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카 일본 후쿠오카=하영선 기자] 우리나라 소비자들은 실용적인 ‘작은 차’ 보다는 일단 덩치가 ‘큰 차’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는 지적이다. 그래서 모닝이나 마티즈 등 경차에 비해 쏘나타나 K5, SM5 등 중형급 차량이
더 잘 팔린다.
일본 시장에서는 우리와는 반대다. 일본 도로에서 다니는 승용차의 50% 정도는 경소형차나 해치백, 박스카 등
실용적인 차량이 대부분이다. 이는 차량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이나 제조사들이 추구하는 철학이 복잡하게 얽혀
시장에서 그대로 반영된 때문이라는 게 기자의 판단이다.
최근들어 우리나라의 자동차 트렌드도 급격히 바뀌고 있다. 남의 눈을 의식하기 보다는 실용성을 감안한 소형
차나 해치백, 박스카 등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라 하겠다.
▲ 韓日 박스카의 대표 모델 ‘기아 쏘울’vs. ‘닛산 큐브’, ‘도요타 bB’
기자는 지난해 10월 말 우리나라 박스카의 대표 모델인 쏘울을 일본 현지에서 닛산 큐브와 도요타 bB를 비교
시승했다. 시승은 일본 시모노세키에서 출발, 후쿠오카와 규슈 일대 400km 거리를 달렸다.
쏘울을 처음 본 일본 현지인들은 일단 놀랍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일본의 박스카 대표 모델인 큐브나 bB의
디자인보다는 쏘울의 세련되면서도 다이내믹함에 높은 점수를 줬다.
실용적이면서도 큐브나 bB보다 여유로운 공감이 돋보인다는 얘기다. 센터페시아를 비롯한 실내 인테리어도
쏘울이 훨씬 개성적이며, 고급 편의사양이 대거 적용된 건 눈에 띈다. 단지 실용성만을 강조한 큐브나 bB와는
달리 화려함과 스포티한 디자인은 쏘울의 강점이기도 하다.
▲ 실용적인 주행성능 갖춘 쏘울 vs. 순발 가속성 뛰어난 큐브 vs. 안락한 승차감의 bB
일본 도로의 특징은 한국에 비해 폭이 훨씬 좁다. 유럽스타일에 가깝다. 여기에 우리와는 반대로 우핸들을 기본
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주행중 한동안은 적잖게 신경을 곤두세우게 된다.
1998년 첫 출시이후 3세대 모델 체인지를 거친 큐브는 박스카(Box Car)라는 새로운 세그먼트를 제시하며 폭박
적인 인기를 얻은 닛산의 아이콘이다. 큐브는 최고출력이 122마력으로 순발가속성이 뛰어났다. 툭 치고 달리는
맛은 박스카라기 보다는 세단 수준이다.
도요타 bB는 최고출력이 110마력, 최대토크는 14.6kg.m로 4단 자동변속기를 탑재했다. 시승중 험중한 산악도로
인 이누다카케 산을 넘을 때는 다소 힘에 부친 모습이다. 그러나 일반 평지에서는 도요타 브랜드의 강점인 정숙성
과 안락한 승차감이 돋보인다.
시승차 쏘울은 배기량 1.6리터급으로 최고출력이 124마력, 최대토크는 15.9kg.m를 발휘한다. 여기에 연비는
15.9km를 달려 경제성도 뛰어나다. 시승 구간 내내 주행성은 경쟁모델에 비해 부족함이 없다는 판단이다. 시속
90km 이상에서의 주행에서는 풍절음이 비교적 높다. 큐브나 bB의 서스펜션은 하드한 편이지만, 쏘울은 훨씬
소프트하다.
▲ 박스카 쏘울의 경쟁력은...
일본 현지에서 비교 시승을 통해 살펴본 기아차 쏘울은 디자인 측면에서 큐브나 bB에 비해 앞선다는 현지인들의
평가가 많았다. 여기에 성능면에서도 큰 흠없이 대동소이하다는 판단이다.
사실 우리나라는 지난 2001년 현대차가 일본 시장에 진출한 이후 1만5000대를 판매한 후 8년만에 철수한 쓰라린
경험을 갖고 있다. 이른바 ‘큰 차’로 불리는 쏘나타나 그랜저, 에쿠스 등을 투입했지만, 일본에서는 통하지 않았다.
시장 상황을 정확히 판단치 못한 상품기획력 부재라는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박스카 쏘울에 대한 희망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다. 경쟁력을 갖춘 성능에 세련된 디자인,
특히 실용성을 강조한 차량이라는 점에서 쏘울의 기대감은 적지않다.
하영선 기자 < ysha@dailycar.co.kr >
출처 - 데일리카
0/200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