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게임은 종료됬습니다. 채연이의 한마디로, 우리는 더이상 볼일도 없을겁니다.
물론, 마지막의 채연이의 모습은 제 가슴속 깊은곳에 두고두고 간직 할겁니다.
채연이의, 힘들었던 시절들, 그리고 채연이가 내게 악독하게 대했던 그때..
모두, 이젠 추억이 되고, 더이상은 볼수 없는건가요?
채연이는 그 안에서 나오지않았습니다. 나올수 없었던것일까요?
약속대로, 그 영감은 절 환생 시켜줄지도 의문입니다. 이제 나름대로 이 정아로
사는것, 그리고 이 정아로 사귄 친구들, 그리고 가족들.. 모두다 익숙해졌습니다.
지금 당장 현정이로 돌아간다고 해도, 죽은줄만 알았던 제가 돌아온다면,
모두들 당황할게 분명합니다. 그리고 정아라는 사람은 사라졌을테구요..
"하아.."
전 그렇게 한숨을 쉬고는, 학교밖으로 나와 운동장으로 나왔습니다. 일요일에
적막한 운동장은 저의 기분과는 달랐습니다. 한번 빙글 돌아 돌아보았습니다.
이젠 이 정아로 써 이 학교를 보는건 오늘이 마지막일테니까 말이죠.
천천히 집으로 걸어갔습니다. 학교에서 우리집까지는 뛰면 2분정도밖에 걸리지
않습니다. 늦게 일어나도 학교가는데 지장이 없어서 너무 좋은것 같습니다.
전에 현정이 일때는, 정말 멀었는데.. 지금은 너무 가까워서 탈인듯 싶습니다.
"당신의 나라에~ ♪ 어둠이 내려도~ 조금도 무섭지 않네요~♬"
제 밸소리가 울렸습니다. 핸드폰을 꺼내어 보니 전화번호는 혁현이었습니다.
"잘 잤어?"
"고마워.."
"바보야.. 아프지마.. 아프면.. 내가 쉽게 널 떠날수가 없잖아.. 그렇게 떠날수
없게 만들어버리고.. 그렇게 아파서 있으면.. 내가 너한테 너무 미안하잖아.."
저는 혁현이에게 그렇게 말했습니다. 이젠, 혁현이에게 좋은 모습만 보여줄수
있을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미 저는 혁현이에게 나쁜 모습만 보여준걸요?
"미안해.."
"아냐.. 나야말로 미안해.. 저번에 했던말.. 정말 이러면 안되지만, 그냥 잊어줄래?"
"어..?"
혁현이는 당황했습니다. 정말 이런말 꺼내는 제가 밉습니다. 이럴거면, 아예
말을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그냥 그 현실이 싫어서, 맘에도 없는 거짓말을 하다니..
전 바보인가 봅니다. 한참을 맞고 또 맞아야 정신을 차리는 년인가봅니다.
"사랑해..."
"어..??"
저는 울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눈물은 어느때 처럼 슬퍼서 우는게 아닙니다.
정말 기쁘고 한없이 좋아서 흘리는 눈물입니다. 전 울면서 혁현이에게 말했습니다.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이 바보야.."
-일어나다-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어머니 아버지는 들어 오셨습니다. 아버지께서는
마루에서 티비를 보시고 계셨고, 어머니는 부엌에서 나와 방으로 들어가셨습니다.
이제 이런 평온한 가정 못보는건가요?
"정아야"
"네?"
"너 무슨 고민있니?"
"왜요..?"
"너 늘 눈이 부어있더구나.. 피곤한거니? 아니면 울은거니?"
아버지께서 티비를 보시고 계시다가, 저를 보시며 말씀하셨습니다. 전 아버지께
걱정을 끼쳐드리고 싶지 않았습니다. 이제 오늘이 마지막이 될테니까요.
전 아버지한테 다가가서 아버지를 끌어 안고 말했습니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사랑해요"
아버지는 조금은 당황하신듯 했습니다. 늘 아버지라고 불렀고, 처음엔 너무
당황스럽고, 그저 옆집 아저씨만 같았던 지금의 아버지에게 전 어느덧 정말
진짜 아빠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물론 지금의 어머니한테서두요..
전 지금의 가족이 많이 그리울껍니다.. 자고 일어나면 전 박현정이 되어있을테고,
이 정아라는 사람과 이 정아의 가족은 사라지겠죠..
그리고 이집도 누군가가 살고 있을테구요..
전 저녁을 먹기 위해 밖으로 나왔고, 어머니와 아버지의 눈치를 살폈습니다.
두분은 늘 평상시 같았고, 저역시 오늘은 평상시처럼 행동하려 했지만, 이 기분..
너무 날아갈듯 좋고 신기한 기분입니다. 죽었는데, 다시 환생한다는 느낌..
