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만하면 차를 가지고 다니려고 합니다. 본전을 빨리 뽑아야 하거든요.”
“시동을 뭐 하러 꺼요. 그래봤자 얼마 하지도 않는데….”
유류비 상승으로 운전자들의 부담이 커진 요즘, 오히려 차량을 더 운행해야 즐거운 사람들이 있다. 승용차를 CNG
(Compressed Natural Gas)용으로 개조한 운전자다. CNG는 압축천연가스를 이르는 말로 서울시내버스 상당수가
이 연료로 운행한다. 휘발유의 3분의 1의 가격이 가장 큰 장점이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재 CNG 가격은 1루베(가스의 부피를 나타내는 단위, 가로 세로 높이 1m의 부피를 나타내며
옳은 표현은 N㎥다. N은 노멀을 뜻하는 말로 15도씨 1기압 상태를 뜻한다.)당 770원 정도다. 심지어 이 가격의 절반
에 공급하는 충전소도 있다. 강서구 마곡동 서남충전소는 인뇨나 쓰레기에서 발생하는 메탄가스를 이용해 1루베당
430원대에 공급한다. 국산 원료를 사용하는 국내 유일의 CNG충전소다.
많은 운전자가 궁금해 하는 점이 불법 여부다. 현재 승용차의 CNG 개조는 불법이 아니다. 지난해 행당동 CNG 버스
폭발사고 이후 일반인의 승용차 CNG 개조를 막자는 움직임이 국회에서 논의됐으나 안전 점검을 강화하는 선에서
일단락 됐다.
대신 국토부가 가스안전공사(완성검사)와 교통안전관리공단(구조변경 승인)과 함께 개조차량에 대한 불법 구조변경
을 했는지 감시한다. 국토부 자동차정책과 관계자는 “각 정비사업소별 안전성 강화에 대한 감시와 홍보를 통해 CNG
개조차량에 대한 관리를 하고 있다”면서 “불법 구조변경이 아니라면 CNG용 차량으로 개조하는 행위를 막을 근거는
없다”고 말했다.
◆포기할 점도 있지만 연료절감 '월등'
경기도 하남시에서 서울 종로로 출퇴근하는 직장인 안정준(38·가명) 씨는 CNG 예찬론자다. 직접 관련 카페를 운영
하며 회원들과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 그의 일과 중 하나다.
그의 차량은 그랜저XG. 500만원을 들여 CNG로 개조했다. 개조 전까지 하루 평균 1만5000원의 유류비가 들었지만
개조 이후에는 5000원이면 충분하다. 왕복 3400원을 내고 만원 대중교통에서 시달리는 것에 비하면 충분히 가치 있
는 선택이라는 것이다.
“가득 채워봐야 겨우 1만6000~1만7000원 정도밖에 들지 않습니다. 지방 출장을 갈 때면 가스비가 톨게이트 비용보다
적게 드는 경우도 있어 국도 이용을 선호하는 편이죠.”
그는 개조비용을 뽑기 위해서라도 부지런히 차량을 움직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개조비용과 절감한 유류비용이 같아
지는 거리는 약 4만km다. 지난 1년간 그는 이 거리를 거의 맞췄다. 1년 만에 손익분기점에 이르렀다는 계산이다.
버스 폭발사고 이후 불거진 안전성 문제에 대한 생각은 어떨까? 안씨는 안전성 면에서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
이다. 정부에서 개조행위를 막지 않는다는 것은 이미 안전성에 대해 일정부분 보증하고 있다는 논리다. 안씨는 “CNG
는 LPG와 비슷한 조건이고 상당히 안전한 편”이라며 “이미 선진국에서 보급이 확산되는 등 안전성이 상당히 입증됐다”
고 자신 있게 말했다.
그렇지만 안씨는 휘발유 차량과 차이점은 분명히 존재한다고 설명한다. 가끔 불완전연소가 생기기도 하고 힘이 약한
것이 흠이라는 것. CNG 차량으로 개조하려면 자동차에 대한 반응을 잘 체크하고 자동차의 원리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는 게 그의 충고다. 또 개조 후 판매사의 A/S나 엔진기관의 리콜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점도 뛰어난 연비를 위해 포기해
야 하는 부분이다.
