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분노한 조선족 김씨의 눈을 피해
고시원밖으로 도망쳐서
고시원뒷편 골목길을 방황하던 달콤이는
심장이 멈출만큼 큰 충격을 느꼈다.
땅에 떨어져있는 만원짜리 두장을 봤기 때문이다.
좁은 골목길,
오가는 사람도 없는 곳이지만
달콤이는
마치 다른누군가와 경쟁이라도 하는듯
급하게 움직여
번개와 같은 속도로
만원지폐 두장을 집어든다.
붉어진 얼굴. 덜덜떨리는 손.
살인을 저지르고
범행장소를 벗어나는 살인자도
달콤이만큼은 긴장하지 않을듯하다.
달콤이는 바삐 다리를 놀려
현장을 벗어난다.
바지주머니속에 재빠르게 감춘
만원짜리 두장을
손으로 꽉 쥐고서.
누가 자신의 어깨를 잡아채지나 않을까 두리번거리면서.
달콤이가 갈곳은 뻔하다.
술도 팔고 밥도 파는 동네식당 '근혜식당'으로 가는것이다.
2만원이면 찌개 하나에
소주두병은 마시고도
담배살돈까지 남을터.
달콤이는
빨라진 걸음으로 인해
소모하는 에너지만큼
더욱 허기짐을 느끼며
근혜식당으로 뛰어든다.
어디 구치소 독방에서
20년은 살다나온듯하게 생긴
과부 아줌마에게 급하게 주문을 하고
술부터 받아
첫잔을 급하게 입으로 옮기면서도
달콤이는
주머니속의 만원짜리 두장을 한손으로 꼭쥐고있다.
달콤이는 행복하다.
술이 아닌
손에서 나는 땀으로 흠뻑 젖은
만원짜리 두장이
달콤이를 행복하게 하고있는것이다.
찌개가 나오기도 전에
오이 조각 몇개로
소주한병을 다비운 달콤이는
소주 한병을 더 주문하고서야 긴장이 풀리기 시작한다.
기분좋게 오르는 취기를 느끼며
식당안의 티비를 느긋하게 바라보는 달콤이.
마침 티비에서는 뉴스가 나오고 있고
여러가지 정치 이야기가 진행중이다.
김정은 이야기, 대통령 이야기,
그런 뉴스를 보자
달콤이의 흐리멍텅했던 눈에 생기가 돈다.
취기도 올랐겠다~ 돈걱정도 없겠다~
달콤이의 입이 또 근질거리기 시작한다.
헛소리하다가
고시원에서 쳐맞는게 일상이지만
역시 개버릇은 남을 줄수가 없는것이다.
하지만 이야기도 듣는 사람이 있어야 할수있는법.
달콤이는
자신의 위대한 식견을 들을 기회를
누구에게 줄까하고 생각하며
식당안 손님 중 누가 만만한지 살피기 시작한다.
일단 거칠게 생긴 사람은 피하고,
조선족 김씨 닮은 사람도 피하고,
이윽고 어리숙해 보이는 남자 두명이 앉은 테이블을 타깃으로 정하고서
달콤이는 대뜸 그둘에게 반말로 말을건다.
" 전기차를 반대하면 빨갱이야! 알아?"
.
.
.
.
.
"그러니까.
옆테이블 손님 두명한테
이영감님이 폭행을 당했다 이거죠?
그 두명은 도망쳤고?"
동태찌개를 뒤집어쓴채
여기저기 얻어터진 모습으로
식당 바닥에 앉아있는 달콤이 옆에서
식당 주인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수첩을 꺼내들고 사정청취를 하고있다.
맞는게 일상인 달콤이지만
주저앉은채 끙끙거리며
앓는 소리를 내는걸 보면
이번에는 두명에게 맞은이유로
데미지가 심한듯하다.
그러나,
이미 경찰도 식당주인도
달콤이가 쳐맞은 꼴을 여러번 본터라
그들의 대화에는 일말의 동정도 섞여있지 않다.
사정청취가 끝나고
병원까지 데려다 주겠다는 경찰을 따라
달콤이가 비틀거리며 식당을 나서려하자
문을 가로막고 계산을 요구하는 식당주인.
달콤이는 엉거주춤한 자세로 주머니에 손을 넣어 계속 손으로 주물러 구겨진 만원지폐 두장을 꺼낸다.
달콤이의 손에서 만원짜리 두장을 나꿔채는 식당주인.
그런데.. 돈을 살피던 식당주인의 표정이 험악해진다.
"이 만원짜리 프린터로 인쇄한거구만?"
위조지폐 사용 현행범으로 수갑을 찬채
경찰차 뒷자석에 올라타게된 달콤이가
잠시 멈춰서고는 힘없이 경찰에게 말한다.
"경찰차도 전기차로 바꿔야해..
쌍용 전기차...
조국 한테 똑바로 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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