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형 그랜저(HG)를 보면 마음이 달라지실 겁니다.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현대차 국내영업본부 특판팀 직원들은 최근 임원용 차량을 구매하려는 대기업 총무담당자들을 설득하느라 바쁘다.
신형 그랜저는 오는 13일 출시를 앞두고 있어 구매가 급한 회사에서는 그랜저 대신 'K7' 이나 '알페온' 등 다른 차를
사려고 하기 때문이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과 LG, SK그룹 등 주요 대기업의 임원인사가 마무리 되면서 임원용 관용차 시장도 달아
오르고 있다. 특히 올해는 그동안 준대형차가 없어 시장에 뛰어들지 못했던 GM대우가 알페온을 내놓고 판매에 사활
을 걸고 있고 현대차도 출시를 앞둔 신형 그랜저로 역전승을 다짐하고 있다.
지난달 사상 최대 규모인 409명의 임원 승진 인사를 단행한 삼성그룹의 경우 현재까지 쌍용차 체어맨 80여대, GM대
우 알페온 40여대를 구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은 임원들이 구매 가능한 차급의 홍보 브로슈어 등을 살핀 후 차량
을 직접 고른다.
쌍용차는 작년에도 삼성 임원용차로 70여대 안팎의 체어맨을 공급했다. 여세를 몰아 올해도 100여대 이상을 판매한다
는 목표를 세웠다. 체어맨은 오랫동안 쌓아온 프리미엄 이미지에 국내 대형세단으로는 처음 4륜구동 시스템을 장착,
안전성을 높였다.
알페온으로 처녀 출전한 GM대우는 삼성 외에도 SK, STX, KT 등에 30여대를 판매했다. GM대우 직판팀 관계자는
"알페온을 시승해본 임원들이 정숙성과 파워에 만족감을 느껴 갈수록 판매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GM대우는 기업
외에도 주한미군과 군 장성 등 관용차 시장도 적극 공략하고 있다.
하지만 상당수의 대기업 임원들은 현대차 신형 그랜저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따끈따끈한 신차에다 동급에서
가장 높은 출력과 토크를 갖추고 있고 어드밴스드 스마트크루즈컨트롤(ASCC) 등 첨단 사양도 대거 탑재될 예정이어
서 만족도가 높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임원용차도 직급별로 달라…회사별 개성도 톡톡
임원용차의 수준은 직급별로 다르다. 삼성그룹은 상무급이 현대 그랜저, 기아 K7·오피러스, 르노삼성 SM7, 쌍용차
체어맨H 500S 등 배기량 3000cc미만(4000만원 이내)차를 고를 수 있다. 검찰에서는 검사장급, 정부에서는 차관급이
타는 차 수준이다. 단 상무는 별도의 전용기사는 없다.
작년의 경우 삼성 신임 임원들이 가장 많이 택한 차는 오피러스였다. 전체 신임 임원 220명 중 124명이 오피러스를
택했다. 오피러스는 기아차에서 가장 고급모델이면서도 배기량 3000cc미만(2700cc) 트림이 있고 다양한 편의사양이
탑재돼 인기가 많다는 후문이다.
전무급은 현대차 제네시스 등 배기량 4000cc 미만 차를 탈 수 있고 부사장급은 4000cc이상의 에쿠스나 체어맨W를 탈
수 있다. 단 사장은 배기량 제한이 없어 렉서스 등 수입 대형세단을 타는 경우도 있다.
LG그룹은 임원들이 별도로 차량을 고르는 과정 없이 일괄적으로 구매한다. 상무급은 그랜저, 전무급은 제네시스, 부
사장 이상은 에쿠스로 차종이 정해져 있다. SK그룹도 임원간 차량등급은 비슷한 수준이지만 계열사가 수입차 유통
사업을 하는 탓에 인피니티와 재규어 등 수입차 구매가 가능하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 때문에 SK임원들은 인피니티
구매비율이 높다.
그렇다면 자동차를 만드는 현대차그룹은 어떨까? 예상대로 현대·기아차를 탄다. 현대차그룹은 부사장부터 차량이 나
오는데 현대차 부사장은 제네시스, 기아차 부사장은 오피러스를 이용한다. 단 기아차의 경우 오피러스 위급의 차종이
없는 만큼 부회장도 오피러스를 이용한다.
김보형 기자
출처 -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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