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일 저런일 (1989. 10. 18)
─ 광주와 순천을 오가는 기차가 30분 간격으로 지나고 있지만 이곳 화순군 앵남리의 간이역에는 고작 비둘기호 상하행선이 8차례만 정차할 뿐입니다.
─ 수지가 맞지 않아 철도청 직원마저 떠나가버린 앵남역을 지키는 사람은 스물여섯의 처녀 이미정양입니다.
─ 기차표 위탁판매를 하는 역할이지만 이 마을 주민들 사이에는 곧잘 처녀역장님으로 통합니다.
─ 기차표 위탁판매는 처음에 이양의 아버지가 시작했지만 개인사업으로 바빠 큰 아들에게 넘겨줬고, 둘째 아들과 큰 딸에 이어서 5년전부터 셋째 딸인 미정양이 이 일을 잇게 된 것입니다.
─ 여느역같으면 몇 사람의 직원이 맡아야 할 일을 처녀역장 혼자서 해내고 있습니다.
─ 기차를 보내고 난 빈 시간이면 집에 들어와서 어머니를 도와 집안일을 합니다.
─ 주말이면 목포에서 대학을 다니는 동생도 함께 일손을 돕기도 하고, 요즘과 같은 가을철에는 타작을 하며 농삿일을 돕습니다.
─ 이미정양은 고등학교를 나와 도시에서 직장 생활을 하던 중, 아버지의 권고로 이 일을 맡아 고향마을 주민들을 위한 봉사를 시작했습니다.
─ 독서와 사색을 즐기는 앵남역의 이미정양은 하루 평균 100여명의 철도 이용객들에게는 고마운 역장입니다.
아나운서의 목소리도 추억을 되돌리게 하네요
이제는 언제 흔적조차 남기지 않고 사라질지 모를 정도로 고요만이 흘러서 그런지 안타깝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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