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겹게 그리고 많은 고민 끝에
둘째를 낳기로 와이프와 결정하고
열심히 노력 했으나 막상 가지려니
소식이 없더군요.
그렇게 반년 정도 맘 고생하다 속으로
안되겠다 싶어 어느정도 혼자 체념을 하게 되었는덕
4월 말 인가?
와이프가 조용히 밖에서 저녁을 먹자더군요.
그러더니 테스터기 두줄을 보여 주더라구요.
전 도무지 실감이 나지 않아 퉁명스레 이게 뭐냐 했고
그 뒤로도 몇일동안 정말 사실인가 이게? 싶을 정도로
실감이 나지 않았어요.
그런데 조금씩 시작되는 와이프의 입덧과 빈혈기를
보며, 진짜구나.. 됐구나.. 실감이 그제서야 나더군요.ㅎ
그렇게 임신된지 오늘로 5주5일이 되었네요.^^
빠듯한 살림에 어렵게 생긴 둘째라
와이프 먹고 싶은거 다 사줬지요~
그런데 오늘 아침 와이프가 놀래서 저를 깨우더니
하혈을 한답니다. 놀란 와이프에게 니가 놀라면
안된다 진정하고 착상혈일거다. 병원가보자 말하고
속으론 설마 설마 했어요. 근데 진짜 설마가 사람 잡았네요.
초음파 잘본다는 병원 두 군데 찿아가며 검사를 받고
왔는데 결국 유산 이라네요...
와이프한테 괜찮은 척 하기가 굉장히 힘드네요.
둘째 갖으려고 끊었던 담배도 다시 피게 되고...
비까지 내리네요..
와이프는 누워 있고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5살 첫째만 혼자 웃고 있네요..
결혼전 22살 때 실수로 임신이 되는 바람에
저희는 어쩔 수 없이 해서는 안되는
낙태를 했고
어린 나이 였음에도 불구하고
마취가 풀리자 마자 제 손을 잡고
아무말 없이 두눈 꼭 감고 하염 없이
눈물만 흘리던 그 아이를 보며
너만 아프게 해서 미안하다..
내가 해줄 수 있는게 없어서 미안하다..
죽을때까지 니 옆에 있을께
그리고 다신 우리 아기 잃지 말자. 하고
약속 했는데 오늘 약속을 못 지키게 됐네요..
태명까지 만들었는데..
딸기야..
뭐가 그리 급하다고 애기집 비우고 가버렸니..
엄마가 얼마나 간절히 기다린 너인데..
이렇게 가버리면 엄마는 불쌍해서 어떡하니..
아주 작은 딸기야..
아빠 엄마가 지켜주지 못 해 미안하다..
네 엄마 빨리 훌훌 털고 일어나게 도와주렴..
죄송합니다..
부모님한테도 친구한테도
와이프한테도 회사에도
어디 한 곳 제 속마음 터놓을 곳이 없어
보배에 왔네요..
기운내시고 아내분 아낌없이 사랑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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