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로 사고를 일으킨 자동차
퀴뇨의 세 바퀴 증기 자동차는 간단한 목조 수레로서, 두 개의 뒷바퀴와 한 개의 앞바퀴를 가진 차인데, 방향을
트는 앞바퀴 앞쪽에 증기의 힘을 만들어 내는 보일러가 달려 있다.
밑에는 석탄을 땔 수 있는 아궁이가, 위쪽에는 물을 끓여 증기압을 얻을 수 있는 솥으로 된 대형 구리 보일러를
설치했고, 파이프 모양의 실린더 두 개가 밖에 붙어 있는 외연기관이다.
두 개의 실린더 속에는 피스턴이 각각 들어 있는데, 보일러의 고압 증기가 파이프를 통해 두 개의 실린더 속으로
교대로 들어가 피스턴을 상하로 왕복 운동시키는 원리로 만들어졌다. 이 피스턴의 운동을 두 개의 크랭크로
앞바퀴 양쪽에 달려 있는 기어에 연결해 바퀴를 회전시켜 앞으로 달리도록 만들었다.
말하자면 옛날 우리가 타던 석탄 기차의 증기엔진과 같은 원리인데, 이 최초의 자동차는 또한 세계최초로 앞바퀴
굴림 차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 자동차는 불행하게도 후진을 할 수 없는 차였다. 무게가 5톤이나 나가는 이 차는
뒷바퀴의 직경이 2m이고 앞바퀴를 눌러 멈추게 하는 주걱식 레버브레이크가 달려 있고, 4..5톤짜리 대포를 끌고
갈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완성된 퀴뇨대위의 자동차를 본 육군대신 스와슬공작은 전장에서 과연 쓸모가 있는지를 시험해 볼 것을 참모들과
퀴뇨에게 지시했다.
퀴뇨는 곧 파리 시내 자신의 공작실에서 차를 끌어내어 파리 교외에 있는 방생 숲까지 시운전을 나섰다. 역사적
순간을 맞은 퀴뇨의 세 바퀴 증기 엔진 자동차는 보일러에서 검은 연기와 흰 증기를 내뿜으며 퀴뇨 자신이 직접
운전대에 앉아 몰고 갔다.
시속 3.5km의 사람 걸음속도였지만 가축이나 사람이 끌지 않는데도 제 스스로 굴러가는 괴물 수레를 보고 어떤
행인은 기절초풍을 하고 놀라 달아나는가 하면 이를 본 대다수의 시민들은 흥분의 도가니 속으로 빠져 들었다.
7km정도의 거리를 굴러가는데 보일러가 작아 15분만 가면 물이 없어져 다시 물을 채워야 하는 번거로운 증기
자동차였다.
잘 굴러가던 자동차는 숲을 거의 다 와 어느 네 가리에서 증기엔진이 달려있는 앞바퀴가 너무 무겁고 브레이크
작동이 잘 되지 않아 커브를 때맞추어 틀지 못하는 바람에 그만 길가 담벼락을 들이박고 증기와 불을 토하며
넘어져 버렸다.
따라가던 군인들과 시민들은 혼비백산해 달아났고, 시운전은 즉시 중단되었다. 이것이 세계 최초의 자동차
사고였다. 자동차는 탄생되면서 숙명적으로 사고를 함께 동반했던 셈이다.
출처 -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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