과연 어떤 느낌이 들까요..? 상상으론 가늠할수 없는 느낌일것 같습니다..
"잘먹었습니다!"
저는 저녁을 먹고 일어나 방안으로 들어왔습니다. 왠지 졸음이 쏟아 집니다.
이렇게 졸려서 침대에 누워 자버리면, 다시 환생이 되는건가요?
쉽게 잠에 빠져들었습니다.
"박현정!!"
"아..??"
"아..??? "
저는 누군가에게 맞아서 깨어 났습니다. 눈을 떠보고 보니, 수학선생님이 상당히
어이없고 황당하신 표정으로 저를 보시고 계셨습니다.
"환생한건가.."
혼자 중얼 거렸습니다. 선생님은 기가 차신지, 한숨만 나오시더니 저에게 말하셨습니다.
"환생? 얘가 시작하자마자 얼마나 됬다고 잠에 들더니 이젠 아주 끝날때 까지
대놓고 자요.. 내가 얼마나 오랫동안 자나 봤다.. 아주 그냥 분필을 던져도 모르더만?"
"하하.."
"웃음이 나오지 박현정??"
"죄송해요.."
이제서야 깨달았습니다. 지금 상황은 꿈이 아닌 현실이라는것을.. 물론 제가 겪었던건
모든게 현실이고, 지금 이 상황도 그 영감이 꾸며놓은거겠지요.
다행입니다. 모든게 이상하지 않아서..
"너 요번에도 수학 못.."
"띵동 댕동"
수학선생님은 한 5초간 지긋이 째려보시더니 뒤돌아 책과 분필등을 챙겨 들고는
밖으로 나가셨습니다. 저는 아직 잠이 덜 깼나 봅니다. 이제 박현정으로써의
생활은 오랜만입니다. 오랜잠에서 깨어나서 몸이 제 몸같지가 않습니다.
"잘 잤어?"
누군가 뒤에서 저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응?"
"피곤한거야?"
혁현이는 제 뒤에서 웃으며 말했습니다. 저도 웃으며 말했습니다.
"공부해야 되는데 깜박 잤나봐"
"으이그.."
혁현이는 그렇게 말을 하고는 웃었습니다. 오늘따라 밝은 햇살.. 저의 마음도
따스하게 비춰줄수 있을까요? 창밖을 보니 저는 오랫동안 잤나봅니다.
꿈에선 가을이었는데, 일어나니 겨울이었습니다. 전 계절이 바뀔동안
잠을 자고 있었나 봅니다. 겨울치고는 너무 따스한 햇살.. 왠지 기분 좋게
제 몸을 감싸 돕니다.
" 자가자!"
학교가 끝나고는 혁현이와 같이 집을 가기 위해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혁현이는 갑자기 뒤에서 나타나더니 같이 길을 걸어 내려갔습니다.
"오늘 있잖아"
혁현이는 말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늘 같은 학교에 매일 보는 얼굴이었는데,
오늘은 색달랐습니다. 혁현이는 아프지 않은것 같으니까요. 저때문에 상처 받지 않고
채연이라는 애때문에 힘들어 하지 않아보였으니까요.. 이젠 현실입니다.
"와 정말 웃겨서 하하하"
혁현이는 얼마나 많은 말을 하고 싶었는지 저에게 쉬지 않고 말을 했습니다.
그동안 박현정과 없어서 그런걸까요? 풋.. 모든건 없던 일인데 무슨 할말이
많겠습니까? 이런 생각.. 이제 그만해야죠..
"어..?"
누군가가 제 옆을 지나갔습니다. 뒤를 돌아보니 어디서 많이 본 사람의 모습이었습니다.
전 혁현이에게 잠깐만 기다리라고 한뒤 그 사람의 뒤를 쫒아가 붙잡았습니다.
"여..연..?"
연이었습니다. 그사람은 연이 확실했습니다. 입에는 사탕을 물고 있었고,
얼굴이 하얗고 목폴라 티에 검정 스프라이트 정장은 변함이 없었습니다.
연은 갑자기 웃었습니다. 처음봤을때와 같이 아주 즐거운 미소를..
그리고는 조용히 속삭였습니다.
"사랑한다.. "
그리고는 여전히 웃으면서 손을 작게 흔들어 보이고는 입에서 사탕을 빼서
바닥에 튕겨 버리고는 걸어서 사라졌습니다. 사탕이 깨진곳을 보니, 또 막대에
무언가가 깨알같이 써있었습니다. 전 그걸 줏어 들고 천천히 읽어 보았습니다.
그 안에는 이런 글귀가 적혀 있었습니다..
-1번의 사랑.. 그리고 2번의 아픔.. 그리고 3번의 행복함..-
-The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