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페르시아의 왕자 (Prince of Persia, 1989, 브로더번드)
90년 즈음에도 재미있게 즐겼던 PC 게임은 많았습니다.
<남북전쟁>이라든지, <금광을 찾아서>, <고인돌>, <레이커스vs셀틱스>, <레밍즈> 등등.
<페르시아의 왕자>를 처음 봤던 건 학교 실습실이었던 것 같은데
(사실 기억이 가물가물해요. 컴퓨터 실습실이 있었는지도 기억이 흐릿함)
하여튼 보자마자 꽤 큰 충격을 받았죠.
그 당시 분들이라면 다들 아실겁니다. 움직임이 엄청 자연스러웠거든요.
게임은 단순하지만, 머리를 굴리는 재미와 함께 긴장감이 있었어요.
생명력이 아무리 높아도 단 한 번의 실수로 죽을 수도 있었거든요.
특히 철판에 두 동강 나는 끔찍함이란...
제가 즐겼던 PC 게임 중에서 가장 처음으로,
꽤나 큰 충격을 줬던 게임입니다.
2. 듄 2 (Dune II, 1992, 웨스트우드 스튜디오)
이 게임은 엄청나게 신선했습니다.
턴 방식의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은 접해봤지만,
무려 적과 동시에 실시간이라니!
이런 게임은 처음이었어요.
게임의 배경도 신선했습니다.
상상 속의 행성, 상상 속의 병기들, 게다가 무시무시한 중립 몬스터 샌드 웜까지.
아마 이 게임이 RTS의 원조격이 될 겁니다.
몇 년 후에 웨스트우드에서 <C&C> 시리즈를 내놓기 시작했지만 충격적이진 않았죠.
이미 RTS의 기본 개념은 <듄 2>에서 확립 되었으니까요.
그러면 <듄 1>은 어떤 게임이냐...
항상 궁금했는데,
웨스트우드가 속해 있던 버진 인터랙티브가 '듄(소설)'의 판권을 산 뒤에
계열사 내 다른 곳에서 듄이라는 이름으로 어드벤쳐 게임을 제작했다네요.
그래서 그냥 듄 2라는 이름으로 게임을 출시했다는...
3. 스타워즈 : X-wing (Star Wars: X-Wing, 1993, 루카스아츠)
90년대에 제가 가장 좋아했던 게임 제작사, 루카스아츠.
90년대 중반까지는 어드벤쳐 게임이 인기였어요.
루카스아츠의 <텐타클 최후의 날>, <원숭이 섬의 비밀> 시리즈..
시에라 엔터터인먼트의 <킹스 퀘스트> 시리즈, <래리> 시리즈..
다이내믹스의 <윌리 비미쉬의 모험> (아래 짤) 등등.
뭐, 그건 그렇고.
그래도 제가 가장 충격을 받은 건,
루카스아츠의 X-Wing 이라는 비행 시뮬레이션(?) 게임이었습니다.
당시 저는 스타워즈를 엄청 좋아하던 꼬마였거든요.
게임 인트로에 등장하는 스타워즈의 오프닝 씬이란!
게임으로 스타워즈를 즐길 거라는 생각은 전혀 못했었는데 말이죠.
게다가 그 당시 놀라운 그래픽까지.
그렇게 스타워즈에 더 빠져들게 되었죠.
극장에서 스타워즈 에피소드1을 보고 실망하기 전까지는 말이죠.
4. 프린세스 메이커 2 (Princess Maker 2, 1993, 가이낙스)
게임 자체는 참 단순하죠.
스케쥴을 정하고, 딸을 키웁니다.
하지만 할 수 있는 일은 엄청 많죠.
아르바이트를 하고, 교육을 하고, 무사수행도 가고, 바캉스도 보내줘야 하고.
거기에 왕궁에도 들락거리고, 축제도 참여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가이낙스의 치밀함이 여기저기 엿보이는 게임입니다.
프린세스 메이커 이후 <졸업>이나 <탄생> 등의 비슷한 게임이 나왔지만
육성 시뮬레이션이라는 장르에서 이 게임을 뛰어넘는 명작은 없을 겁니다.
그리고 그 음악도 참......