◆충전소 확보가 최우선 과제
서소문 서울시청 별관2동 옆,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CNG충전소에서 만난 20년 경력의 택시기사 김준호(58·가명) 씨는
웬만하면 시동을 끄지 않는다. 가스비에 대한 부담이 크지 않아서다. 기자와 이야기하는 10여분 동안에도 그의 차는
여전히 연기를 내뿜고 있었다.
그의 회사인 S교통의 전체 운행 차량은 모두 80여대. 이중 50대가 CNG로 운영되는 차량이다.
그는 운전경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CNG차량을 기피한다고 토로한다. 충전소를 찾느라 손님을 놓치는 경우가 빈번하다
는 것이 이유다.
일반 승용차를 CNG 차량으로 개조하기 위해서 반드시 챙겨봐야 할 것이 있다. 충전소의 위치다. 현재 전국적으로 CNG
전소는 50여개에 불과하다. 따라서 집 근처나 출근길에 충전소가 있어야 원활한 원료 수급이 가능하다.
CNG 충전소가 가까이 있다고 해서 승용차의 충전이 모두 가능한 것은 아니다. 일부 충전소에서는 승용차의 충전을 불허
하고 있다. 이유는 많은 CNG충전소가 대중교통인 버스의 충전 인프라로 구축을 위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설령 충전이
가능하더라도 버스가 몰리는 시간은 피해야 한다. 버스가 회차하는 밤이나 자정 무렵은 특히 충전이 어렵다.
광신기계공업 소속 주유원인 신용선(53) 씨는 “CNG충전소가 지역주민의 기피시설물이라 서울시가 안전성 홍보차원에서
청사 내에 운영하고 있다”면서 “압축기 한대당 가격이 5억원이나 하기 때문에 승용차의 충전은 오전 11시부터 밤 10시까
지 제한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결제 방법도 제각각이다. 대부분 현금만 고집하지만 서울시청 내 충전소는 오로지 카드 결제만 가능하다. 충전소가 있다
하더라도 반드시 결제방식과 충전시간을 확인해야 하는 이유다.
충전소와 거리가 멀다면 CNG 개조는 고려해선 안 된다.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질 수 있어서다. 안씨가 추천하는 적정 충전
소 거리는 외곽도로 10km 이내, 도심 5km 이내다. 수시로 다니는 동선에 충전소 위치를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 전국
충전소현황이 이들의 필수 아이템이다.
◆개조업체 선택 고려해야
개조업체 선택도 중요한 과정이다. 수년 동안 개조 정비업체가 우후죽순으로 생기면서 가격경쟁이 붙었다. 하지만 가격
이 싸다고 덜컥 계약을 했다가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차량 크기, 키트와 탱크 타입에 따라 개조비용에 차이가 있다.
중형차 기준 400만원대가 적정 가격이다.
계약을 하기 전 먼저 개조 허가를 받았는지 확인하는 것은 필수다. 잘못하면 불법개조차량 운전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충전소와 계약을 맺고 회원제로 운영하는 곳도 있으니 확인 후 개조를 맡기는 것도 방법이다.
CNG 개조를 주도하고 있는 곳은 엔지브이아이와 맑은서울자동차다. 엔지브이아이는 현대버스, 대우버스, 타타대우 등
상용차업계에 천연가스용 차량부품을 납품할 정도로 규모가 크다. 맑은서울자동차는 승용차와 개인택시의 개조를 도맡
아 했다. 수도권 충전카드를 발급해 CNG충전소를 회원사로 두고 운영 중이다.
CNG 개조 시 따져봐야 할 점은?
1. 동선에서 가까운 충전소가 있는지 여부
2. 믿을 만한 개조업체 선택
3. 차량 이용 빈도수가 높을수록 유리
4. 자동차에 대한 이해력
5. 비싼 차 개조가 이득
지영호 기자
출처 -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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