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지금까지 보배 눈팅만 하다가 처음 글 올려봅니다.
요즘 일베 폭망했는지 벌레들이 보배로 많이 모여드네요
예전에 그런 식으로 제가 서식하던 주갤이 오염된 적이 있어서 걱정이...ㅠ
여튼 하도 쓰레기 같은 소리들을 많이 해서 생각나는대로 반박 좀 해보려고 합니다ㅎㅎ
좀 길어서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불행한 사회적 사건이란 있을 수 없고, 세월호를 불행한 교통사고라고 부르는 것은 책임자들의 책임회피이다."입니다.
“세월호”는 사건인가 사고인가?
워터게이트 사건, 국정농단 사태, 교통사고
우리는 어떤 사안이 사회적 의미를 가지고 있을 때, 그것을 사건이라 부르며,
여러 사건이 일관성과 연관성을 가지고 뭉쳐 있는 경우에 대해서는 사태라고 부른다.
반대로 사고에는 사회적 의미가 없다. 오늘 아침에 내가 접촉사고를 당했을 때
그것을 사고라고 부르는 것은 그것이 지니는 사회적 의미가 지극히 미미하거나 없기 때문이다.
누군가 “세월호는 (불행한) 교통사고이다.”라고 말했다.
이 말의 표면적 의미는 참거짓을 따질 것이 없다.
세월호는 선박이고, 선박이 침몰한 것은 사고 즉 해상교통사고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여기에서는 다음과 같은 비겁한 양시론(양비론의 반대)이 가능하다.
“아, 세월호 건은 어찌 보면 사건이고, 어찌 보면 사고이다.”
개소리다.
“세월호는 (불행한) 교통사고이다.”라는 말에는 다음의 두 가지 의도가 깔려있다.
“세월호 건은 불행한 일이다.”, “세월호 건은 (어떠한 사회적 의미를 가지지 않는) 사고이다.”
즉 이 일은 우리 사회가 늘 해오던대로 하다가 필연적으로 마주칠 수밖에 없었던 문제가 아니며,
따라서 여기에 대해서는 누구도 사회적 책임을 느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우리는 우리가 마주하는 수많은 사건들에 대해 그 인과를 파악할 수 없을 때 우연적인 것으로 분류한다.
왜냐하면 우리가 모든 일들의 인과를 속속들이 파악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특히 개인적 차원에서는 그러하다.
왜냐하면 한 개인은 자신에게 닥친 사고와 사건의 인과를 파악하거나,
그것을 미리 예측하고 대비할 재량이 제한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추론과 분석을 통해 그 일이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었던 인과를 밝혀내기 위해 노력할 수는 있다.
우리의 삶에서 중요한 문제 특히 사회적 현상에 있어서는 더욱 그러하다.
그렇다면 “사회적 불행”이라는 것이 가능한가?
아니, 우리는 이런 표현을 사용하기는 하는가?
누군가 부동산 급등, 급락 문제에 대해서도 이처럼 덮어놓고 “불행”이라고 말한다면
(특히 정부에 속하거나 책임이 있는 사람이 그렇게 말한다면)
그 사람은 미친 사람 취급 받을 것이다.
그렇다면 왜 많은 사람들은 “불행한 사고”라는 말에 낚이는 것일까?
이것은 “개인적 불행”과 “사회적 불행”을 혼동했기 때문이다.
즉 이 일을 “불행”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세월호가 엉망으로 짐을 과적했으며,
해관에서는 그것을 방관할 것이고,
20중반의 새파란 인간이 그 험한 바다에서 이 배를 몰 것이며,
선장이 가장 먼저 도망칠 것이고,
정치권과도 밀접하게 줄이 닿아있는 청해진해운이라는 회사가 얼마나 엉망으로 운영되었으며,
만약 사고가 발생해도 해양경찰과 구조대가 멀뚱멀뚱 구경만 할 것이고,
방송은 자신들을 열심히 구조하고 있다고 거짓말할 것이며,
자신들을 떠나보낸 부모들이 수많은 “국민들(시민이라고 부르고 싶지도 않음)”에게
보험금 노리는 것 아니냐고 손가락질 받을 것을 예측할 수 없었던 학생들 개인(과 그들의 가족) 밖에 없다.
위에서 열거했듯이 세월호 사건은 정부기관, 정치권, 기업, 언론, 그리고 소위 “국민” 등
사회의 거의 모든 부분이 엮여 있는 사회적 사건이다.
그러나 여전히 정작 이 일에 책임을 가진 자들은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고 있으며
(남은 여생을 감방에서 보낼 선장 놈이 그나마 제일 책임을 “성실히” 지는 것은 아닐까 하는 웃픈 생각이 들 정도이다),
몇몇 인간들은 이 문제를 언제까지 우려먹을 것이냐, 이제 그만할 때도 되지 않았냐는 어처구니없는 소리를 하고 있다.
과연 이런 사회 안에서, 그렇게 죽은 학생들이 “불운”한 것일까? 아니면 아직 살아있는 우리가 “행운”인 것일까?
세월호 사건은 우리 사회가 “필연”적으로 낳을 수밖에 없는 사건이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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