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호가 침몰하고 있다. 미국호의 침몰현상은 이미 예정되어 있는 것이었다. 미국호의 빚은 공식적으로는 8조달러로 되어 있지만 해리티지 재단 같은 곳에서도 42조달러로 잡고 있을 정도이며, 심지어 55조달러에 달한다는 분석도 있다. 미국호를 움직일 힘을 더 이상 미국은 갖고 있지 못한 것이다.
이러한 미국호에 대한 외면은 미국내에서 가장 먼저 이루어졌다. 그것은 미국이 은행과 국민국가로 양분된 것이다. 그 결과 이들이 대립하지는 않지만 은행은 더 이상 국민국가 미국에게 돈을 빌려주지 않게 되었다. 미국이 지고 있는 채무 가운데 미국내 은행에 지고 있는 것은 10%를 조금 넘어섰을 뿐이다. 은행도 거래를 꺼리는 국민국가 미국의 침몰이 초읽기에 들어간 것이다.
미국이 이제 국민국가 미국과 은행으로 양분되기 시작한 후 은행은 국민국가 미국과는 선택적인 관계에 만족하고, 자신을 초국적 자본으로 자리매김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새로이 떠오르는 동아시아로 거처를 옮기기 시작하였다. 아메리카로부터 동아시아로의 자본의 이동은 금융자본의 위험부담을 줄이기 위한 포트폴리오의 차원에서 시작하여, 이제는 현지화 직접투자의 형태로 전환되기 시작하였다.
은행이 먹고 살 일을 걱정하고 품위 잃을 것을 우려할 일은 애초에 아니었다. 그들은 더 높은 이윤을 찾아 미국으로 왔고, 이제 다시 더 높은 이윤을 찾아 동아시아로 옮겨갔을 뿐이다. 정작 문제는 국민국가 미국호이다. 미국호를 움직이던 모든 정치인 및 고위관료들이 졸지에 실업자로 전락할 위기에 처하게 된 것이다. 금융자본이 자신의 방식으로 신천지를 찾아 떠난 것과 마찬가지로 국민국가 미국을 움직이던 정치인 및 고위관료들은 자신의 방식으로 미국호를 움직일 에너지를 찾아 동아시아로 흘러들기 시작하였다.
비록 이들이 서로를 돕는 관계는 청산하였지만 그렇다고 이들이 협력하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이들은 특히 동아시아를 개척하는데 있어 서로에게 상당한 수준 협력하였다. 그러나 이들이 단일한 목소리로 동아시아의 문을 두드리는 것은 아니다. 독자적인 목소리와 방법으로 동아시아를 흔들고 있고, 사안별로 선택적으로만 협력과 대립의 관계를 형성할 뿐이다.
이런 방식으로 미국은 초조하게 자신의 침몰을 기다리는 존재가 되었다. 금융자본 보다는 국민국가 미국의 관료와 정치인들, 예를 들어 상하원 의원, 국무성과 국방성의 관료들, 재무성 관료들과 같은 고위 귀족세력들이 미국호 침몰이 결과할 자신들의 실업전망에 경악하며 이구동성으로 미국의 국익을 외치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더 이상 공화당과 민주당의 차이도 점차 의미를 상실하기 시작하였으며, 이구동성으로 미국호의 운명을 최우선의 과제로 다루기 시작하였다.
금융자본과 국민국가 미국이 선택한 희생양은 바로 동방의 등불 코리아이다. 이들은 소위 한미자유무역협정 체결과 대북군사주의를 통하여 자신들의 위기를 극복하려 하고 있다. 전자가 이들의 합작품이라면 후자는 국민국가 미국의 정치세력들의 군사주의 노선이다. 전자는 투자자유협정과 자유무역협정이 결합되어 있는 것이므로 금융자본의 입장과 국민국가 미국의 입장이 선택적으로 결합되어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투자자유협정을 슬쩍 끼워 넣은 근본적이고 포괄적인 한미FTA와 일본을 내세운 북일전쟁 및 제3차세계 대전으로의 행진은 저들의 강대함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저들의 두려움을 잘 보여주고 있다. 미국의 침몰에 대한 두려움이 거시적인 표현이라면 그동안 그들을 배불려 주던 높은 연봉이 미국호의 침몰로 더 이상 지급되지 않을 것에 대한 불안감은 미시적인 표현이라 할 수 있다.
