오토바이 조립 및 유통,신차 유통,자동차 · 오토바이 수리 및 관리(AS) 등 사업을 하고 있으며 작년 매출 7471만달러(약 840억원),영업이익 1183만달러를 올렸다. 작년 라오스 시장점유율은 자동차 40%,오토바이 35%다. 이번에 상장하는 코라오홀딩스는 코라오디벨로핑의 지분 100%를 보유한 지주회사다.
오 회장이 보는 라오스는 여전히 '기회의 땅'이다. 라오스의 작년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942달러로 내년 1000달러 돌파가 유력시된다. 1인당 소득이 1000달러가 넘는 것을 기점으로 자동차 수요가 급격하게 늘 것이란 전망이다. 또 라오스가 주변국에 비해 정치적으로 안정된 것도 강점으로 꼽았다.
"2002년 한 · 일 월드컵 기간 내내 라오스 종합경기장에 한국인은 물론 라오스인까지 1만명을 초청해 파티를 열었습니다. 30만달러나 들었지만 전혀 아깝지 않았습니다. 20년 정도 외국생활을 해 본 한국인이면 누구나 금의환향하고 싶은 심정을 이해할 것입니다. "
비엔티안(라오스)=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
출처 - 한국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