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셀 앞세운 '역사적' 美상륙, 행사도 언급도 없이 지나쳐
현대자동차가 자동차 본고장 미국 시장에 진출한 지 지난 20일로 25주년이 됐다.
1986년 소형차 '엑셀(Excel)'을 앞세워 미 대륙에 상륙한 지 사반세기가 흘러간 것이다.
현대차의 미국 시장 진출사(史)는 그 어떤 자동차 메이커들보다 영광과 좌절이 교차했던, 짧지만
파란만장한 역사였다.
미국 진출 첫 해 현대차는 엑셀 만으로 16만8천대가 넘는 판매대수를 기록했고 이듬해에는 26만3천여대를 팔아
'엑셀신화'를 만들어냈다.
신화는 오래가지 않았다.
품질과 서비스가 뒷받침되지 않은 판매 증가는 '싸구려 차'라는 이미지만 확산시켰고, 이후 판매는 감소세를
면치 못했다.
1989년 캐나다 몬트리올에 건설한 쏘나타 공장은 6년 만인 1995년 철수했고, 1998년에는 총 9만1천217대를
팔아 사상 처음으로 10만대 밑으로 곤두박질쳤다.
품질을 최우선하는 경영방식이 서서히 자리잡기 시작했지만 미국 소비자들의 인식 전환은 단기간에 가능한
일이 아니었다.
1999년, 2000년, 2001년 3년 연속으로 10만대, 20만대, 30만대의 벽을 넘었고, 2003년에 40만대를 넘어서며
양적으로는 팽창일로를 걸었다.
판매대수는 점점 늘어났지만 싸구려 이미지는 고객들의 뇌리에서 쉽게 지워지지 않았다.
현대차는 그러나 뚝심있게 품질경영을 밀어붙였다.
2002년 현대차가 보증기간을 10년, 10만마일로 늘렸을때 사람들은 처음에 현대차가 저조한 판매실적 때문에
극약처방을 한다고 생각했지만, 영리한 소비자들은 이런 조치가 자신감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것을 금방 알아차렸다.
2005년 앨라배마주(州)에 첫 완성차 공장을 세운 것이 당시로선 하나의 분기점이 됐다.
자동차 개발부터 생산, 판매, 사후관리에 이르기까지 자동차의 라이프 사이클 전 부문을 현지화하는 본격적인
'메이드 인 유에스에이(USA)' 시대를 연 것이 질적 성장의 밑거름이 된 것이다.
현대차는 작년 한 해 미국 시장 점유율이 사상 최고치인 4.9%를 기록했고 연간 판매량은 50만대를 돌파했다.
중고차 평가 전문기관 켈리블루북(Kelley Blue Book)이 조사한 작년 1분기 브랜드지수(ABI)에서는 37개 메이커
중 6위에 올랐고, 브랜드충성도 조사에서는 놀랍게도 도요타와 혼다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현대차는 미국 최대 시장조사업체인 제이디파워(J.D.Power)가 발표한 '2010 브랜드 재구매율 조사'에서는
3위에 올랐다.
고급 대형 세단 에쿠스는 미국에서 '올해 주목할 만한 신차 톱10'에 이름을 올렸고, 미국 일간 USA투데이는 존
크라프칙 현대차 미국판매법인장이 업계에서 스타로 떠오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야말로 현대차는 25년이라는 세월 동안 믿기 어려울 정도의 비약적인 성장을 했다.
단순한 판매대수의 증가가 아니라 질적으로 싸구려 이미지에서 벗어났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19일(현지시간) 현대차의 앨라배마 공장과 기아차의 조지아 공장을 언급하며
"현대기아차가 미국의 죽은 도시를 살렸다"고도 보도했다.
그런 현대차가 부부로 치면 은혼식에 해당하는 미국 진출 25주년을 맞았는데 현지법인은 기념식은 고사하고
한마디 언급도 하지 않고 기념일을 지나쳤다.
일부 현지 언론은 "현대차에는 과거보다 미래가 중요한 것 같다"는 해석을 내놓았다.
어렵게 벗어버린 '싸구려 차' 이미지를 되돌아보기 싫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서울연합뉴스) 권혁창 기자 faith@yna.co.kr
출처 - 연합뉴스
지금도 싸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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