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내가 고등학교 1학년때였음. 10월중순?말? 정도로 기억하는데
고등학교 입학하고 첫 수학여행을 가게 되었고 설레는 마음으로
친구들과 수학여행때 무엇을 할지 토론이 한창일때 나와 친했던 베프들과
어떤 계획을 세우게 되었음
우리.....수학여행을 4박5일에서 5박6일로 바꾸자.
그 가정통신문? 같은걸 위조해서 수학여행을 하루 늘리고 수학여행경비도
늘리고 수학여행끝나고 바로 집에 가지말고 늘어난 하루만큼 PC방에가서
밤새 게임을하고 놀자는 뭐 그런 내용이었음
반에서 워드좀 잘하는 애가 자기집에서 가정통신문을 조작해서 뽑아오고
나는 그걸 받아들고 엄마에게 가져다 줌
당시에만 하더라도 토요일에 학교를 가는 날과 안가는 날이 있었고
원래는 수학여행 다음날은 학교를 가는 날이 아니었지만 가정통신문에는
토요일에 수학여행복귀로 계획이 조작된 상황.
엄마는 수학여행이 5박6일이라는것에 대해 의심하긴 했지만
나는 "아~고등학생이잖아~" 라는 말도 안되는 핑계를 대면서
엄마에게 수학여행비를 받아냈음. 정확한 금액은 기억 안나지만
대략 4~5만원정도 더 받았던걸로 기억함. 거기에 +@로 수학여행가서 쓸 용돈을
추가로 받았음...(엄마 미안해..세상이 다 그렇잖아요.)
무튼 수학여행을 가서 4박5일을 보내고 학교운동장에 버스가 우릴 내려주었음
그 시절에 퓨마나 나이키 아디다스같은 츄리닝패션이 학생들에겐 최고의 간지였기에
다들 츄리닝을 입고 수학여행가서 갈아입을 옷가지와 양말,속옷들이 든 가방을 멘 모습으로
우리는 거리를 활보함. 넉넉한 자금을 활용해서 식당가서 밥도 먹고
당구도 한겜치고 해가 질 무렵쯤 PC방으로 향했음
그때도 10시가 넘으면 PC방에선 청소년 출입이 되지 않긴 햇지만
지금처럼 단속이 빡빡하지 않을때라 우리 단골PC방에 가면
사장님이 "걸리면 내 조카들이라고 해~" 라며 암묵적으로 밤샘이 가능했음
우리는 열심히 게임을 즐기고 마치 성인이 된것같은
자유로움을 만끽하고 있었는데 밤 11시가 넘어가니 슬슬 친구들중에
낙오자가 발생하기 시작함...아무리 고딩의 혈기가 있어도 4박5일동안
수학여행에서 젊음을 불태운 상황이라 피곤이 몰려오기 시작한것임.
"아...나 도저히 안되겠다...집에 가서 잘래.."
"야 그럼 집에가서 들키잖아 병신아!! 안돼 참아 그냥 여기서 자"
"그냥 가정통신문 잘못나온거라고 하고 집에 갈래 피곤하다 미안"
(이게 불행의 시작이었음..)
이렇게 한명을 시작으로 다들 피곤했던 상황이라 집에 가기로 계획을 변경함
아니 변경한게 아니라 애초에 내실없는 계획이었던듯...
그렇게 PC방에서 나와 친구들과 헤어지고 나도 지친몸으로 집으로 향했음
우리 집은 그 당시 빌라에 2층이었음 202호...
집에 도착해서 벨을 눌렀는데 아무런 기척이 없어서 나는 당황했음
우리엄마는 전업주부였고 1년중에 2~3번 제사가 있거나 하면 가끔 지방에
가는정도였기에 나는 당연히 엄마가 집에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나는 집전화로 전화를 했지만 대문넘어 들리는 벨소리만 퍼질뿐 아무도
전화를 받지 않고 핸드폰으로 엄마,아빠한테 전화를 했지만 전화를 받지 않았음
이미 시간은 새벽1시가 되어가고...나는 기다림에 점점 지쳐갔음
게다가 10월말에 밤은 추웠고 나는 결단을 내려야 했음..
