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5월 9일 난생 처음으로 봉사활동을 위해 “탑골공원 원각사 노인 무료급식소”를 찾아갔습니다.
아침 7시 30분 쯤 원각사에 도착하자 70세가 넘어 보이는 할아버지 한 분이 새벽에 나오셔서 쌀을 씻어 밥을 해 놓으셨다고 했습니다. 잠시 후 봉사활동을 함께 하기로 한 동료 4명이 도착하여 준비하고 있는데 보살이라 불리는 책임자인 듯 한 여자 분이 오자마자 그 70대 할아버지에게 화를 내기 시작하였습니다. 우리가 이 곳 봉사활동이 처음임에도 일하는 법에 대해 가르쳐 주지 않고 할아버지 본인 일만 한다는 명분이었습니다. 괜히 우리가 일을 못해 에둘러 할아버지를 혼내는 것 같아 죄송한 마음이 들어 ‘내가 더 열심히 해야겠구나.’라고 생각하며 8시 30분 아침 배식과 11시 30분 점심 배식을 마쳤습니다.
처음 방문했기 때문에 운영자인 보살과 70대 할아버지 사이의 관계에 문제를 느끼지 못했고 오히려 저는 ‘남을 위해 무언가를 한다는 것’ 그 자체에 행복을 느껴 5월 16일부터 매일 원각사에 봉사를 위해 나오겠다고 약속했습니다.
5월 16일에 가보니 이곳에서 일을 도와주시는 80대 할머니도 계시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알고 보니 70대 할아버지와 80대 할머니는 과거 이곳에서 급식을 받던 분들로, 원각사의 일손이 부족하여 보살이란 분으로부터 월급처럼 한 달에 20만 원씩 받으며 무료 급식소 일을 도와주는 분들이었습니다.
보살이란 분은 70대 할아버지는 할아버지로, 80대 할머니는 어머니로 호칭하며 대했습니다. 그러나 보살은 그 분들을 전혀 인격적으로 대우하지 않았습니다.
봉사 활동하는 사람이 많지 않아 일이 바쁜 날엔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새벽부터 나와 일을 하시면서 정작 본인들의 아침식사는 챙기지 못하는 일이 종종 있었습니다.
간혹은 봉사자가 식사 시간에 식사를 챙겨드리고자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찾으면 보살이란 분은 그 날 본인의 기분에 따라 행동했습니다. 보살의 기분이 나쁘면 할머니, 할아버지를 “챙기지 말라"며 호통을 쳤고, 기분이 좋은 날엔 보살이 먼저 식사 시간에 부르기도 했습니다.
보살은 본인의 기분에 따라 아무것도 아닌 일로 어머니라 부르면서도 하인 취급을 했고, 할아버지라고 부르면서도 죽일 듯이 화를 냈습니다. 그 곳은 보살의 기분대로 좌지우지 되는 곳이었습니다.
매일 원각사에 봉사를 약속했던 저는 이러한 상황에 문제의식을 느껴 3층 법당에서 몇 차례에 걸쳐 보살과 할아버지와 할머니 대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때마다 다음부터는 그러지 않겠다는 이야기를 보살로부터 들었으나 다음날도 어김없이 똑같은 일이 반복되었습니다.
이러한 갑질 행태에 심각성을 느끼고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상황을 알아보니 두 분 모두 이곳을 그만두면 다시 이 근처의 무료 급식소에서 배식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두 분은 보살에게 사람 이하의 대접을 받으면서도 떠날 수 없었고, 보살이라 불리는 사람은 그런 상황을 너무나 잘 알기에 더욱 함부로 대하는 듯 했습니다.
이 곳의 전후 상황을 알게 되니 보살이란 사람이 보이는 호의도 위선 같아 보여 더 이상 원각사에서 선의를 가지고 함께 할 수 없다 생각했고 6월 16일부터 저는 그 곳에 가고 있지 않습니다.
인터넷에 이곳에서의 봉사 활동이 좋았단 글이 올라옵니다.
그 분들도 저처럼 누군가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감사함을 느꼈을 것이라 생각되지만 단발성의 봉사활동으로 원각사에서 행해지는 불합리한 처사에 대해 미처 알지 못했을 것입니다.
몇 천 번을 망설이다 이 글을 씁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이 시간에도 새벽부터 무료급식소에 나와 열심히 일을 하시는 할아버지, 할머니는 사람 이하의 대우를 받고 있을 것이란 생각에 가슴이 답답합니다.
본인을 돕는 할아버지, 할머니도 귀하게 여기지 못하고 인격적인 대우를 하지 않으면서 “무료 급식을 받아 가는 노인 분들은 귀하게 여길까?” 하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무료급식소가 비영리로 소외받은 모든 사람을 위한 일이 아닌 개인의 영리를 위한 사업으로 생각하고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것 같은 사람에겐 과잉 친절을 베풀고 내부적으로는 전혀 다른 얼굴을 보이며 살아가는 원각사 무료 급식소 운영자인 보살이라는 사람의 이중적인 모습을 고발하고자 합니다.
보이지 않은 곳에서 인격적으로 고통 받으시는 할아버지, 할머니께 이 작은 글이 의미 있길 바라며 사명감을 가지고 무료급식소 등 비영리사업을 하시는 모든 분들에게 폐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뒤로 하고 이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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