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쉐 월드로드쇼(이하 PWRS)가 지난 12일 시작으로 오는 22일까지 열린다. PWRS는 포르쉐 독일 본사에서
직접 주관하는 드라이빙 월드 투어 행사로 매년 행사 참석을 위한 마니아들의 관심이 매우 뜨겁다. 한국의 경우
지난 2008년 가을 태백레이싱파크에서 열린 뒤 3년 만에 마련된 것으로, 이번에는 전남 영암 코리아인터내셔널
서킷에서 열린다. 지난 11일부터 양일간 열린 미디어데이에 직접 참석했다.
이번 행사를 위해 공수한 포르쉐는 25대. 독일 현지 번호판을 달고 있으며, 한국에 오기 직전에는 두바이에서
행사가 치러졌다. 국내 일정을 마치면 캐나다로 이동 후 올해 마지막 개최지인 대만으로 장소를 옮긴다.
인스트럭터들은 여러 지역을 장시간 이동하지만 큰 어려움이 없다고 전한다. 꾸준히 하다보니 유랑(?)에 오히려
익숙해진 듯하다. 인스트럭터로 한국을 찾은 악셀 마스는 "무엇보다 PWRS 통해 '포르쉐 바이러스'를 전달하고자
한다"면서 "911을 비롯한 포르쉐 모든 차종이 준비됐고, 모두 한번 씩 타볼 기회가 주어진다"고 강조했다.
미디어데이가 펼쳐진 11일 영암 F1 서킷의 날씨는 동남아를 방불케 할 정도로 뜨겁고 습했다. 건물 밖으로 나오면
카메라 렌즈가 뿌옇게 변할 정도. 이날 행사에는 총 40명의 자동차기자가 참석했다. 8명씩 5개조로 나눠 준비된
프로그램을 소화했다. 일반인은 총 360명이 참가하며, 참가비는 40만원(주말 및 공휴일 55만원)이다.
▶세션1 - 브레이킹(Braking)
배정된 조는 오렌지. 담당 인스트럭터는 다리오 가르시아다. 스페인 출신 레이서인 다리오는 유투브에서도 검색될
정도로 유명하다. 긴급 회피 제동 시에 ABS, PSM 등 차의 안전장치가 작동하는 것을 몸으로 느끼는 게 핵심이다.
사용된 차는 500마력의 911터보. PDK 변속기가 탑재돼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3초를 살짝 웃도는 스프린터다.
출발 신호와 동시에 힘차게 가속 페달을 밟았다. 차의 앞부분이 살짝 들릴 정도로 폭발적인 가속력이다. 80m 가량을
달린 후 급제동을 한다. 주의할 점은 차를 믿고 과감히 멈춰 서야 한다는 것. 500마력 스포츠카의 급가속, 급제동을
처음 접한 참가자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며 감탄사를 연발한다.
▶세션2- 핸들링1-스포츠카(Handling One; Sports Cars)
두 번째로 참가한 세션은 핸들링. 카레라 터보, 카이맨 등 스포츠카를 영암 서킷에서 직접 몰았다. 코너 공략을
위해선 전방을 잘 살피는 게 중요하다. 다음 코너를 바라보는 건 기본이다. 페이스카를 따라 2명씩 4대가 달리기
때문에 앞차와의 안전거리 유지는 필수. 무전기에서 흘러나오는 메시지도 잘 들어야 한다. 또한 안전을 위해
PSM은 항상 켜두어야 한다.
