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보라와 촉박한 일정 속에서 함께한 랠리카
올해 겨울 연휴, 2025 포드 머스탱 마하-E 랠리는 필자의 든든한 동반자였다. 크리스마스 선물을 가득 싣고 밴쿠버 아일랜드 본가로 향했고, 2주간 데일리카로 활약하며 스키장도 두 번이나 다녀왔다. 약 8,600만 원(미국 기준 6만 달러)에 달하는 가격표가 과연 합당한지, 그리고 전기차에 회의적인 필자가 장기간 함께할 수 있는 차인지가 내내 머릿속을 맴돌았다.
지난 가을 시승했던 닷지 차저 데이토나 스캣팩 EV는 페리 터미널에서 고장으로 발이 묶이는 참사를 겪었다. 하지만 마하-E 랠리는 달랐다. 그 어떤 전기차도 주지 못했던 감동을 선사했다.
첫인상: 연휴 분위기에 물들다
선명한 이럽션 그린 컬러의 마하-E 랠리를 인수받은 당일, 짐과 선물을 가득 싣고 페리 터미널로 향했다. 그런데 폭풍으로 7시간을 기다려야 한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 터미널 건물 안은 수백 명의 지친 여행객들로 가득했지만, 크리스마스이브를 앞둔 설렘 때문인지 모두의 얼굴엔 미소가 번져 있었다.
차로 돌아오며 문득 깨달았다. 480마력, 97kg·m의 토크를 뿜어내는 녹색 머스탱 열쇠가 내 손에 있다는 것을. 그리고 닷지 차저와 달리 이 차는 폭풍 속에서도 나를 집까지 무사히 데려다줄 거라는 확신. 마하-E 랠리는 그해 크리스마스, 나만의 루돌프가 되어주었다.
막판 선물 쇼핑: 샛길 드라이브의 즐거움
본가에 도착했지만 할아버지 선물을 깜빡했다. 빅토리아 시내까지 약 40km, 고속도로는 페리 하선 차량으로 꽉 막혀 있었다. 어릴 때부터 익숙한 시골 우회도로를 택했고, 마하-E 랠리는 기대 이상의 주행 쾌감을 선사했다.
V8도 없고 문도 네 개라 '진짜 머스탱'이 아니라는 사람들도 있지만, 머스탱이라는 이름의 또 다른 유래인 P-51 머스탱 전투기를 떠올려보라. 91kWh 배터리에서 뿜어져 나오는 480마력과 97kg·m의 토크는 발끝 하나로 네 바퀴를 허공에 띄울 기세다. 코너에 과감하게 진입해도 사륜구동 시스템과 마그네라이드 댐퍼, 의외로 정확한 스티어링 덕분에 2,300kg에 육박하는 무게가 느껴지지 않는다.
'언브라이들드' 모드에서 '위스퍼' 모드로 전환하면 스로틀과 스티어링이 부드러워지며 고급 세단 같은 안락함이 스며든다. 랠리 트림 특유의 소프트한 서스펜션 세팅 덕분에 오프로드 타이어를 장착하고도 노면 소음이 적다. 버튼 하나로 럭셔리카와 랠리카를 오가는 셈이다.
크리스마스 당일: 까다로운 할아버지도 반하다
크리스마스 저녁, 할아버지를 모시러 갔다. 외할아버지는 65년식 머스탱 쿠페를 소유했던 포드 마니아셨지만, 친할아버지는 철저히 실용주의자다. 차는 도구일 뿐이라는 분이시다.
녹색 레이싱 스트라이프의 SUV를 보시고 황당해하실 줄 알았는데, 예상 밖이었다. 차에 오르신 후 실내를 꼼꼼히 살피시더니 "재미있다"고 하셨다. 타는 느낌뿐 아니라 디자인 자체가 즐겁다고.
그게 마하-E 랠리의 진짜 매력이다. 스완넥 루프 스포일러, 육각형 패턴의 레이싱 스트라이프, 독특한 안개등과 파충류 같은 녹색 도장. 누가 봐도 그냥 재미있다. 마치 시리얼 상자 속 장난감이 실물 크기로 튀어나온 것 같다.
스키 장비도 거뜬히
연휴가 끝나갈 무렵, 인근 사이프러스 마운틴에 눈이 쌓였다. 뒷좌석 한쪽만 접으니 스키 2세트와 폴대, 대형 더플백 두 개, 배낭까지 여유롭게 실렸다. 조수석을 살짝 앞으로 밀긴 했지만 여자친구 다리 공간도 충분했다.
EPA 공인 주행거리는 완충 시 약 426km지만, 한겨울 산길에서는 얘기가 다르다. 16km를 올라가는 동안 배터리가 10% 이상 빠졌다. 다만 회생제동 덕분에 하산 중 약 5%를 회수할 수 있었고, 미끄러운 코너에서도 그립은 흔들림 없이 단단했다.
최종 평가: 전기차 회의론자의 마음을 훔치다
마하-E 랠리는 크리스마스를 망친 그린치가 아니었다. 폭풍 속에서 길을 밝혀준 루돌프였다. 편안하기가 집에서 입는 파자마 같아서 금세 오래된 친구처럼 느껴졌다.
머스탱 커뮤니티에서 '가짜'라고 손가락질받는 이 차는, 편안함과 실용성을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감성을 자극할 수 있다는 걸 증명했다. 냉장고나 전자레인지 같은 '백색가전' 느낌의 전기차들과는 차원이 다르다. 완전 자율주행이나 오토파일럿 따위에 거부감을 느끼고, 운전의 즐거움을 포기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 마하-E 랠리는 최적의 선택지다. 케이크를 갖고 있으면서 먹을 수도 있는, 그런 전기차다.
출처 : https://www.autoblog.com/reviews/2025-ford-mustang-mach-e-rally-winter-re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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