게임 음악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게 <히어로즈 오브 마이트 앤 매직 2>지만,
기억에 더 남는 건 <프메 2> 네요.
5. 둠 (Doom, 1993, id 소프트웨어)
그 당시 샀던 486 컴퓨터에 <울펜슈타인 3D>가 깔려있었더랬죠.
꽤나 폭력적이었던 게임이었는데, PC 게임에 대한 내성도 없던 시절에 그런 걸 깔아놓다니...
뭐, 오락실 가면 폭력적인 게임이야 잔뜩 있기는 했지만 말이죠.
<울펜슈타인 3D>는 최초의 FPS 게임은 아니지만,
FPS라는 장르를 확립하는 데 큰 공을 세운 게임은 확실합니다.
그 당시 게임을 해보고 '오, 이런 게임이?!' 라고 생각했었죠.
그런데 시간이 조금 지나고 <둠>을 접했어요.
그 게임은,
그야말로 헐......!
충격 그 자체였죠.
뛰어난 그래픽,
부드러운 움직임 (울펜슈타인 3D는 뚝뚝 끊기죠. 시야가),
괴물들의 피가 난자하는 폭력의 향연...
그 당시 PC 게임을 즐기던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빠져들 수밖에 없는 게임이었을 겁니다.
6. 동급생 (同級生, 1992, elf)
<동급생>과 <동급생 2>는 90년대 중반을 휩쓸었던 게임입니다.
센세이셔널 했던 걸로만 따진다면 <프린세스 메이커 2>와 동급 정도 될까.
'야겜'이라는 게 그 전에도 있었지만
(옷 벗기기 카드 게임이라든지, 그림 나오는 땅따먹기 라든지, 클릭해서 야한 장면 보는 게임이라든지)
이 동급생 시리즈는 야겜에 제대로 된 게임성을 부여해서
명실상부 엘프라는 회사를 최고의 야겜 회사로 올려놓습니다.
우리나라에 야겜을 대중화시킨 범인이 이 동급생 시리즈라고도 볼 수 있고요.
그나저나 이제는 '미연시' 혹은 '에로게'라고 부르죠?
이 시기 이후로 이런 류의 게임을 제대로 접한 적이 없어서...;;;
찾아 보니 사장이 이런 말을 했었다는군요.
"이런 그림으로 겨우 이런 게임(클릭 & 뷰)을 만들기에는 그림을 그린 사람에게 실례다."
사장이자 시나리오 라이터였다는데,
그래서 이 전설의 게임이 만들어지게 됐나 봅니다.
※ 게임 자체는 위에 애들보다 먼저 나왔지만, 제가 접한 게 중학교 때라...
※ 엘프 게임 중에 <유작>도 참 잘 만든 게임이었죠.
7. 7번째 손님 (The 7th Guest, 1993, 트릴로바이트)
제가 중학교 시절 나온 게임이었는데,
그 당시 <미스트>와 함께 가장 주목 받던 게임이었어요.
장르는 무려 어드벤쳐 호러 퍼즐 게임.
이 게임의 가장 큰 특징은 실사 배우들의 이벤트 씬이었어요.
이를 통해 한 편의 추리 영화를 보는 느낌이었습니다.
실사 배우 씬도 위화감 없이 게임과 어우러졌고요.
물론 그때 기준으로.
CD 두 장의 용량으로 그래픽도 그 당시 뛰어난 수준이었습니다.
미칠듯한 난이도의 세균전과, 집 주인으로 추정되는 인물의 음성이 아직도 기억에 남네요.
"I Don't Think So."
"Come Back!"
아... 두 번째 CD에는 아래 영상의 노래도 들어 있었습니다.
게임 내에서 들을 수 있었는지는 기억나지 않네요.
후속작이었던 <11번째 시간>도 엄청 기대했는데,
잔인해서 우리나라엔 들어오지 못했다죠.
게임 평은 '기대에 못 미친다' 정도였던 걸로...
8. 히어로즈 오브 마이트 앤 매직 II (Heroes of Might and Magic II, 뉴 월드 컴퓨팅, 1996)
전설의 게임입니다.
전설의 타임 슬립 게임.
이 게임은... 게임 자체로는 그다지 충격적일 건 없습니다.
그냥 엄청 재미있는 게임이었죠.
