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조심했어야 할 '실언'이었다는 평가도
(시사저널=구민주 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집권 후 문재인 정부 적폐수사' 발언에 대한 파장이 커지고 있다. 10일 문재인 대통령이 윤 후보를 향해 이례적으로 "현 정부를 근거 없이 적폐로 몬 것에 강력 분노하고 사과를 요구한다"며 작심 비판했다. 대선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선거 정국이 문 대통령 대 윤 후보 간의 대결로 전환돼 '친문(親文) 대 반문(反文)' 구도가 극명해질 전망이다. 문 대통령을 격노케 한 건 윤 후보의 9일자 중앙일보 인터뷰였다. 윤 후보는 '집권하면 전 정권 적폐청산 수사를 할 것이냐'는 질문에 "해야죠. 해야죠"라며 "문재인 정권에서 불법과 비리를 저지른 사람들도 법에 따라, 시스템에 따라 상응하는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답변했다. 이에 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은 윤 후보가 금도를 넘었다고 판단해 강한 경고와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親文 내 非이재명 진영 "대선 승리 위해 모여야"
윤 후보 발언 이후 좀 더 가시적인 결집 양상이 나타나고 있는 쪽은 여권이다. 특히 문 대통령은 지지하지만 이재명 후보를 지지하지 않거나 또는 느슨하게 지지해 온 친문 세력의 결집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 정권이 교체될 경우 문 대통령 역시 검찰 수사를 받게 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그동안 흩어져 있던 '집토끼'들을 불러 모으고 있는 것이다. 2019년 조국 수호 촛불집회를 주도하고, 지난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까지만 해도 이 후보에 비판적이었던 친문·친조국 성향의 개국본(개혁국민운동본부)도 대선 승리를 위해 이 후보로 집결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공유하고 있다. 이 후보에 부정적이고 오히려 윤 후보를 지지하는 성향을 보였던 친문 커뮤니티에서도 이날 문 대통령의 강력한 발언에 "윤 후보가 선 넘었다" "윤 후보가 사과해야 한다" 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간 이 후보 당선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아온 민주당 내 친문 인사들도 여권 대결집 분위기를 형성하는 모습이다. 당장 문재인 정부 청와대 출신 민주당 의원 20명이 국회 소통관에서 윤 후보 발언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공화국과 정치보복을 공약한 윤 후보에 맞서 3월9일 대선 승리로 대한민국과 문재인 대통령을 반드시 지키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내에서도 여권 결집 우려
이러한 여권의 비판에 국민의힘은 "윤 후보를 향한 문 대통령의 사과 요구는 선거 개입"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준석 대표 역시 "야당 후보 흠집 내기"라며 "앞으로 (대선까지) 28일간 청와대가 야당후보를 사사건건 트집 잡아 공격하려고 하는 전초전이 아니길 바란다"고 맞섰다. 그러나 당내에선 윤 후보의 발언으로 인한 여권의 지지층 결집에 대해 우려하는 기색이다. 윤 후보가 중앙일보 인터뷰 당시, 사전에 예상하지 못한 질문을 받고 '실언'성 답변을 한 것이라고 평가하는 당내 시각도 많다는 전언이다. 반문 지지층을 좀 더 확실히 결집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지만, 여전히 표심을 고민하고 있는 중도층이나 윤 후보를 약하게 지지하고 있던 호남 유권자 등이 이탈할 수 있다는 우려다. 최근 윤 후보가 연일 지지율 선두를 달리면서, 캠프 일각에서 이미 윤 후보가 당선된 듯 구는 언행에 대해 자중해야 한다는 분위기도 나타나고 있다. 윤 후보가 같은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한동훈 검사장에 대해 "독립운동처럼 수사를 해온 사람"이라며 향후 검찰총장 중용 의사를 내비친 것도 다소 섣불렀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Copyright ⓒ 시사저널(http://www.sisa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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