서킷 공략은 코스별로 놓여진 콘을 따라 다이내믹하게 즐기면 된다. 같은 코스를 달리면서 차종별 특성을
파악하는 데 목적이 있다. 카레라는 기본형에 에어로파츠를 장착한 차종과 S, GTS 등의 고성능 버전은 물론
미드십 엔진을 장착한 카이맨S도 비교 체험 대상으로 준비됐다. 차의 가속 능력, 세팅에 따른 변화, 엔진 탑재
위치에 따라 달라지는 움직임 등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
피트를 떠나 영암 서킷의 자랑거리 중 하나인 긴 직선주로(길이 1.2km)에서는 시속 200km 이상으로 질주할
수 있었다. 이어진 저속코너에서 아웃-인-아웃과 슬로 인-패스트 아웃의 기본 테크닉을 활용해야 타이어가
비명을 지르지 않는다. 시속 60에서 80km쯤으로 최대한 부드럽게 코너를 공략하며 다음 코너를 바로 대비해야
한다. 다음은 중고속 코너다. 시속 100km 이상으로 공략이 가능하다. 브레이크를 밟기보다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
자세를 잡는 요령이 필요하다.
카이맨S와 카레라는 코스를 익히기에 좋았다. 무난하다. 카레라 GTS는 변속시 멋진 배기 사운드가 일품이며,
가속감이 가장 뛰어났다. 스포츠 버킷 시트가 코너의 재미를 제대로 즐기게 몸을 잡아준다.
▶세션3- 포르쉐 익스클루시브 클래스룸(Porsche Exclusive Classroom)
본사의 카이 핸드릭 뮬러가 담당했다. 유일하게 가만히 앉아서 설명을 듣는 프로그램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나만을 위해 특별히 제작되는 포르쉐'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각 나라의 플래그십 딜러에서만 주문할 수 있다.
포르쉐는 익스클루시브와 테큅먼트의 두 가지 프로그램을 이용해 차를 꾸민다. 우선 익스클루시브는 새 차를
주문할 때 적용 가능하다. 개인 취향에 따른 빌트인 옵션을 다양하 조합할 수 있다. 에어컨과 선루프, 에어로킷 등도
생산 라인에서 작업한다. 수작업공정은 별도의 작업장에서 이뤄지며, 포르쉐의 철학을 통해 최고급 소재와 깔끔한
마무리로 높은 만족도를 얻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아울러 익스클루시브는 한정판을 생산하는 의미도 있다. 국내에
출시되지 않은 911 스피드스터 등이 그 예다. 특히 한정판은 소장 가치가 큰 탓에 중동의 부호들이 선호한다. 평소
사용하는 머그컵의 색상으로 차의 내외관을 꾸미거나 금으로 화려하게 치장하는 것도 가능하다.
테큅먼트는 익스클루시브와 비슷하면서도 약간 다른 개념이다. 차를 타다가 변화를 주고 싶을 때 이용하면 된다.
기본적으로 차의 컬러 조합을 바꾸거나 인테리어 소재를 바꿀 수도 있다. 신차를 구입하며 이미 갖고 있던 구형을
신형 인테리어로 바꿀 수도 있다. 최근 유럽에서는 포르쉐 루프박스가 인기다. 수납공간이 부족한 탓에 지붕에 전용
캐리어를 달고 다니기 위해서다.
설명을 듣고 문을 나서니 포르쉐 익스클루시브 파나메라와 카이엔이 세워져 있었다. 전시된 파나메라 터보는
기본 가격 2억5,280만원에 특별 주문된 4가지 색상 배합, 에어컨 송풍구도 가죽으로 마감됐고, 조명 기능을 내장한
카본 소재 도어스텝 등 추가로 7,260만원 상당의 다양한 품목이 적용됐다. 차의 최종 주문 가격은 3억2,540만원에 달한다.
▶세션4- 핸들링2-4도어 포르쉐 (Handling Two; 4-Door Sports Cars)
두 번째 핸들링 세션에 참가했다. 이번엔 포르쉐 4도어 차종을 타고 서킷을 달렸다. 페이스카는 노란색 카이엔 S
하이브리드. 참가자들은 파나메라4, 파나메라 터보, 카이엔 터보, 카이엔 S를 직접 몰았다.
