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
그렇게 한참을 울다가 쓰러져서 눈을 떠보니 어느덧 집이었습니다. 이 영감,
집으로 옮겼나 보군요. 그 영감은 무엇이든 할수있는 영감이었으니까요. 하지만, 어제는
그 영감 정말 맘에 안들었습니다. 여튼간 눈을 뜨고 주위를 둘러보니 아직도 컴컴했습니다.
시계를 보니 아직 새벽 3시를 가르치고 있었습니다. 아직은 더 자도 되겠습니다.
어차피 9시까지 서울역으로 가면 되니까, 시간은 널널 합니다. 근데 눈은 떳지만,
너무 울었기 때문에, 부어서 그런걸까요? 상당히 눈 뜨기가 곤욕스럽습니다.
"으.."
어제 저녁도 굶고 해서 배도 고팠습니다. 일어났는데, 어머니는 들어오셨습니다.
몇시에 이리로 옮겨졌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은, 알아서 옮겼겠지요.
냉장고 문을 열어보니 우유가 있었습니다. 우유를 꺼내서 컵에 따르고는 우유를
거침없이 원샷 했습니다. 근데 맛이좀 이상하네요. 냉장고 불빛으로 우유의 유통기한을
보니까, 1주일이 지났더군요. 저는 얼른 입안에 남은 우유를 뱉었습니다.
유통기한 지난거면, 알아서 폐기처분 해야지, 왜 남겨두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식탁을 보니까, 어제차려놓은거 그대로 있었습니다. 앉아서 조금 떠 먹었는데,
이상하게 손은 떨리고 눈에선 다시 눈물이 흘러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아무래도 어제 일때문인지 , 많이 힘들고 많이 울었는데도, 또 울음이 나옵니다.
정말, 제가 연을 좋아했기는 했었나 봅니다.
아침이 밝았습니다. 밥도 먹고 눈물도 많이 흘려서 덕분에 잠도 못잤고, 아침이 올때까지,
방안에 누워서 잠을 청해보았지만, 잠은 쉽게 오지 않았습니다. 어머니가 방안에서
나오셨고, 저도 방안에서 나왔습니다. 어머니는 저를보더니 말하셨습니다.
"너 오니까 자드라.."
"아.."
"근데 저 음식들은 뭐야? 밥 그릇이 2개던데.."
"아.. 그..그게.."
연이 어제 우리집에 왔었다고 말한다면, 어머니는 분명 싫어하시겠지요. 저는
얼른 머리를 굴렸습니다.
"어머니가 어제 일찍 들어오실줄 알고, 밥 같이 먹을려고 차려 놓은건데,
깜빡 잠이 들어버렸네요.. 하하.."
말해놓고, 무안합니다. 여튼간, 화장실에 들어가서 샤워를 하고 밖으로 나왔습니다.
어제 산옷을 뒤적거렸고, 옷을 입고 밖으로 나오니, 어머니가 놀라시며 말씀하셨습니다.
"왠.. 치..치마??"
"그..그냥 하하 친구가 골라줘서요.. 괜찮아요..?"
"옷 괜찮구나.."
다행입니다. 어머니한테 미친년 소리 듣지 않은게 다행이지요. 여튼간 밥을 먹고 나서,
대충 짐을 챙기고는 밖으로 나왔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어머니가 따라나오십니다..?
"왜..그래요 ?"
"우리딸 대려다 줘야지.."
"아.. 괜찮은데.."
"버스타고 가면 힘들잖아.. 어여 타"
"아.."
어머니는 차가 없으셨지만, 아버지께서 마침 출장가셨기 때문에, 집에 아버지 차가
있었습니다. 어머니 운전실력은 이정아로 되서 한번도 타본적이 없습니다.
과연, 타도 무방한것일까요?
"자 가자"
시동을 넣으시고는, 어머니는 출발하셨습니다. 비교적 안정적인 출발이네요..
그런데 계속 가고 있는데, 어머니께서 조금은 당황하신듯 보였습니다.
저는 어머니께 물었습니다.
"왜그러세요?"
"응...그..그게.."
딱 보아하니 길을 모르십니다.. 미치겠습니다. 하지만, 저에게 좋은 수가 생각났습니다.
저에겐 핸드폰이 하나 있었는데, 정말 당황스러운건, 그 어느 누구도 몰라서
광고 문자만 올뿐, 아무런 문자도 오지 않았습니다. 물론 산지 얼마 되지도 않았구요.
요번 수학여행 가서 번호좀 많이 얻어와야겠습니다. 여튼, 핸드폰으로 네이트 드라이브를
켜서 겨우겨우 서울역에 도착할수 있었습니다. 도착해 놓고 보니 정말 많은 친구들이
거기 있더군요.
"다녀오겠습니다!"
"아이구.. 내딸 4일간 못보겠네..?"
"하하.."
저는 그냥 웃고 말았습니다. 짐을 내리고 주위를 둘러보았습니다. 우리학교 남학생들도
보였고, 여학생들도 보였는데, 도무지 지현이나 후정이 민희를 찾기는 힘들었습니다.
결국 저혼자 이렇게 있다가. 반 정렬 해서 가게 될런지..
"정아야! 이정아!!"
뒤에서 누군가 불렀습니다. 뒤를 보니 저 멀리서 혁현이가 뛰어오고 있었습니다.
정말 다행입니다. 저는 반가운 얼굴로 혁현이를 맞이했고, 혁현이는 저를 보더니 말했습니다.
"우와.. 우리 현정이 되게 이쁘다.."
"저...저기.."
"응..?"