나는 빌라입구로 나와 집을 올려다보았고 2층 우리집 베란다로 향하는 도시가스배관이
눈에 띄었음...그래...1층 베란다를 밟고 도시가스 배관을 잡고 올라가면 집으로
들어갈수 있겠다!
그래서 올라가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맨손이라 그런지 배관에서 손이 미끄러져서
집옆에 편의점에 가서 빨간 코팅이 된 목장갑을 사서 그걸 끼고 다시
우리집으로 들어가려 배관을 타고 드디어 우리집 베란다에 도착해서 베란다창문을
열려고 하는데....문이 잠겨있음...
이게 근데 정말 신기한건데...베란다에 올라갈때는 무섭지 않았는데
막상 배관을 타고 내려가려니 너무 겁이 나는거임..베란다 난간에 매달려
잠시 고민을 하다가 그래도 내려가야 되기에 타고 내려오려는데..
밑에서 형형색색에 불빛축제가 느껴짐...경찰차였음..
내가 밑을 내려다보니 경찰두분이 내려오라고 막 나에게 얘기하고
나는 당당하게 내려갔는데 내려가자마자 그 아자씨들이 내 팔을 잡고
당황하는 나를 뒤로한채 수갑을 채우는것임...
(아...싸늘하드라...수갑의 온도가 현실을 깨우쳐줌...)
그리고 뭐라뭐라 아저씨가 막 얘기했는데 사실 기억도 안나고 ㅋㅋ
아마 짐작컨데 미란다법칙이 아니었을지...ㅋㅋ
나 나름대로도 여기가 우리집이다 막 이렇게 놀라서 버벅대면서 얘기는 했는데
아저씨들은 그냥 "나중에 가서 얘기해" 라며 차에 태웠음
참고로 나중에 알게 된게 우리집 빌라 옆에 24시간 야식배달하는 식당이
있었는데 내가 입구에서 얼쩡거리다가 베란다 타고 올라가는걸 보고
나를 신고한거였다고 함...
경찰이 수갑을 채우길래 내가 막 반항하면서 얘기했음..
"아니 아죠씨!! 여기 우리집이에요...집에 아무도 없어서 들어가려는건데...ㅠㅠ"
"그래? 그럼 너희집 주소 뭐야. 말해봐."
..........사람이 너무 놀라고 당황스러우면 아는것도 생각이 안남..
맨날 외우기 싫어도 머릿속에 담고있던 집주소가 생각이 안나기 시작 ㅋㅋㅋ
경찰 아저씨가 비웃으면서 "니네집인데 주소도 몰라 이놈아?" 이러더니
나를 경찰차 뒷 자석에 태우고 어딘가로 출발...
참고로 그때 당시에 나의 복장은 검정색에 빨간 두줄이 그어진 퓨마 츄리닝을
셋트로 입고 있었고 가방은 아마 라이프가드인가? 곤색가방이었음..
훗날 시간이 지나서 생각해보면 내가 생각해도 오해받기 딱 좋았던듯..
늦은 새벽에 검정츄리닝입고 손에 목장갑끼고 빈집베란다 열려고 바둥대는게
누가봐도 빈집털이범이지..
경찰차가 서울 송파경찰서에 도착했고 아저씨들이 날 끌고서 들어가니
제복이 아닌 사복입은 무섭게 생긴 형사아저씨들이 있었음;;
어떤 형사아저씨 앞에 있는 의자에 앉으니 아저씨가 담배를 입에 물고오면서
대뜸ㅋㅋㅋ무슨 파일철? 같은걸로 내머릴 때림
"이새끼가 어린놈이 벌써부터 빈집털이야?"
