杵女 [저녀] 절구질 하는 여자 / 柳永吉
[류영길]
玉杵高低弱臂輕 [옥저고저약비경] 오르락 내리락 절구찧는 고운
팔목
羅衫時擧雪膚呈 [나삼시거설부정] 저고리 간혹 들려 흰 살결
보이누나
蟾宮慣搗長生藥 [섬궁관도장생약] 월궁에서 불사약을 많이 찧은
탓이리
謫下人間手法成 [적하인간수법성] 인간 세상 절구질도 그 수법
그만일세
여리디 여린 섬섬옥수는 절구공이가 무겁기도 하련만
그녀의 절구질은 고저완급의 박자를 잘도 맞춘다.
고운 자태를 넋놓고 바라보다가 상상은 나래를 달아
시인은 그녀가 인간 세상에 귀양 온 월궁 항아가 아닌가
의심한다.
예전에 항아란 여인이 있었다.
그녀는 남편 후예가 서왕모에게 부탁하여 얻어 온 불사약을 훔쳐 먹고
월궁으로 달아 나 선녀가 되었다.
그런데 혼자서만 장생불사하겠다는 그 소망은 애초 부질없는
짓이었다.
천추만년 긴 세월을 월궁 토끼와 계수나무 아래 마주서서
절구에 장생약을 찧으며 보냈으니 말이다.
아가씨의 저 능숙한 절구질,
아! 그녀는 필시 전생에 월궁 항아였을 터이다.
그녀는 무슨 죄를 지어 다시 인간 세상에 귀양오게 되었을까.
불사약을 훔쳐 먹은 죄는 아니였을지?
그러나 그 귀양은 오히려 설레이는 기쁨으로 받아 드린 것은
아닐까?
속세에 찌든 인간 세상이라고는 하나
토끼와 단둘이 절구질로 세월을 보내는것 보다는 나을테니
말이다.
짖궂은 남정네의 눈길은 그녀의 가녀린 팔목에 머물지 않고
공이를 치켜들 때마다 보일듯 아찔한 그녀의 희디 흰 살결에 붙박혀
있다.
공이가 솟구칠 때마다 괜스레 그렇게 두근대는 가슴따라 심장의 고동소리만 커져가고
있다.
절구질을 할 때마다 출렁이는 젖무덤에 공연히 숨결이
가파라진다.
꽃을 보고 탐하고픈 나비의 심정이다.
그러나 이 시의 행간에 그녀의 근면성을 칭찬한 것이니
맹자의 충실지위미[充實之爲美]의 아름다움을 포착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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