"그냥 정아라고 불러.. 애들이 오해하면 그렇잖아.. "
"아.. 그래.. "
혁현이는 웃으며 저에게 말했습니다. 여튼간, 혁현이와 시간이 될때까지 같이 있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무언가 이상한 소리가 들렸습니다. 자세히 들으니 혁현이 주머니에서
나오는 소리였습니다. 혁현이는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더군요. 통화를 하는데,
혁현이의 표정은 그다지 좋지만은 않네요.
"누구..야?"
혁현이의 통화가 끝나자, 저는 물었습니다. 혁현이는 선뜻 말을 못합니다.
대충 눈치를 보니, 채연인듯 싶었습니다.
"채연...이야..?"
혁현이는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래도 혁현이가 저를 떠나지 않을거라는 확신이 섭니다.
더이상, 채연이의 유혹따윈 넘어가지 않을꺼라 저는 믿습니다. 아니, 꼭 그럴거니까요.
저는 이제 더이상 그 생각을 하지 않고, 혁현이에게 웃으며 물었습니다.
"너 핸드폰 번호가 뭐야..?"
저는 제 핸드폰을 꺼내 번호를 찍어달라고 말했습니다. 혁현이는 선뜻 응했습니다.
번호를 찍고 나서 혁현이는 물었습니다.
"너 핸드폰도 있었어?"
"난 원시인 아니야 .."
저는 농담스럽게 혁현이에게 말했습니다. 우린 서로 웃으며 얘기 했고, 저는
이 분위기가 좋습니다. 더이상 암울해지긴 싫습니다. 우린 아무것도 필요 없이
이 상태로만 가면 되는겁니다.
-흔들림-
기차를 탔습니다. 같은 반끼리 한칸씩 타는것같았습니다. 저화 민희 그리고 후정이
지현이 이렇게 4명이 앉으니까 딱이였습니다. 우린 MP3로 노래도 듣고,
카드게임도 하면서 심심치 않게 여행을 했습니다. 그렇게 한참을 떠들도 노니까.
슬슬 피곤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잠은 얼마 자지도 못했구요.
"저기.."
"왜그래 ??"
"나 좀 잘께.. 어제 잠 못자서.."
"기집애.. 또 빼기냐..?"
"미안해 어제 새벽 3시에 일어났어"
"왜..?"
'왜?' 라는 대답에 조금은 당황했지만, 저는 그냥 웃으며 말했습니다.
"너네 보고 싶어서!"
"아으!!"
친구들은 모두다 웃었고, 저도 웃었습니다. 저는 창문에 기대어서 잠을 청했습니다.
빠른 속도로 지나가는 풍경들이 이색적이었습니다. 푸른 들판에 가을이라 단풍도
들기시작한 나무도 있고, 수학여행이라는건 아마 이런것 조차도 즐거운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경주에 도착했습니다. 수많은 학생들은 기차에서 내렸습니다. 고 2학생들 뿐이었지만,
우리학교 고 2의 총 학급수는 14반까지 있어서 상당히 많은 학생들이 타고 있었습니다.
내리고 나서 학생수 정리를 하고 우리는 곧바로 역을 빠져 나와 버스를 타고는
숙소로 향했습니다. 정말 좋았던건, 우리 숙소는 바닷가와 근접해서, 심심하면
바닷가에 나와서 놀았다는 점입니다. 불국사 부터 시작해서 여러가지 관광지도 가보고,
쉬는 시간이면 방안에서 뒹구는것 보다는 밖에 나와 사진도 찍고 그랬습니다.
"8시인가..?"
숙소에 들어와 밥을 먹고 방안으로 들어와서 시간을 보니 어느덧 8시 였습니다.
밖은 많이 어두워졌습니다. 여름이 지나서 그런지 확실히 빨리 해가 지더군요.
밤 10시까지는 쉬는 시간이었습니다. 저는 화장실에도 가기 위해서 밖으로 나왔습니다.
그런데, 낯익은 사람 두 명이 계단으로 내려가는것이 보였습니다. 얼른 따라가 보니,
그 둘은 혁현이와 채연이었습니다. 둘이 어딜 그렇게 급히 가는것일까요?
"뭐지..?"
저는 혼자 중얼거리고는 둘을 조용히 뒤쫒아 같습니다. 어두워진 바닷가에
조용히 들리는 파도소리와 함께 서늘한 바닷바람이 저를 감싸고 돌았습니다.
아마 저 둘도 그런 느낌일까요? 둘은 한참을 해변을 걸었습니다. 둘은 많은
이야기를 하는듯 싶었습니다. 둘의 대화는 들을수 없었습니다.
많은 거리를 두어야 들키지 않으니까요. 채연이가 많이 추운것 처럼 보였습니다.
몸을 웅크렸는데, 혁현이는 자신의 겉옷을 벗어 채연이에게 입히는것을 보였습니다.
조금은, 당황했습니다. 하지만, 전 이렇게 믿고 싶었습니다. 정리하러 가는것으로..
혁현이는, 그럴수 있는 애니까요..
갑자기 둘이 멈춰섰습니다. 저는 가던걸음을 잠시 멈추었습니다. 혁현이는, 채연이에게
뭐라고 말하는듯이 보였고, 채연이는 혁현이의 팔을 붙잡고 고개만 설레설레 흔들었습니다.
역시, 혁현이는 채연이에게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정리하려는것 처럼 보였습니다.
이윽고, 채연이는 우는듯 했습니다. 혁현이는 다가가 다독였습니다.
마음 착한 혁현이는 그럴수 있습니다.
근데... 저를 울게 만든건..
채연이가 갑자기 혁현이를 끌어 당겨 자신의 입과 혁현이의 입을 맞추는것이 보였습니다..
상당히 오랜시간동안 그러고 있는것 같았습니다.
저는... 눈물이 났습니다.. 연마저 사라지고, 믿을사람은 혁현이밖에 없었는데..
지금 혁현이의 모습은... 흔들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