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하길바래-
집에 돌아와서 픽 쓰러지고는 바로 잤나봅니다. 일어나니 어느덧 일요일이었고,
아버지와 어머니는 아침일찍 성당 나가셨습니다. 어머니 아버지께서는
어릴때 매일 나갔다고 했는데, 도무지 기억이 나야 말이죠.
"하암.."
일어나자마자 기지개와 함게 밀려드는 하품은, 받은 충격보다 2배나 큰
평온함을 찾게 만드는듯 했습니다. 현실은 그렇지 않은데, 오랜만에
길고 달고 맛있는 잠을 잔것 같았습니다. 매일 학교 갈때면 귀찮았고,
늘 아침에 일어나는게 곤욕스러웠지만, 어제같은 경우는 길고 푹 잤습니다.
"흑.."
그렇게 일어나서 쇼파에 앉았는데, 다시흐르는건 눈물입니다. 왜 자꾸 눈물이
나는걸까요? 저는 스스로 화가나서 정말 눈을 뽑아버리고 싶은 생각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싫고 화나고 짜증나는 눈물을.. 닦고 싶지 않은 이유는 뭘까요?
"띵동"
"누구세요?"
문을 열어보니, 연이 서있었습니다. 물론, 차가운 표정은 변함이 없었습니다.
그는 무슨 말을 하고 싶었던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우리 둘다 아무런 말도 없었습니다.
저는 씨익 웃으며 먼저 말을 꺼냈습니다.
"이번엔 안놀래켰네요?"
"응.."
연의 말은 어둡고 칙칙하게 깔렸습니다. 이런 목소리와 음성 좋지 않은데 말이죠.
"근데 왜 왔어요..?"
"행복해.. 꼭.."
"네..?"
그는 저에게 말했습니다. 행복하라고.. 하지만, 그는 어제부터 저와 눈을 마주치지
않았습니다. 억지로, 연을 힘들게 할 마음은 없었습니다. 저는 계속 웃으며
말했습니다.
"네! 꼭 행복할께요.. 연도 행복해요!"
"간다.."
연은 그렇게 말을 남기고는 이내 사라져 버렸습니다.
언젠가 한번 누군가에게 들었습니다. 귀신은 다리가 없다고, 연은 다리가 있었습니다.
언젠가 한번 누군가에게 들었습니다. 귀신은 무섭고 나쁜거라고, 연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언젠가 한번 누군가에게 들었습니다. 귀신은 차가운 존재라고, 연은 따뜻했습니다.
무엇보다도, 연은.. 절 기쁘게 만들었습니다.
-종료-
그렇게 연이 떠나가고 나서 저는 집에 있었습니다. 아까 까지만해도, 쇼파 위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던 저였는데, 연을 보고 나서는 눈물이 나지 않습니다.
냉장고 문을 열었을때, 먹을게 없는걸 느꼈을때, 전해져오는 이 좌절감은
말로 표현하기 힘듭니다.
"또 사러 나가야겠다.."
저는 사러 나가기 위해서 대충 옷을 껴 입고는 돈을 가지고 밖으로 나갔습니다.
"끼익"
문을 열고 엘리베이터를 누르고 기다렸습니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을땐,
채연이가 그 안에 있었습니다. 채연이는 저를 보더니 말했습니다.
"타"
"응.."
어차피 탔어야 했습니다. 귀찮게 계단을 사용하긴 저도 원치 않았습니다.
채연이는 문이 닫히자마자 저를 보더니, 전과는 다르게 조금은 힘없이 웃었습니다.
그러고는 입을 열어 말했습니다.
"나.. 마음 독하게 먹었었는데.."
채연이는 울고 있었습니다. 늘 재수없고, 가식적이었지만, 오늘 그녀의 모습은
전혀 전과는 색달랐습니다.
"응..?"
채연은 저를 보고 있다가, 다른곳으로 눈을 돌렸습니다. 그러고는 말을 이었습니다.
"고마워.."
"어..?"
"그리고 미안해.."
채연이의 말은 정말로 저를 믿기 힘들게 만들었습니다. 지금 연과 채연 둘이 짜는걸까요?
오늘 날짜를 생각해보면 만우절이 아닌데, 왜 그 둘의 말은 절 자꾸 설레게 하고,
고맙게만 느껴지는걸까요? 아무리 제가 바보같고 미련하지만, 가식과 진심은
구별할수 있었습니다. 특히, 채연이처럼 드러나는 가식과 진심은..
