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의 사법농단 뉴스를 접할 때마다 치를 떨었지만, 사실 교육계 피해자 중에 곽노현도 포함된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전교조만 동네 북이지)
곽노현은 교육감으로 당선된 후 8개월이 지나서 진보진영 경쟁자였던 박명기 교수에게 2억원을 건넨다.
이 사실을 포착하고 있던 검찰은 그로부터 약 6개월이 지나 오세훈이 무상급식 주민투표에서 참패한 직후 사건을 언론에 터뜨려버린다.
누가 봐도 오해할 수 있는 상황이므로 여론은 급격히 악화하고 재판도 일사천리로 진행된다.
중요한 것은 재판 과정에서 나왔다.
1, 2심에서 아무리 털어도 곽노현이 박명기에게 돈을 준 뚜렷한 목적이 나오지를 않은 것이다.
그 돈이 대가성이라고 하려면 선거 전에 사전 약속을 했거나 선거 후에 그 돈을 줌으로써 곽노현이 박명기로부터 얻을 이익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증거가 없었던 것이다.
딱 한 가지, 두 교수의 동서끼리 선거 전에 구두로 약속했다고 하는 것이 있는데 세상에 선거라는 전쟁터에서 그렇게 허술한 합의가 있을 수 있는가?
물론 측근을 잘 관리하지 못한 도의적인 책임을 물을 수는 있지만, 법정 공방으로 갔을 때는 본인의 인지 여부가 매우 중요한데, 곽감은 그런 약속이 있었다는 사실 자체를 선거가 끝난 지 4개월 후에나 알았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재판 과정 통틀어 곽노현이 박명기를 사전에 매수했다는 증거는 나오지 않았다.
그렇다면 어떻게 유죄가 선고될 수 있었을까?
1, 2심에서는 돈에 대가성은 없다고 생각하여 목적성 여부를 아예 판단하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매수할 목적은 없었어도 나중에라도 돈을 준 것은 매수라는, 소위 '사후매수' 조항을 적용하여 유죄를 때린다.
너무 해괴하지 않은가? 이미 선출된 사람이 그것도 8개월이나 지나 어떻게 이전 경쟁자를 매수한단 말인가? (참고로 선거는 2010년 6월이었고 돈을 주기 시작한 것은 2011년 2월이었다. 이 시점도 중요한데 통상적으로 선거 관련 공소시효는 6개월이다.)
곽감에겐 시간을 돌릴 수 있는 초능력이라도 있단 말??
너무 이상한 논리이기 때문에 당연히 곽감 측에서는 상고한다.
여기서 바로 사법농단의 어두운 그림자가 곽감을 덮치게 되는데...
곽감은 이 사건 자체가 너무 억울했기 때문에 재판 초기에 '사후매수' 조항을 위헌법률이라고 헌법소원을 내놓은 상태였다.
그런데 헌소 결정이 나오기 전에 대법원은 서둘러 선고를 한다. 여기서부터가 불길했다.
대법원이 뭐라 결정을 내리면 헌소 결정은 무의미해지기 때문에 이것도 당시에 무리한 결정이었다는 비판을 받았다.
결국 대법원에서는 돈을 줬으면 결과적으로 곽감이 매수할 목적도 있었다고 판단을 내렸다.
1, 2심에선 돈을 준 건 잘못이라고 하면서도 그래도 목적 얘기는 못 했는데 대법원은 목적도 있었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니까 말장난이다.
1, 2심에서는 돈 줬으면 목적이 있든 없든 매수라고 억지를 부렸다면, 대법원은 돈 줬으면 무조건 매수 목적도 있다고 한 것이다.
곽노현 입장에선 황당하게 그지없을 수밖에. 매수할 목적도 아니었고, 실제로 매수도 아니었으니까.
이건 그냥 처음부터 결과를 정해놓고 재판을 했다는 것이다.
"돈을 줬으니까 매수 맞네, 맞아...."
그냥 아무나 할 수 있는 말을 1, 2, 3심 법관들이 그럴듯하게 말만 바꿔가면서 한 것이다.
재판은 이렇게 하면 안 되는 것 아닌가? 그것도 서울 시민의 손으로 뽑은 교육감이었다.
이젠 양승태 대법원이 얼마나 정치적이었는지 밝혀졌기 때문에 더 보탤 필요는 없겠지만, 애초에 곽노현은 질 수밖에 없는 게임이었다.
되짚어 보면 검찰이 사건을 터뜨린 타이밍도 너무 정치적이었고, 돈이 오간 기간 내내 국정원이 곽노현을 불법 사찰했다는 것도 문건을 통해 드러났다.
그런데 그것보다도 더 화가 나는 건 이렇게 검찰이 자신만만할 수 있었던 것이 뒤에 양승태 대법원이라는 정치적 사법부가 든든하게 버티고 있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이다.
양승태 대법원의 양아치 짓이 박근혜 정권 때 강제징용 할머니 판결에서 정점을 찍었다면 그 서막은 곽노현 판결이었던 것이다.
정말 치가 떨린다...
곽노현 사태가 터졌을 때 한나라당은 물론 민주당에서조차 그를 버렸었다. 그는 직업 정치인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치적으로 사는 사람이 아니라고 해서 범죄자가 되는 사회는 말이 안 된다.
곽노현이 사면되길 바란다. 이번 3·1절 대사면이 아니라면 또 언제 되겠는가?
* 곽노현 사면 청원에 참여해주십시오. 서명 수가 많이 부족합니다.
https://www1.president.go.kr/petitions/518466?navigation=petitions&fbclid=IwAR2m17eTcZMWtPkoLejiAyorTsW9i0Qn8tO_l6ieKZXvqy_KDJ6AtgSi1_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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