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번의 이별-
전 그렇게 눈물만 흘리며 바라볼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렇게 울고 있었습니다.
한없이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그 둘은 오랜시간 그렇게 키스를 하고 있었습니다.
혁현이의 반응은 더욱더 절 슬프게 만들었습니다. 싫다는 반응을 했어야 했지만,
도저히 그렇게 보이지 않았습니다.
얼마나 지났을까요? 둘은 서서히 떨어졌습니다. 채연이의 가식적인 수줍어 하는 모습,
그리고 혁현이의 무덤덤한 표정.. 모두 저를 가슴 아프게 만들었습니다.
혁현이는 저를 보았습니다. 당황했습니다. 저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더이상 혁현이의 얼굴은 마주 할수 없을것 같았습니다. 저는 뒤돌아 걸었습니다.
뒤에서 혁현이가 뛰어 오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저는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자..잠깐만!!"
혁현이는 따라와서 저의 팔을 잡았습니다. 하지만, 전 뿌리쳤습니다. 계속해서
혁현이가 저의 팔을 붙잡고 저의 갈길을 방해하자 저는 홧김에 화가나서 뒤돌아
혁현이의 뺨을 때렸습니다.
"놔..."
혁현이는 가만히 있었습니다. 저한테 맞을줄은 몰랐던것이죠. 제가 혁현이 하나때문에,
소중한 사람 까지 죽여야만 했던, 그런 사람이 됬어야 했습니다. 고작 이런 녀석
하나때문에, 갑자기 혁현이가 마구 증오 스러웠습니다. 혁현이는 저를 바라보고는
말했습니다.
"얘기하자.. 내가 모든걸 말해줄께.."
저는 눈물이 아직도 흐르고 있는 눈으로 째려보며 말했습니다.
"구차한 변명따윈 듣고 싶지 않아.."
저는 그렇게 쏘아붙히고는 뒤돌아 숙소로 돌아갔습니다. 혁현이는 더이상 쫒아 오지
않았습니다. 내심 쫒아와주길 바랬습니다. 그랬다면, 저에게 조금의 미련이라도
더 있었던것일 테니까요. 하지만, 혁현이는 쫒아오지 않았습니다. 이젠,
저도 혁현이를 잊고 다른 사람을 찾았어야 했는지도 몰랐습니다.
울며 들어오니, 민희와 후정이 그리고 지현이가 저에게 달려오며 물었습니다.
"야 어디갔다.. 헉!! 너 왜그래??"
모두들 퉁퉁 부은 눈과 눈물 자국을 보며 말했습니다. 아무것도 아니라면서
숙소에 들어왔고, 거울을 보니 상당히 슬퍼보이는 얼굴이었습니다. 얼굴이
말이 아니네요. 전 제 얼굴을 보자 또 울기 시작했습니다. 왜.. 왜 하필 저는
남자애 하나때문에 이런 몰골까지 됬어야 했을까요? 그런 한심한 저때문에
다시 눈물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친구들이 달려와 절 다독거렸지만,
그 다독거림은 더욱더 절 울게 만들었습니다. 왜냐면, 그렇게 다독거려주면, 오히려
더 편해져서, 눈물이 많이 나오기 때문이죠.
다음날 아침, 일어나긴 했지만, 어제 바닷바람을 많이 쐬고, 못볼걸 봐버려서 그런지,
열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어른들이 그러는데, 수학여행 가서 병걸리면 제일 바보라던데,
전 바보 됬나봅니다. 머리도 멍하고, 눈도 멍하고, 완전 바보된 느낌입니다.
아이들은 모두들 학교 일정에 따라 밖으로 나갔지만, 전 숙소에 남아 잠을 청했습니다.
눈을 감아도, 그 장면이 보이고 눈을 뜨면 혁현이 얼굴만 아른거렸습니다.
잊을때가 되면, 이렇게 잊기 힘들게 방해하는것일까요..? 한동안 혁현이와 즐거워
하며 시간을 보낼땐, 늘 뒤를 돌아보곤 했습니다. 혹시나 연이 있을까봐..
"탁!!"
무언가 부딪히며 깨지는 소리가 났습니다. 신경쓰지 않고 잠을 청하려고 눈을 감았습니다.
하지만, 이 소리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소리입니다. 전 눈이 번쩍 뜨였고, 얼른
몸을 일으켜 복도로 나갔습니다. 사탕이 바닥에 깨져 있었습니다. 하지만, 복도엔
아무도 없었습니다. 사탕이 떨어진 자리를 가보았습니다.
주위를 둘러보았을땐 아무도 없었습니다. 저는 윗층까지 뛰어올라가고,
밑층까지 다시 내려왔지만, 그 누구도 이 숙소에선 찾을수 없었습니다.
전, 아픈 몸을 이끌고 그렇게 뛰어 다녀서 그런지, 머리가 또 아파오기 시작했습니다.
몸은 말을 듣지 않았고, 저는 난간을 붙잡고 겨우겨우 올라왔습니다.
"아... 머리야.."
하지만, 그 깨진 사탕... 분명 연과 비슷했습니다. 아무도 없는 이 숙소에서,
누가 이런 일이 가능하겠습니까? 귀신이 아니면 불가능한 일이겠지요..
아.. 아파서 환청을 들은것일수도 있습니다. 연은 죽고 없습니다. 이제 서서히
그만 생각하고 차차 잊어야 하는데, 그건 힘든가 봅니다.
-귀가-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아픈건 조금은 나아졌지만, 완벽히 나아진건 아닙니다.
오늘 집에 돌아오기까지 혁현이는 자주 마주쳤습니다. 혁현이는 계속해서 저에게
말을 걸려 했지만, 제 주위에는 친구들이 있었고, 저는 그런 혁현이를 무시했습니다.
