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부장판사가 원세훈(63) 전 국가정보원장의 공직선거법 1심 무죄 판결에 대해 공개 비판글을 올린 행위는 지난 10여년간 진행된 사법부 정치화의 ‘결정판’이라는 분석이 법조계에서 제기되고 있다. 법원 내에서 법관의 독립성에 대해 오해하는 분위기가 생겨나기 시작하고, 이를 적절히 제재하지 못하면서 법관의 정치화 경향이 가속화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사건을 법관의 독립성과 행동강령에 대한 원칙을 제대로 세워나가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현직 법관들은 2000년대 초·중반부터 법원의 과거사에 대한 반성이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법원의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른바 ‘튀는 판사’ ‘튀는 판결’이 부쩍 많아지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라는 분석이 많다. 한 법원장 출신 변호사는 “사회 전체적으로 과거사 청산 분위기가 생기면서 법원에서도 과거의 모든 것을 부정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이때부터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일부 법관의 이상한 행태들이 자주 일어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법원이 이러한 모습이 생기기 시작할 때 제대로 ‘싹’을 자르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다. 현직 부장판사는 “지금까지 법원에서 문제를 일으키고 난 다음 제대로 제재를 받은 법관이 거의 없는 것 같다”며 “오히려 튀고 무조건 법원 수뇌부를 비판하면 사회적 영웅이 되는 경향도 없지 않다”고 말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 ‘가카 빅엿’이라는 글을 올려 문제가 된 서기호 정의당 의원은 법관 재임용에서 탈락하고 국회의원이 되기도 했다.
법원 조직이 확대되면서 법관의 자질 문제도 생겼다는 분석도 있다. 김상겸(법학) 동국대 교수는 “사회가 점점 민주화되고 법관에게 요구되는 사항도 많이 달라졌는데, 일부 판사들이 법관 독립의 개념을 잘못 이해하면서 여러 가지 문제가 생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더욱 우려되는 대목은 첨예한 사회갈등을 불러일으킨 사건들이 법원의 판단을 받게 되는 경우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 지역에 근무하는 부장판사는 “요즘은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이 시민단체에 의해 검찰로 고발되고 법원으로 사건이 넘어온다”며 “과거에는 정치의 영역이었던 부분이 점점 사법적 판단의 영역으로 많이 넘어온 측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법관들이 외부 여론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 형성된 것이다. 실제 원 전 원장 1심 재판장이었던 이범균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는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 무죄 판결 당시 진보 진영으로부터 ‘의인’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지만, 원 전 원장 판결 이후에는 집중적인 공격 대상이 되고 있다. 고법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법관이 잘못된 행동을 하면 법조계에서 퇴출될 수 있다는 정도의 강력한 메시지를 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즌라도 대표 모지리 소리 들을까봐
입장 못하고 맴돌고 있습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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