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난 페미니스트들은 포주인가?
20여년 전에 유순하 선생은 그의 저서 <한 몽상가의 페미니즘론>에서, 무소의 뿔처럼 혼자 가라고 떠들어대는 소위 잘난 페미니트 여자들은 잘났기 때문에 결혼도 여러번 하여 아비가 다른 아이들을 얼마든지 낳으며 살 수 있겠지만, 그렇지 못한 이른바 민초 여자들은 어떻게 하라고 그런 말을 쉽게 하는가 하고 반문하고 있다. 그러면서 그는, 세상을 시끄럽게 하고 있는 당대의 페미니스트들을 두고 수많은 평범한 여자들의 삶과 운명을 담보로 돈을 버는 포주와 다를 바 없다고 하였다.
유순하 선생의 이 말은 당시에 화제가 되었다. 그러나 그 입 싼 페미니스트들 중에 누구 한 사람 반론을 제기한 사람은 없었다. 나는 그것이 너무나 신기해서 내가 개인적으로 알고 지내던 여성계에서 제법 잘 나가는 여자 한 사람에게 왜 다들 꿀먹은 벙어리가 되었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너무나 뜻밖의 대답이 돌아왔다. 내부적으로는 반론을 재기하자는 의견이 있었지만 아무도 쓰겠다 나서는 사람이 없었다고 한다. 누구는 시아버지가 있어서, 누구는 시누이들의 입이 무서워서, 누구는 너무나 화가 나서, 또 누구는 심장이 약해서...... 그리하여 유순하 선생이 제기한 "잘난 페미니스트들은 포주들인가?"하는 문제는 흐지부지 끝나고 말았다.
유순하 선생이 만약 지금 그런 말을 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지금도 제대로 된 반론이 제기 되지는 않을지도 모른다. 그 대신 꼭 약먹은 것 같은 젊은 여자들이 몰려와 연일 난동을 부릴 것이고, SNS을 통하여 무자비한 악담을 퍼부어댈 것이다. 직장에 다닐 수도 없을 것이고, 책을 출판할 수도 없을 것이다. 그리고, 꼬투리를 잡아 고소를 할 것이다. 경험이 있어서 잘 아는데, 언론은 개떼처럼 달려들어 가차없는 인격살해를 할 것이다. 왠만한 강심장이 아니면 박원순 시장처럼 목을 매달아 자살을 하게 될지도 모르고, 나처럼 화가로 변신하여 부지런히 그림이나 그려야 할지도 모른다.
잘난 페미니스트들은 창녀촌의 포주들인가?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것도 옛말이고, 지금은 이 나라에 새로 등장한 조직폭력배나 공안검찰처럼 보인다. 애써 이룬 이 나라 민주화가 소수의 잘난 여자들과 홍위병들의 무법천지로 변해버렸다.
그런데, 누가 그들에게 그런 막강한 권한을 주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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