더는 신경 쓰고 싶지 않았습니다. 혁현이의 변명을 듣고 그 변명을 믿어버릴것 같은
저는 바보 입니다. 그걸 믿고 또 힘들어 하긴 싫습니다. 이젠, 저도 힘들어서
참을수 없습니다.. 더이상은 아프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그 누구도 아파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혀..현정아.."
집에 도착하고 조금 집에서 쉬다가 잠깐 슈퍼에 들러 우유를 사려고 밖으로 나왔을때,
누군가 저를 불렀습니다. 제 원래 이름을 부른 사람을 보아하니, 그건 혁현이었습니다.
목소리도 남자였기때문에 별 의심 없이 그냥 무시하고 지나갔습니다.
"저기.. 제발 내말좀 들어봐.."
"놔! 나는 너랑 할얘기 없어.."
저는 끝까지 잡고 저를 놓치 않는 혁현이에게 말했습니다. 하지만, 혁현이는 정말
무언가를 꼭 말하고 싶은 눈이 었습니다. 하지만 , 전 듣고 싶지 않았습니다. 제가 본
그 상황만으로도 혁현이의 마음을 알수 있었으니까요.
"정말 그 상황.. 아니야 정말!"
"거짓말마!!"
저는 혁현이에게 소리쳤습니다. 혁현이는 자꾸 이러는 제가 밉기도 했는지,
어쩔줄 몰라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더니 혁현이는 저에게 단호하게 말했습니다.
"내말 들어! 그때, 난 채연이를 억지로 끌고 나왔어! 내겐 정아가 있고, 더이상 내게
이러는거 불편하다고!"
혁현이의 말은 진실이 담겨있었습니다. 저는 계속해서 혁현이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왠지, 제가봤던건 그냥 상황이었고, 무슨말인지는 몰랐습니다. 너무나 먼거리에서
그냥 두 사람의 형상이나 겨우 볼수있었으니까 말이죠. 그땐 어두워서 더욱더
얼굴을 자세히 볼수 없었습니다.
"채연이는 울었어! 슬펐겠지! 근데, 갑자기 내 눈에 뭐가 들어갔다는거야!
그래서 갑자기 내 얼굴쪽으로 가까이 했고! 솔직히 뭐가 들어가서 따갑긴 했거든..
그래서 때내어주다가 갑자기 나한테 키스를 한거야.."
"그래서..? 그거 상황 하나면 충분하지 않아?"
"근데, 난 원치 않았어!"
"뿌리 쳤어야지!"
"근데, 채연이가 한말이 내 맘을 너무 아프게 했어.."
"어..?"
혁현이의 말은 채연이의 말이 정말 슬프고 자신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고 했습니다.
채연이는 그런 가식적인 모습으로 혁현이에게 연기를 했던것이지만, 혁현이는
그게 가식인지 연기인지 구별을 못하는듯 했습니다.
"이대로 자기를 떠나면, 난 너무 슬프고 어쩔줄 몰라하다가 그냥 죽어버릴것만
같데.. 그래서.. 그래서 그런거야.."
"여자친구 있는 너는.. 아무런 사이도 아닌 그냥 단순히 조금 친한 이성친구일 뿐인
채연이의 말을 너무 잘 믿는구나..? 난 그것에 대해서 실망한거야.."
난 그렇게 말을 하고선 슈퍼로 향하던 걸음을 계속해서 이어갔습니다. 혁현이는
다시 뛰어왔고, 저를 붙잡았습니다.
"놔.. 이제 할얘기 없잖아? 그리고 우리 지금 사이.. 안되.. 우리 서로 너무
이해 못하는것 같아.. 그만하자.. 이제... 힘들어 더이상 안되겠다.."
"어..?"
혁현이의 눈은 흔들렸습니다. 하지만, 저는 씨익 웃으며 말했습니다. 정말 힘들고
눈물이 튀어나올것만 같았지만, 꾹 참고 말했습니다.
"나.. 연을 좋아하게 됬어.. 너같이 줏대 없이 아무대나 이리저리 끌려다니는 너랑은
다른, 그런 사람.. 연을 좋아하게 됬어.. 이제.. 우리 안녕.."
저는 그렇게 말을 해놓고선 뒤돌아 뛰어갔습니다. 거짓말인거 아는데..
그냥 생각난건 연밖에 없는데, 그렇다고 지금 세상에 없는 연한테 거짓말을 한게
너무나도 미안했습니다. 단지 혁현이와의 관계가 힘들다고.. 그냥 그렇다고,
전 현실을 도피한것 밖에 되지 않습니다. 저는 그런 년일 뿐입니다.
전 어릴때부터 늘 그랬습니다. 제가 맘에 안들고 제가 불리할때면, 늘 현실을 도피하기
위해서 거짓말을 하기 일수였죠.. 그렇게 하다가 저는 연을 떠나보냈고, 지금은...
지금은... 아직도 마음에 남아있고, 없으면 죽을것 같은 혁현이와의 관계는
정리가 되버렸습니다. 아직.. 제 마음은 정리가 되지 않았지만 말입니다.
사랑은 늘 저에게 말했습니다. 나는 너를 찾아간다고, 찾아가면 날 반겨 달라고,
하지만 전 늘 사랑에게 말했습니다. 너가 날 찾아오면, 난 힘들어질것 같아
너를 피해 멀리 도망갈것이라고.. 힘들게 나를 쫒아오면 너도 지칠꺼라고..
그러니 나에게만 오지 말라고..
하지만, 사랑은 저를 끝까지 쫒아와 저를 2번이나 아프게 했습니다.. 사랑도
똑같이 2번 아플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