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에 살지 말고 역사에 살라”
“‘역사의 신’을 믿으라. 정의와 선과 진리는 반드시 승리한다.”
88년 1월 대통령 당선자 노태우는 궁정동 안가로 김준엽을 초빙해 국무총리직을 제안한다.
그날의 대화를 일기장에 이렇게 적어놓았다(『장정』 4권 참조).
“첫째, 노태우 당선자를 두 번 만난 일은 있지만 잘 모른다. 덮어놓고 중책을 맡는 풍토는 고쳐져야 한다.
둘째, 국정자문회의 의장을 맡게 되는 전두환씨에게 총리로서 내 머리가 100개 있어도 고개를 숙일 수 없다. 이건 내 개인의 문제만이 아니다. 내가 전씨 앞에서 굽실거리는 모양을 TV를 통해 보는 국민들, 특히 젊은층들은 실망할 것이다.
셋째, 나는 지난 대선 때 야당 후보자를 찍었다.
넷째, 나는 교육자다. 이 나라 민주주의를 외치다 투옥된 많은 학생이 아직도 감옥에 있다. 제자가 감옥에 있는데, 스승이라는 자가 어떻게 그 정부의 총리가 될 수 있겠는가.
다섯째, 지식인들이 벼슬이라면 굽실굽실하는 풍토를 고쳐야 한다. 좀 건방진 말이긴 하나, 나 하나만이라도 그렇지 않다는 증명을 보여줘야겠다.”
김준엽(1920년 8월 26일 ~ 2011년 6월 7일)
평안북도 강계에서 1920년에 출생하였으며, 일제시대에는 광복군으로 활동하였다. 해방 이후, 고려대학교에서 조교수와 교수를 거쳐 82년 고려대 총장을 역임하였다. 총장 재직시절 전두환 군부독재정권과 대립하다 1985년 강제적으로 사임당하였다. 2011년 6월 7일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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