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스포츠컵 국제 유소년 축구대회 뜻밖의 장외논쟁북한 유소년축구단이 25일 오후 강원 춘천에서 막을 올린 제5회 아리스포츠컵 국제유소년(U15)축구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숙소인 인제스피디움에 도착하고 있다. 뉴시스
강원도 춘천에서 진행 중인 아리스포츠컵 국제 유소년(U-15) 축구대회에서 뜻밖의 논란이 불거졌다. 도 대표팀과 북측 4·25 체육팀의 경기로 치러진 지난 29일 A조 개막전은 도내 69개교 중·고교생들이 참석했다. 추운 날씨에도 경기가 열린 송암스포츠타운 주차장은 학생들이 타고 온 버스 300여대로 가득했다.
논란은 학부모들을 중심으로 불거졌다. 특히 4·25 체육단이 북한의 민간 클럽이 아닌 인민군 소속 체육부대라는 사실을 인지한 학부모들 위주로 반발의 목소리가 커졌다. 4·25는 북한의 건군절인 인민군 창군 기념일(4월 25일)을 의미하는 숫자다. “남북 평화의 축구경기를 관람한 것은 소중한 체험학습”이라는 견해와 “청소년들에게 집단 응원이 강요됐다”는 의견이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다. 도교육청의 30일 집계에 따르면 제5회 아리스포츠컵 국제 유소년 축구대회를 관람한 초·중·고교생은 모두 2만2287명. 교직원 2113명과 일반 관람객을 포함하면 모두 2만4393명이다.
자신을 강원도 양구 A고교에 재학생이라고 소개한 포털 사이트 뉴스 게시판 이용자는 “춘천에서 열린 15세 이하 경기에 양구에 사는 우리까지 버스를 타고 경기를 보러 가게 했다”며 “이벤트성 경기를 위해 다른 지역까지 억지로 보냈다. 경기를 관람하지 않으면 무단 결석 처리를 했다”고 주장했다.
강원도의 학부모 커뮤니티도 같은 문제로 시끄럽다. 이 커뮤니티의 한 회원은 “강제로 동원돼 아이가 학원까지 빠졌다. 무엇보다 축구에 관심도 없는 아이를 비도 오는 이 추운 날씨에 억지로 보게 했다는 것이 화가 난다”고 말했다. 실제로 춘천 A학교는 학부모와 학생들의 의사를 묻지 않고 안내문을 발송해 이 대회의 단체 관람 계획을 통보했다.
그라운드에서 불거진 논란은 정치권으로 불똥을 튀었다. 자유한국당이 포문을 열었다. 당 강원도당은 9일 성명을 내고 “학생 인권을 무시한 아리스포츠컵 단체 관람 강요는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당 강원도당은 “초·중·고교생들이 텅 빈 경기장을 채우며 단체 응원을 강요당하고 있다”며 “이는 유신시대나 군사정권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순수한 스포츠 활동이 정치에 이용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제5회 아리스포츠컵 국제 유소년(U-15) 축구대회에 참가한 강원도 대표팀(파란색 상의)과 북측 4·25 체육팀이 29일 경기 시작 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강원도 제공
여당은 즉각 반박했다. 더불어민주당 강원도당은 “아리스포츠컵 국제유소년축구대회 단체관람은 평화교육의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라며 “평화와 현 정부의 대북정책 등에 강원도민의 인식이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다는 반증도 된다”고 주장했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다른 대회와 마찬가지로 춘천에서 진행되는 행사의 일환으로 각급 학교에 전달만 했을 뿐”이라고 밝혔다. 도내 학교에 대회를 안내했을 뿐 학생 동원을 유도한 것은 아니라는 반박이다.
5회째를 맞은 아리스포츠컵은 지난 29일부터 11월 2일까지 진행된다. 남북한, 중국, 러시아, 우즈베키스탄, 베트남까지 6개국 8개 팀 230여 명의 선수가 참가했다. 북측은 4·25 체육단장인 문웅 선수단장을 비롯해 임원과 선수 등 80여 명이 대회 참가를 위해 지난 25일 서해선 육로를 통해 휴전선 이남으로 들어왔다.
4·25 체육단 선수들의 대회에 대한 의지는 특별하다. 경기에만 집중하겠다는 이유로 모든 외부 일정마저 취소했다. 당초 도내에서의 문화체험과 강원애니고 견학 일정 등이 계획돼 있었으나 모두 정중하게 거절했다.
이번 대회에서 남북대결은 1승 1패. 상대전적에서 나타나듯 지난 8월 이후 2달여 만에 열린 남북대결은 뜨거웠다. 강원도 선발팀이 29일 북한의 425 체육단에 1대 3으로 패했지만 이튿날 하나은행 선발팀이 려명축구단을 꺾어 승부의 균형을 맞췄다.
송태화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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