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권성희기자]노무현 대통령은 11일 "우리가 보기에는 북한이 말하는 안보의 위협이라고 하는 것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거나 대단히 과장된 것"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오후 민주평통 해외자문위원 초청 다과회에서 "북한이 알고 안보 위협을 과장하는 것인지, 실제 잘 몰라서 진짜 위협이 있다고 믿고 이렇게 하는 것인지는 모르지만 (북한이 주장하는 안보 위협은) 대단히 과장돼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적절한 안보 역량, 군사적 역량 위에 평화의 질서가 필요하다"며 "평화의 질서와 평화의 분위기가 깨지면 아무리 강력한 무장력을 갖고 있어도 우리가 안심하고 살기 어렵고 적절한 무장력 위에 평화의 질서가 확보되면 안보 위협이 훨씬 낮아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세계 여러 나라들이 가공할만한 무장력을 갖고 있어도 평화의 질서로 잘 관리함으로써 무장력이갖는 안보 위협을 줄여나가고 관리해나가고 있는 것"이라며 "북한도 그렇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북한이 진정한 의미에서 평화와 안전을 바란다면 무장력도 필요하겠지만 평화의 질서를 구축해야 하고 주변국과의 신뢰를 구축해야 한다"며 "지나친 무장력은 평화의 질서를 해치고 주변국의 신뢰를 해치기 때문에 오히려 더 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북한, 북한 중에서도 북한 정권이 이와 같은 이치를 잘 이해해야 한다"며 "그래서 앞으로도 북한이 무장력만으로 안보를 말할 것이 아니라 스스로 평화의 행동, 신뢰 있는 행동을 통해 스스로의 안보를 기해 나가는 방향으로 새로운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이 북한에 대해 "안보 위협을 과장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스스로 평화의 행동, 신뢰있는 행동의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촉구한 것은 북한의 핵실험 발표 이후 처음이다.
◆北 핵실험 평화적 해결에 무게
노 대통령은 또 북한 핵실험 발표에 따른 대책을 언급하며 강력한 제재와 평화적 해결 2가지 방법을 적절히 배합해야 한다고 지적하면서 평화적 해결 쪽에 무게중심을 뒀다.
노 대통령은 "제재 압력이라고 하는 좀 강경한 대응과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평화적 해결, 대화에 의한 해결 2가지의 길이 있다"며 "분명한 것은 이 두 개가 다 유효하다는 것이고 어느 하나를 포기할 수 있는 일은 아니라는 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적절히 배합돼야 하고 그러나 궁극적으로 무력 사용 없이, 불행한 사태 없이 해결돼야 한다"고 강조해 무력 사용에 대한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아울러 "여러분들은 민주평통 자문위원들인데, 평화와 통일 이 2개를 함께 실현하자 그렇게 해석할 수도 있고 통일을 지향하는 마당에 평화적인 방향으로 가자, 이렇게 해석할 수도 있는데 어느 쪽이든 평화적인 방법 이것이 대단히 중요한 가치다"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특히 "똑 같은 성공의 방법이라 할지라도 비용을 적게 치르는 성공이 큰 성공"이라며 "너무 많은 비용을 치르는 성공은 큰 성공이라도 비용이 들고 엄청난 후유증을 남기기 때문에 평화적인 해결로 가야 한다"고 말해 평화적 해결 쪽에 무게중심을 뒀다.
노 대통령은 "이 두 가지 방법을 어떻게 배합할 것인가는 국제사회와 상의하고 있고 국민들의 의견을 모으고 있다"고 덧붙였다.
◆포용정책 덕분에 핵실험에도 차분한 것
노 대통령은 아울러 "핵실험에도 불구하고 차분하게 대응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진 것은 남북간의 화해, 교류, 협력이 큰 진전을 이뤘기 때문"이라며 포용정책의 효용성을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남북관계가 이처럼 화해와 협력의 분위기로 바뀌지 않은 상황에서 핵실험이 일어났다고 가정해보자"며 "지금 한국 국민들이 얼마나 불안해 하겠나, 안보 불감증에 대해 걱정하는 분들이 있는데 방독면 사고 생필품 사재기 하는 상황이 오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또 "비록 지금 핵실험 사태까지 왔지만 그간 남북관계는 엄청나게 바뀌었다"고 지적하며 "핵실험에도 불구하고 한국 국민들이 이런 사재기 없이 평온하게 대책을 함께 논의하고 있는 이 상황을 보면 참으로 우리 한국 국민들이 우수한 국민이다, 성숙한 국민이다, 이런 자신감을 갖게 된다"고 밝혔다.
아울러 "정치적으로는 의견 충동이 있어서 조율 과정이 필요하지만 이것은 국민들이 불안해할 때 상황과는 다른 것"이라며 "사재기를 해대면 국내의 불안을 해소하는데 신경을 써야 하지만 국민이 지금은 그런 부담을 안 줘서 자신있게 대외관계를 관리해가는 쪽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솔직히 국내에서 저의 국정에 대한 지지도는 높지 않다, 인간적 인기도 별로 그렇게 높지 않은 것 같다"며 "칭찬을 못 받으면 아무리 마음이 강해도 때때로 힘이 빠지고 자신이 없어진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해외와 갔다오면 아주 용기백배한 심정으로 다시 돌아오게 된다"며 "가는 곳마다 우리 동포들이 우리가 자랑스런 민족임을 확신하게 하는 그런 증거로써 살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권성희기자 shkw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