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성장에 세입 제자리..`동반성장`에 돈 쓸 일은 봇물
- "하향 평준화 지향해야..조세부담율 인상 검토해야" 지적
[이데일리 이정훈기자] 올해부터 오는 2011년까지 향후 5년간 정부가 나라살림을 어떻게 꾸려갈지를 가늠해볼 수 있는 국가재정운용계획 시안이 14일 노무현 대통령이 주재한 국무위원 재원배분회의에서 보고됐다.
참여정부의 이념 가운데 하나인 동반성장에 대한 선제적 투자를 여전히 강조하고 있는데, 이에 들어가는 막대한 재정지출이 문제다.
전문가들은 경제성장이 더딘 상황에서 지나치게 동반성장을 강조할 경우 하향 평준화로 치달을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결국 이 분야에 대한 투자를 줄이든지, 조세부담율을 높이든지 결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011년까지의 중장기 재정운용계획은 이르면 오는 9월쯤 확정, 10월 국회에 제출될 예정이다.
◆동반성장에 선제투자..복지·교육·R&D 확대
이날 보고된 `07~`11년 국가 재정운용계획 시안에 따르면 정부는 동반성장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선제적 투자에 중점을 두되 사회기반시설(SOC)나 중소기업 지원 등에는 민간자본을 적극 활용한다는 기존 원칙을 재확인했다.
이번 시안에서 정부는 재정혁신을 바탕으로 사회통합과 지속성장을 재정에서 뒷받침하고 동반성장을 위한 선제적 투자에 중점을 두겠다는 기본 방향을 세웠다.
저출산과 고령화, 사회 양극화에 대응하기 위한 사회복지 분야 지원을 확대하고 인적자원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연구개발(R&D)과 교육부문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기로 했다.
특히 참여정부의 핵심과제인 동반성장을 위해 사회서비스 일자리 확충과 임대주택 확대, 보육료 지원 확대 등에 재정을 중점적으로 투입하겠다는 방침이다.
또 미래 성장동력 확충을 위해 2년 일찍 학업을 마쳐 5년 더 일하게 하자는 `인적자원 활용 2+5전략` 추진과제와 방과후 학교 확대 등에도 적극 투자할 예정이다.
고루 잘 사는 국가를 만들기 위해 2단계 국가균형발전전략을 지원하고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을 지원하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피해부문에 충분한 보상과 경쟁력있는 사업으로의 전환을 지원하고 제도와 관행의 선진화를 유도하기로 했다.
대신 SOC투자는 임대형 민자사업(BTL) 등의 방식을 활용해 민간투자 활성화를 유도하고, 중소기업 자금 지원 등 정책금융도 민간금융을 활용하는 쪽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반장식 기획예산처 재정운용실장은 "재원배분회의에서는 향후 재정수입과 지출, 경제여건이 어떨지 전망해 기본방향을 정하고 각 분야별, 중점과제별 재원배분 원칙을 결정했다"며 "논의 내용은 비공개이며 나중에 재정운용계획상에 반영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는 세입, 뛰는 세출`..나라살림 더 빠듯
그러나 이같은 동반성장의 중점과제들을 추진하는데 들어가는 막대한 재정지출이 문제다. 가뜩이나 저성장 기조로 나라의 세입이 제자리를 맴돌고 있는 상황이라 더욱 그렇다.
우리 경제가 고도성장에서 안정성장 구조로 전환됨에 따라 세입은 크게 늘지 않지만, 기초노령연금 도입과 한-미FTA 대책, 2단계 균형발전 지원 등으로 지출소요는 대폭 증가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시안을 마련한 기획예산처 역시 이같은 상황을 인식, "재정수요를 충당하기 위한 재원조달의 어려움은 점차 심화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시했다.
정부는 일단 2010년까지는 새로운 세목을 만들거나 세율을 인상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비과세 감면 축소와 세출 구조조정, 세원 투명성 강화, 기타 세외수입 확보 등을 재원조달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이는 말처럼 쉽지만은 않다.
이렇다보니 전문가들은 경기가 여전히 위축돼 경제성장이 더딘 상황에서 지나치게 동반성장을 강조할 경우 하향 평준화로 치달을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결국 이 분야에 대한 투자를 줄이든지, 국채 발행으로 나라빚을 늘리거나 조세부담율을 올려 국민 세부담을 높이든지 하는 결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장호 숙명여대 교수는 "지나치게 적극적인 복지정책으로 인해 재정규모가 빠르게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며 "효율적인 재정 활용으로 재정 기조를 현 수준에서 유지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정부가 지향하는 동반성장 정책은 하향 평준화를 지향해서는 안된다"며 "역량있는 주체가 개인 역량을 잘 펼 수 있게 하되 고소득자에게서 세금을 거둬 가난한 자들에게 나눠주는 복지정책 기조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황성현 인천대 교수는 "세금은 별로 안 걷히는데 복지지출이 늘어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세입기반 자체를 더욱 강화해야 된다"며 "아직 조세부담율이 높은 수준이 아니므로 다음 정권에서 인상 여부를 진지하게 검토해야 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