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 새 시급은 20~30%떨어졌지만 작년 말부터는 일자리를 잃는 사람이 조금은 줄었습니다. 덕분에 이렇게
쇼핑도 할 수 있고요."
9일(현지시간) 디트로이트 인근 대형 쇼핑몰인 '그레이트 레이크스 크로싱(Great Lakes Crossing)'에서 만난 식당
종업원 마가렛씨는 최근 디트로이트의 경기 상황을 이같이 말했다. 현지시간으로 일요일 오후 나이키와 캘빈클라인
등 각 브랜드 점포에는 가족, 연인과 함께 나온 쇼핑객들이 가득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손에 1~2개 이상의 쇼핑봉
투를 들고 돌아다녔다.
마가렛 씨는 "2009년에는 주위 사람들 중 3명 중 1명꼴로 실업자 신세였고 식당이나 아웃렛에도 사람이 거의 없었다"
며 "작년 하반기부터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 것 같다"고 경기 상황을 설명했다. 그녀 역시 5살짜리 딸의 손을 잡고 아동
복 매장에서 두툼한 쇼핑봉투를 들고 나오는 길이었다.
GM과, 포드 크라이슬러 등 '빅3'의 본사와 800개 이상의 글로벌 부품업체들이 위치한 미국 자동차산업의 메카인 디트
로이트가 자동차 경기 회복세와 함께 기지개를 펴고 있다. 미국 노동통계국(BLS)에 따르면 2007년 14.1%에서, 2008년
16.1%, 2009년 25%까지 치솟았던 디트로이트의 실업률도 작년 말에는 22%로 여전히 높지만 일단 상승세는 꺾인 상황
이다.
이 같은 부활의 조짐은 역시 자동차 산업의 회복세 덕분이다. 연간 1600만대의 신차가 판매되던 미국시장은 2009년
1000만대로 37%나 판매가 급감했고 완성차 업계와 부품업계는 너나 할 것 없이 생존을 위한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하지만 작년 신차 판매가 2009년 보다 10% 이상 상승한 1160만대 수준으로 회복되면서 경기가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디트로이트 근교 노바이(Novi) 지역에서 세탁소를 운영하는 교포 A씨도 "디트로이트 시내에 비해 중산층 거주자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지난해에는 하루에 와이셔츠 1~2벌 정도만 들어오곤 했다"면서 "최근엔 코트와 가죽제품 등 고가
의 자켓 류를 맡기러 오는 손님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오바마 정부도 자동차산업 부활에 팔을 걷어 붙였다. 특히 GM 시보레 '볼트'로 대표되는 전기차를 통해 일본과 한국
업체에 뒤쳐진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소형차 등 친환경차 산업에서 반전을 꾀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 7월 미시간주 홀랜드시에서 열린 LG화학 배터리공장 기공식에 참석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현직
미국 대통령이 외국기업의 공장 준공식에 참석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그만큼 미 정부가 자동차산업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GM이 100여 년간 제작한 차들을 전시한 GM해리티지 센터에도 시보레 볼트가 전시장 한 가운데를 장식하고 있었고,
차 옆에는 오바마 대통령이 볼트 전기차 생산 공장을 방문해 직원들과 찍은 기념사진을 자랑스럽게 전시해 놨다.
GM해리티지 센터 직원인 페기 씨는 "볼트는 기존 전기차의 단점인 주행능력을 보완한 새로운 친환경차"라며 "이 차가
GM과 미국 자동차 산업의 부활을 알릴 것"이라고 말했다.
미시건 주정부 역시 전기차 배터리 개발 프로젝트에 14억 달러의 경기부양자금을 지원키로 하는 등 전기차 관련 산업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한종백 디트로이트 코리아비지니스센터장은 "오바마 정부가 자동차 산업을 제조업의 근간으로 보고 있는 만큼 전기차
등 어떤 방식으로든 미국 자동차 산업을 살려내려고 할 것"이라며 "현지 업체는 물론 기술력이 있는 국내 부품사에도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집값 등 부동산 경기가 여전히 고점대비 40% 가까이 하락해있고 금융권이 여전히 자동차 부품업체에 신규대출을
꺼리고 있는 점 등은 아직 디트로이트의 부활을 말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머니투데이 디트로이트(미국)=김보형 기자
출처 -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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