"나.. 맘 독하게 먹고, 이 게임 이겨서 환생할려고 했는데, 그게 아니야.. 환생보다
더 중요한걸 얻었고, 알았어.. 죽기 전에도 늘 사람들한테 손가락질 받았어,
저런 기집애는 나중에 꼭 큰벌 받을꺼라고, 그거 알아? 난 살아 생전 어느 회사
경영인이었어.. 정말 잘나갔는데, 나랑 결혼하려는 남자도 많았고,
나 공부도 잘했다? 근데.. 너무 잘난척도 심했고, 사람들에게 원망만 사고, 늘
회사의 이익과 나한테만 득될것만 찾다보니, 어느날 난 살해 당했어.."
그녀의 일생은 정말 눈부시도록 파란만장 했습니다. 과거에도 저런 성격이었고,
지금도 이런 성격이었습니다. 과거에는 그런 성격때문에, 살해 당했고, 지금은
게임에 지게 되었습니다. 물론, 그건 제 생각이지만, 이 게임은 제가 이겼습니다.
하지만, 다시는 게임이라고 생각하고 싶지 않습니다.
"근데, 이 게임 꼭 이겨서 나 죽인사람 복수하고 그럴려고 했는데,
나 사랑이라는거 어떤건지 알았고, 이익보다는 내가 손해를 보면서 느끼는 감정도
어떤것인줄 알았어, 그리고 패배라는게 어떤건지 알았고.."
"띵동"
어느덧 문은 열렸습니다. 그 짧은 시간동안 나는 많은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채연이는 엘리베이터에서 내렸고, 저도 내렸습니다. 채연이는 계속해서 걸어가면서
말했습니다.
"학교가자"
"응..?"
"게임의 종료를 알려야지.."
"응.."
"가면서 얘기나 하자.."
"어.?어..어어.."
그녀는 정말로 깨끗히 게임을 포기했습니다. 그리고 그녀의 말에는 거짓이 없었습니다.
정말 그녀가 나에게 했던 일, 그리고 혁현이에게 했던 일이라면, 지금 이 상황도
모든게 가식이고, 사기나 거짓말이어야 합니다. 하지만, 절대 그녀의 표정은
그렇지 않습니다..
"너 안믿고 있지?"
"뭘..?"
"나.. 지금 갑자기 사람이 한순간에 개과천선하니까 이상하지..?"
"솔직히 그래.."
"이번에.. 정말 이번에.. 나 믿어줄래?"
"응..?"
"나 여지껏 누구한테 믿어달라는말 하지 않았어... 그리고 너와 혁현이의 둘 사이를
보고 느꼈어.. 믿음이라는게 서로에게 얼마나 중요하고, 살면서 얼마나 중요한것인지를
말이야.. 이번은.. 나 믿어줄래..?"
"응!"
저는 상쾌하게 대답했습니다. 의심할 여지가 없었습니다. 우리는 그렇게 곧장
학교로 향했습니다. 우린 일요일이라 잠긴 문을 통과했고, 2학년 12반 교실로 향했습니다.
계단을 올라가는데, 채연이는 웃고 있습니다. 하지만, 무언가 눈에서 반짝 거렸습니다.
아마 그건 눈물일겁니다.
"끼이익"
사물함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늘 칙칙하고 어두운 이 지하세계 통로는,
늘 저를 무섭게 했지만, 오늘만큼은 아닙니다. 그렇게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오늘따라 저의 발걸음은 가볍습니다. 무거운 철문을 같이 열고 들어갔습니다.
"상제님!"
"무슨일인가..?"
"그 게임.. 제가 졌어요 하하"
채연이는 아무렇지 않게 말했습니다. 그 영감의 눈은 조금 흔들렸고, 저를 보는
눈빛이 예사롭지 않았습니다. 그는 헛기침 한번 하고는 말했습니다.
"그럼 채연이 너가 진거고, 정아 너가 이긴거다.."
"네 "
채연이의 대답은 힘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있었습니다. 무언가에 실패해서
좌절해서 힘들어 하는 그런 대답이 아닌.. 말그대로 정말 자신이 원해서
하는듯한.. 그런 시원한 대답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