이게 뭐라고 이상할 정도로 질리지도 않고.
다만,
게임을 끄고 시계를 보면 충격을 받는 게 문제였습니다.
시간이 그냥 폭포수 낙하하듯 증발해버리는 게임이었어요.
유비 소프트에 흡수된 뒤로
시리즈 명성에 걸맞는 신작이 나오지 못해 아쉬운 게임입니다.
여담이지만 유비 소프트의 <어쌔신 크리드 2>도 제게 엄청 충격을 준 게임이었죠.
9. 디아블로 (Diablo, 1996, 블리자드)
게임은 아주 단순합니다.
기존에 있던 것들에서 복잡한 요소를 빼버리고, 게임 진행 자체도 알맹이만 남겨 뒀죠.
하지만 그 특유의 분위기와 단순한 구성으로 인해
오히려 RPG라는 장르를 엄청나게 대중화시킨 게임이 되었습니다.
여름 밤에 불 끄고 이 게임을 즐기던 긴장감을 아직도 잊을 수 없어요.
그... 소리 지르면서 달려드는 뿔 달린 몬스터 때문에 몇 번을 놀랐는지...
개인적으로 디아블로 시리즈는 1편이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시리즈가 거듭될 수록 원작이 갖고 있었던 호러스러운 긴장감이 점차 희석됐거든요.
긴장감은 사라지고 액션만 남아버렸죠.
10. 발더스 게이트 (Baldur's Gate, 1998, 바이오웨어 & 블랙 아일 스튜디오)
저는 판타지 광이었습니다.
중학교 때부터 D&D를 엄청 좋아했고요.
고등학교 수학여행가서 TRPG 하고 있는 Geek 새끼들 본 적 있어요?
저랑 제 친구들이 그랬다죠. ㅋㅋㅋㅋㅋ
그런데 어느날 <발더스 게이트>라는 게임이 나왔어요.
우와... 씨발!
그 당시 제 느낌이 그랬습니다.
제가 원하던 세계가 그대로 게임으로 나오다니!
물론 그 유명한 <마이트 앤 매직> 시리즈라든지,
RPG의 아버지로 불리는 <울티마> 시리즈가 있긴 했지만,
둘 다 언어의 장벽이 있었죠.
(마이트 앤 매직은 6에서 해결되었지만, 그 전설의 왈도체로)
여담이지만 <마이트 앤 매직 6>도 진짜 재밌게 했어요.
하여튼 그 당시 <발더스 게이트>는 제게 끝장나게 멋진 게임이었습니다.
JRPG가 주류였던 우리나라에 북미 RPG를 제대로 알리기 시작한 게임이기도 했고요.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제대로 접할 수 있었던 북미 RPG라는 점에서
기억에 참 많이 남는 게임입니다.
사실 객관적인 시선에서 충격적인 걸 따지자면,
위 리스트에 있는 것보다 먼저 꼽아야 하는 게임들이 있긴 합니다.
그러자면 <울펜슈타인 3D>랑 같은 해에 나왔던
<울티마 언더월드>가 가장 먼저 꼽히겠네요.
<울펜슈타인 3D>처럼 1인칭 뷰 시점인 주제에
위 아래도 볼 수 있고, 점프도 가능하고, 물리엔진까지 적용되어 있었죠.
그런데 그 당시 저는 그냥 그런가보다, 했을 뿐인지라...;;
<신디케이트>나 <X-COM>, <코만도스>와 같은
쿼터뷰 게임도 빼놓을 수 없겠고
<심시티>,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 <레인보우 식스>, <퀘이크> 등도
빼놓을 수 없는 게임이죠.
그런데 어디까지나 제가 충격을 받았던 게임들인지라...
90년대 게임 중 개인적으로 10개를 골라보니 이렇게 나오네요.
십수 년이 지난 지금은 그냥...
<엘더 스크롤>이 잘 나오고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 중인 게이머입니다.
X-Wing 은 당시 286 컴터 흑백 모니터에 휠도 없는 볼 마우스로 했죠..
그때 CD가 5장이었던가 6장이었던가???
본문의 게임중에 해봤던건 페르시아의 왕자, 듄2,, 둠, 프린세스메이커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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