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함없이..-
문을 열고 나갔을때, 서있는건, 다름 아닌 혁현이었습니다. 혁현이의 얼굴은 많이
무거워 보이는 얼굴이었고, 아무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우리집은 어떻게 알고 찾아 온것일까요?
지금의 나는 박현정이 아닌 이정아라서 이정아의 집은 모를줄 알았는데,
밖에 서있는 사람은 혁현이었습니다.
"어....?"
저는 조금 당황스러웠습니다. 굳이 밖에 서있어야할 사람을 따지자면, 연이어야 하지만,
참 황당하게도 서있는건 혁현이었습니다.
"저기.. 잠깐 시간있어?"
"학교갈 시간은 있는것 같아"
"그럼 학교 같이 가는 동안 얘기좀 하자"
"어..? 그..그래.."
혁현이는 표정은 변함이 없었습니다. 그냥 쭈욱 어두운 얼굴과 그다지 밝지만은
않은 그런 얼굴이었습니다.
"저기.. 할.. 얘기가.. 뭐...야?"
한참을 걸어왔는데도 불구하고, 혁현이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자기가 먼저
우리집에 찾아와 놓고서는, 걸어가면서 얘기를 하자고 말했고, 그래서 같이 걸어가면서
이야기를 하길 원하고 있었는데, 아무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냥 어두운 얼굴만
하고 있었습니다.
"저기.."
제가 할얘기가 무엇이냐고 묻고 나서도 한참을 말없이 걸었습니다. 학교가 눈앞에
보였고, 여러명의 학생들이 교문안으로 들어가는것이 보일때 즈음, 혁현이는
입을 열었습니다.
"미안해.. 어제 심한말 한거.."
"아.."
전 할얘기가 있다고 해서, 조금은 제가 박현정이었다는것을 믿어줄줄 알았는데,
다른 얘기는 없었습니다. 그냥 어제 심한말에 대한 사과를 할뿐..
"아냐.. 그 일이라면 잊었는걸.."
저는 조금 아쉬운마음으로 혁현이에게 대답했고, 저는 뒤돌아서 교문으로 향했습니다.
혁현이는 그 자리에서 계속 서있었고, 저는 그냥 그를 무시한채 걸어 들어갔습니다.
뭐 신경을 써봐야, 더이상 믿어줄 사람도 아니고 말이죠..
"다리는 좀 어때?"
갑자기 옆에서 누군가 말을 시켰습니다. 옆을 보아하니 연이었고, 저는
그냥 그런 그를 보고 웃으며 말했습니다.
"괜찮아요. 아직 뛰는건 무리지만.. 헤헤.."
"그래? 좀 부축해줄까?"
그는 제 팔을 올려 자신의 어깨에 둘렀습니다. 이 사람, 또 그 알약을 먹었나 봅니다.
"알약 먹었어요?"
"그냥 먹었어.. 사탕없으면 그냥 그런거 먹고 살아 하하"
그는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습니다. 그렇게 그의 부축을 받아 더욱 무리 없이
반까지 갈수 있었습니다.
"야 정아야!!"
"어..?"
반 앞에서 누군가가 뒤에서 불렀습니다. 절 부른 사람은 다름아닌, 지현이었습니다.
"오.. 여..옆에 누구야?"
지현이는 조금은 놀란듯한 얼굴로 저에게 물었습니다. 저는 그냥 웃으며 말했습니다.
"그냥.. 아는 사람이야.. 나 발 다쳐서 여기까지 부축해줬어.. 하하"
저는 그렇게 말을 하고 연의 얼굴을 보았는데, 연은 아무렇지도 않은가 봅니다.
그냥 멀뚱멀뚱하게 저를 쳐다보고 있을뿐 별다른 말은 하지 않았습니다.
"안녕하세요? 저 정아 친구 지현이에요 ^ ^"
"아.. 만나서 반가워요 지현씨 ^ ^"
지현씨? 초면에는 매너 좋게 한다는 말인가봅니다. 근데 왜 저를 초면에 봤을땐
반말을 하면서 정말로 구면인듯하게 말했던 이유는 뭘까요? 심히 고민해봅니다.
"정아 발아프니까 잘 챙겨줘요 ^ ^"
"걱정마세요!!"
"저는 좀 일이 있어서 가볼께요.. 그럼 ^ ^좋은 하루 보내세요~"
연은 처음부터 끝까지 미소로 지현이에게 말했습니다. 이사람, 지현이한테
관심있는건가요? 조금은 화가 납니다. 왜냐면, 전 솔로거든요.. 큭큭..
농담입니다.
"안녕히가세요^ ^"
지현이도 웃으며 얘기를 했습니다. 연은 계단을 내려가고 이내 제 시야에서 사라졌습니다.
지현이는 갑자기 저에게 바짝 붙더니 말했습니다.