이제 저들에게 남은 것은 생산과 창의가 아니라 약탈과 조폭의 길 뿐이다. 미국은 정확히 그러한 길을 밟고 있다. 그리하여 끊임없이 중국 및 러시아와의 전쟁을 염두에 둔 합종연횡과 약소국에 대한 약탈을 서슴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들이 살아남는 길은 세계 11위의 경제대국 한국을 예속화하는 길 밖에는 없다. 그 경제적 문화적 예속화가 한미FTA로 나타나고 있다면 정치적 군사적 예속화가 전략적 유연성과 일본을 내세운 대북군사모험주의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누가 초강대국 미국이라는 이데올로기를 강요하였던가. 그것은 허위의식이었다. 초강대국 미국의 침몰은 서서이 이루어진 것이지만 이제 그 마지막 심장소리를 들을 날이 멀지 않았다. 달러화의 금태환을 금지한 지 20여년 만에 기축통화 달러화는 이제 기축통화로서의 지위와 역할을 사실상 상실하였다. 각국 정부는 서서이 금보유고를 늘리기 시작하였으며, 보이지 않는 세력들은 금본위제의 도입을 준비하기 시작하였다. 국민국가 미국의 화폐 달러의 전락을 잘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제 미국은 올 여름 허리케인 한방으로도 크게 휘청거릴 지경에 있다. 초강대국 미국이라는 허위의식 속에 있는 한 이러한 미국의 처지를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 그러나 미국의 실정을 제대로 이해한다면 미국을 서서이 침몰시키고자 하는 의지를 발동시킬 수 있을 것이며, 그 방법에 대한 숙고에 보다 많은 시간을 할애할 것이다.
한미FTA도, 북일전쟁 및 제3차 세계대전도 이러한 미국의 실정에 대한 파악으로부터 접근해야 한다. 미국은 더 이상 초강대국이 아니며, 달랑 군사력만을 보유한 조폭일 뿐이다. 그 초강대국의 호화로운 무기목록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장비를 움직일 재력이 결핍되어 있으므로 그러한 무기들은 실은 공포의 무기일 뿐 실제적인 무기로서의 능력은 크게 약화되어 있다. 한미FTA와 조폭적 군사주의에 대해 이제 한국은 자기주장을 분명하게 할 수 있어야 한다. 미국이 북한에 대한 군사주의에서 설사 북한을 이긴다 하더라도 국민국가 미국 자체는 바로 그 전쟁으로 인하여 미국호의 침몰을 앞당기게 되는 운명속에 있는 것이다.
그리하여 미국은 일본을 앞장세워 자신의 정치군사적 목적을 달성하려 하지만 전쟁이 장기화되면 자연 미국이 담당해야 할 전비로 인하여 미국호의 침몰은 피할 수가 없게 된다. 그렇다고 핵무기를 사용하게 되면 설령 단기간에 북한을 점령할 수 있다 하더라도 핵사용으로 인하여 미국의 리더쉽은 결정적인 파멸에 봉착하게 될 것이다.
이상과 같은 일들은 미국호의 운명에 따라 침몰의 운명을 피하기 위해 벌이는 귀족세력들의 몸부림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미국호의 침몰을 피할 수 있는 길은 도무지 없어 보인다. 한국정부의 귀족계급들에 대한 매수를 통하여 미국호의 침몰을 막아보려는 움직임이 극에 달하였다. 론스타는 외환은행을 갖기 위하여 스티븐 리를 고용하여 요로에 뇌물을 쳐 발랐다. 이 뇌물을 받아 먹기 위하여 일군의 무리들이 조직적으로 움직였다. 이러한 움직임은 외환은행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주요한 민영화의 과정에서도 그랬을 것이고, 한미FTA협상과정에서도 외교부와 재경부에 뇌물이 집중적으로 살포되었을 것이다.
미국 금융자본- 한국의 귀족계급, 미국 고위귀족관료세력들-한국의 귀족계급의 야합이 각각의 논리를 가지고 전방위적으로 발생하여 왔다고 보면 될 것이다. 이 과정에서 국민은 무력화되고, 인터넷에 대한 감시는 강화되어 왔다. 국가기구의 역할은 약화되어 왔으며, 오직 경찰국가로서의 위상이 증대되어 왔다. 미국의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과 그 과정에서 살포되는 뇌물을 받아먹기 위해 은밀하게 바삐 움직이는 한국의 귀족세력, 그리고 생존을 걸고 투쟁에 나선 국민의 대조적인 모습이 현시기 한반도에 형성되어 있는 그림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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