앞서 핸들링1에서 체험한 카레라, 카이맨 등의 차종과 확연히 다르다. 부드럽고 편안한, 보다 대중성을 강조한
포르쉐다. 운동 성능은 충분히 뛰어나지만 중심이 높고 중량이 무거워 코너 진입시 속도를 충분히 줄여야 타이어가
미끄러지지 않는다. 또한 핸들링 때 반응을 평소보다 조금 더 앞당길 필요가 있다.
▶세션5- 슬라럼(Slalom)
마지막 세션은 슬라럼이다. 시간을 측정해 순위를 가르는 타임어택 경쟁이 있었기에 참가자들의 열기가 그 어느
세션보다 뜨거웠다. 얼굴 표정은 웃고 있지만 왠지 모를 긴장감 마저 감돌았다. 핸들링, 액셀링 등 종합적으로
차를 컨트롤 하기에 레이싱의 기본기로 꼽힌다.
슬라럼은 일정 간격으로 놓인 콘 사이를 S자로 통과한다. 최대한 완만히 S자를 그리는 게 중요하다. 욕심을
부리다가 타이밍을 놓치면 회전 반경이 커짐과 동시에 타이어에 많은 스트레스를 주게 된다. 결과적으로 시간이
더 소요돼 순위권에서 멀어질 수 있다.
▶데모랩(Demo Laps)
모든 행사를 마치고 인스트럭터들의 데모랩(택시타임)이 이어졌다. 제비뽑기를 통해 동승할 차를 뽑게 된다.
모두의 부러움을 산 차는 GT3. 드라이버는 다리오다. 폭발적인 가속력과 온몸으로 느겨지는 중력 가속도를
버텨내야 한다.
떨리는 마음으로 종이 한 장을 뽑았다. 카이맨 S다. 무난하다. 드라이버의 실력 여하에 따라 재미가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다. 문을 열자 반갑게 맞아준 인스트럭터는 스테프라는 레이서다. 밸런스가 좋은 카이맨을 마음껏
이리저리 휘젓는다. 급코너에서 드리프트는 기본이다. 일반인이었으면 충분히 비명을 지를 정도의 퍼포먼스다.
스테프는 "포르쉐 차종의 90%까지 성능을 끌어낸 주행"이라고 말한다.
▲총평
포르쉐 바이러스를 감염시키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는 강사들은 행사 내내 미소를 잃지 않았다.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참가자들을 보며 뿌듯한 게 아닐까 싶다. 올바른 시트 포지션 등은 물론 코너 공략시 필요한 기본적인
운전 기술도 전수했다. 강사들의 섬세한 지도 덕에 참가자들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다. 세션을 거듭하며 실력이
향상돼 마음만은 이미 카레이서다.
행사 전날까지 비가 내려 걱정이 앞섰지만 서킷에서 마음껏 달릴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다. 특히 포르쉐의
성능을 제대로 끌어내며 타기란 더욱 어렵다. 이런 의미에서 PWRS는 일반인들에게 제대로 된 드라이빙 스쿨로
다가설 기회로 보여진다. 평소 겪기 힘든 극한 상황을 체험하고, 대처하는 방법을 익혀 일상에서 보다 안전하게
운전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서킷을 달릴 때는 성능도 중요하지만 타이어가 뒷받침되지 못한다면 소용이 없다. 행사에 사용된 타이어는
미쉐린의 파일럿 스포츠. 포르쉐에 기본 장착된다. 달리는 것 못지 않게 중요한 게 바로 멈춰 서는 일이다. 신나게
달리다가 서킷의 마지막 코너, 미쉐린 존에 들어서면 서행 후 피트로 복귀해야 한다.
포르쉐는 올해 국내에서 이미 738대를 팔았다. 연초 밝힌 1,000대 판매목표는 충분히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카이엔과 파나메라를 통해 포르쉐의 대중화를 꾀한다는 전략이다. 이번 행사 반응이 뜨거운 데다 올해 판매실적이
좋아 내년 초에 PWRS 코리아 2012 개최를 벌써부터 검토 중이다.
영암(전남)=박찬규 기자 star@autotimes.co.kr
출처 - 오토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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