"저사람 누구야? 되게 친절하다!! 생긴거 너무 멋져!! 근데 여름에 목폴라 티에
정장입은 사람을 보니 조금은 이상하다 얘.."
"저사람 원래 저래 "
저는 그냥 지현이에게 대충 말해 놓고 반안으로 들어갔습니다. 몇일 안왔다고,
그다지 바뀐건 보이지 않았습니다. 조금있다가 수업은 시작되었습니다.
혁현이가 저에게 한말.. 그냥 미안하다는 말밖에 들을수 없어서 실망입니다..
아마 혁현이는 변함없이, 마음엔 채연이 밖에는 없겠죠?
-그대란 사람-
오전 수업이 끝나고 어느덧 점심시간입니다. 늘 점심시간 매점은 항상 사람이
붐볐고, 빵과 음료수를 사기 위한 사람들의 전쟁터가 따로 없었습니다.
저는 그 안에서 무사히 나왔고, 발목에는 다행이 아무런 이상이 없었습니다.
"근데 요즘들어 너 기분이 울쩍했다가, 좋았다가 그러더라?"
"조울증인가 보지 뭐.."
저는 그렇게 대충 넘겼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혁현이만 보면 울쩍하고, 연이
대해주는 친절함을 보면 늘 웃는 저인데, 그렇게 보이는게 마땅하겠죠.
"너 집에가서 뭐할꺼야?"
빵을 사가지고 매점에서 나와 옥상으로 올라가는데, 밑에서는 혁현이와 채연이의
대화가 들렸습니다. 채연이는, 늘 웃는 모습으로 혁현이를 대했고, 혁현이 역시
한번도 우울한 기색 화난 기색으로는 채연이를 대하지 않았습니다.
"왜?"
"우리 혁현이가 심심해 하는데 이 누님께서 놀아줘야 되는거 아니겠어?"
"됬네요.."
저는 계단을 올라가다 말고 그 두사람의 대화에 귀기울였습니다.
"야 뭐해 안가고?"
지현이는 제가 계단을 올라가지 않자, 저에게 말했고, 저는 그냥 먼저 올라가라고
말하고는 둘의 대화를 조용히 듣기 시작했습니다.
"너 좋아하는 여자 있어 혁현아?"
"응...?"
채연이가 갑자기 묻습니다. 좋아하는 여자가 있느냐고, 없으면 대쉬하려는건가 봅니다.
"글쎄.. 잘 모르겠어.."
혁현이는 채연이 물은 대답에 모르겠다는 말을 했습니다. 저 대답은 무슨 뜻을
의미하는걸까요?
"모르겠다니?"
"좋아하는건지 아닌지 잘 모르겠다는 말이야.."
"마음에 둔 사람은 따로 있는거야?"
"응.."
채연이는 조금은 실망한 눈초리였습니다. 그 마음속에 있는게 저라면 정말 좋겠지만,
그럴리는 없겠죠..
"말해줄수.. 없어..?"
채연이는 조심스럽게 혁현이에게 묻습니다. 혁현이는 조금 망설이는듯한 얼굴이었고,
둘 사이에는 아무런 대화도 흐르지 않았습니다. 다만 채연이는 혁현이를 바라보고
있었고, 혁현이는 그냥 땅만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습니다.
"왜..? 말해줄수 없는거야..?"
채연이는 계속해서 혁현이를 보채고 있습니다. 혁현이의 입은 조금씩 조금씩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과연, 말을 하려는 걸까요?
"말하면..?"
혁현이는 채연이에게 묻습니다. 하긴, 말해봐야 뭐 채연이라는 애는 도와주기는 커녕
둘 사이에 방해를 놓고서는 자기가 게임을 위해서 혁현이에게 다가가겠죠.
"도와줄수있음.. 도와줄께"
말로만 저럴겁니다. 도와주다니요..? 저와 채연이는 환생을 위해서 이 세상에
내려 온것이고, 그 환생을 위해서는 혁현이의 마음을 뺏어야만 합니다.
"정말...이야?"
혁현이는 조금씩 말을 하려고 하는가 봅니다. 점심시간에 아이들의 떠드는 소리
뛰어다니는 소리는 더이상 들리지 않았습니다. 아니, 들을수 없었습니다.
온통 혁현이와 채연이의 대화에 귀기울이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 말만해!"
채연이는 상당히 기분좋은 말투로 얘기하고 있었지만, 땅만보고 있는 혁현이는
채연이의 얼굴을 보지 않아서 모르지만, 채연이의 얼굴은 절대 기분 좋은 얼굴이
아닙니다.
"내 마음속에서 좋아하는 감정인지, 아닌지 모르겠는 사람은.."
혁현이는 조금씩 입을 열었고, 말을 했습니다.
"너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