한대맞고 울기시작....ㅋㅋㅋㅋ
아저씨가 내가 매고있던 가방을 열어서 짐들을 꺼내는데..
꺼내봐야 안에 있던거라곤 입었던 속옷, 양말, 그리고 샴푸,린스,칫솔?
이런거밖에 없고 옷가지 몇 개 나오고...
그걸 보면서 아저씨가 한숨쉬면서 나한테 "너 가출했냐?" 이럼...
(가출을 하긴 했지...수학여행이란 핑계로 집을 나오긴 했으니까..)
아저씨가 조서같은거 꾸미기전에 부모님 번호뭐냐며 물으셨고
내가 대답하니 전화를 걸었는데 그때도 엄마아빠는 전화를 받지 않으셨음..
아저씨가 거기가 너희집이야? 이러길래 내가 눈물닦으면서 그렇다고 하니
근데 왜 주소를 몰라? 이러는데 ㅋㅋㅋㅋ나도 기기막힌 상황...
진짜 머릿속이 하얘져서 "서울시 송파구 OO동.."까지는 기억나는데
뒤에 주소가 아무리 생각해도 기억이 안나는거임...
아저씨가 본격적으로 조사를 하기전에 나한테 막 훈계?를 하는데
너 임마 솔직히 말하면 아저씨가 용서해준다며 어릴때부터 못난짓하면
나중에 맨날 경찰서 다녀야 된다고 너희 부모님이 고생해서 키워놨는데
이렇게 살아서 되겠냐며....
듣고 있는데 눈물이 나기시작함...이유는 모르겠는데...
억울하기도 한것같고 부모님얘기하니 마음이 먹먹해지는것 같기도 하고 ㅋㅋ
형사 아저씨가
"밥은 먹었냐? 이러는데 솔직히 배도 고팠고 밥먹은지도 좀 되서 아니요라고
했더니 한숨한번 더 쉬더니 짜장면을 시켰고 형사님들 무슨 휴식하는 휴게실?
같은데 공간으로 옮겨서 수갑을 풀어주고....짜장면 먹으라고 형사아저씨가 말하곤
밖으로 나가심..
양손에 자유를 얻은 나는 아저씨가 시켜준 짜장면을 먹기 시작하는데....
개꿀맛......누가 당구장에서 짜장면이 진리라고 했는데
짜장면은 형사님이 경찰서안에서 사주는게 제일 맛있음..
짜장면 거의 다 먹어갈때쯤 휴게실 밖에 어딘가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리고
얼마 안 지나서 엄마아빠가 휴게실로 들어오더니 다짜고짜 엄마는 울고
아빠는 내 뺨을 때리셨음;;
"내가 이런짓하라고 널 키웠는지 알아!!" 라면서 엄마는 거의 주저앉아 울고...
나는 아직 못먹은 짜장면 입에 머금고 뺨맞은채로 엄마한테 미안하다고 울고 ㅋㅋㅋ
어찌어찌 나중에 얘기듣고 내가 우리집에 들어가던게 확인되서
나오긴했지만...형사가 엄마아빠한테 말하길...누가봐도 빈집털이로 보이고
신고가 들어오니 자기들은 이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고 막 미안해하심..
집으로 오면서 수학여행거짓말친것도 뽀록나서 디지게 맞고ㅠㅠ
엄마아빠한테 전화 왜 안받았냐하니 친척분 한분이 돌아가셔서 장례식장
가있느라 전화를 못받고 있다가 ...경찰서 전화받고 놀라서 달려왔다는...
그때 경찰관분들....집주소 기억못해서 죄송합니다...
그때 나 신고했던 배달아저씨...신고정신 감사합니다..
송파경찰서 박OO형사님...짜장면 잘 먹었습니다...근데 인간적으로 머리때린건 아팠어요..
다들 어릴때 이런 경험 한번씩은 있으시잖아요?
저만 그런거 아니잖아요?ㅎㅎ
즐겁게 읽었내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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