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재선 도전에 나서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사진)의 발길이 자꾸 향하는 곳이 있다.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
크라이슬러 등 미 자동차 업체들의 '터전'인 중서부지역이다. "대통령은 8년만 하겠다"고 농담한 오바마 대통령이 자신의
노력이 더해져 부활한 자동차 업체들을 선거 승리의 동력으로 삼고 있는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금융위기 과정에서 GM과 크라이슬러 등 자동차 업계에 대한 공적자금 지원 논란으로 부침을 겪었다.
그러나 약 2년이 지난 뒤 완전히 다른 상황을 맞았다. 업체들의 완연한 회복에 이제는 당시 공적자금 지원이 자랑거리이자
치적이 된 것이다.
미국 언론에 따르면 오바마 대통령은 다음달 3일 오하이오주 털리도의 크라이슬러 공장을 방문할 계획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털리도를 찾은 것은 1년도 안돼 벌써 4번째다. 오바마 대통령 방문 이후에는 정부 고위 관료나 민주당 의원들이 잇따라 이곳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1일 관련 기사에서 오하이오주를 비롯해 중서부 자동차 산업 타운은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
의원들의 중요한 정치적 동력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를 반영하듯 오바마 대통령과 정부 관료들은 최근 10개월 동안
중서부 지역의 GM과 크라이슬러 공장에 자주 모습을 비췄다.
자동차 업계 구조조정을 지휘했던 론 블룸 대통령 고문은 지난주 크라이슬러의 76억 달러 정부 지원금 상환을 기념하는
행사에 참석했다. 앞서 지난 4월에는 티모시 가이트너 재무장관이 디트로이트에 있는 크라이슬러 제퍼슨공장(JNAP)을
방문했다. 존 바이든 부통령은 지난해 8월 털리도를 방문했으며 오바마 대통령도 앞서 지난해 7월에 디트로이트의 GM과
포드 공장에 이어 이곳을 찾았다.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 의원들로선 이 지역 자동차 산업의 회복을 선거 전략으로 활용할 만하기에 빈번히 모습을 비추고
있는 것이다. WSJ는 "대선을 앞두고 '향상된 미국경제'라는 그림을 그리기 위해 활기를 되찾은 이 지역 공장들을 전략적으로
활용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이런 전략을 숨기지 않고 드러내고 있다. 재선을 준비 중인 오하이오주의 세로드 브라운 민주당 상원의원은 "중서부
선거에선 자동차 업체들의 부활을 강조할 것"이라며 "민주당 주도의 자동차 업체 공적자금 지원은 공화당과 다른 차이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공적자금 지원 당시에는 논란이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GM과 크라이슬러를 비롯해 많은 자동차 부품업체들은 오바마
행정부로부터 총 800억 달러의 공적자금을 지원받고 회복에 성공했다. 특히 업체들의 경영 회복에 따른 채용 확대는 유권자
표심을 사로잡을 중요한 부분이다.
GM과 크라이슬러는 1만5000명의 근로자를 신규채용하거나 재고용했고, 또 4000명을 추가 채용할 계획이다. 두 회사는 또
10년 만에 처음으로 수익을 내고 있고, 매출도 계속 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이 유권자들에게 자랑하고 싶은 것도
바로 이런 것들이다.
GM과 크라이슬러가 빌린 돈을 잘 갚고 있다는 점도 오바마 대통령을 떳떳하게 한다. GM은 지금까지 200억 달러 이상을
상환했고, 지난해에는 재상장에도 성공했다.
또 크라이슬러는 76억 달러를 상환했고 은행권에서 조달한 대출금도 갚았다. 크라이슬러의 경우 최대주주인 피아트에 정부
지분을 더 넘길 것으로 예상돼 오바마 행정부의 부담은 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반면 공화당은 자동차 산업의 회복을 활용할 만한 처지가 못된다. 지난 2008년 공화당 대선후보였던 미트 롬니 전
매사추세츠주 주지사가 '디트로이트를 파산하게 놔두자'는 신문 기고를 했을 정도로 '원죄'가 깊다. 오히려 기존 색깔을
버리지 못하고 정부의 공적자금 지원을 여전히 비판하고 있다.
차기 대선의 공화당 후보로 거론되는 팀 폴렌티 전 미네소타주 주지사는 지난 25일 자동차 업계 공적자금 지원에 대해
"주주와 채권자의 돈으로 노조를 배불렸다"며 맹비난했다. 또 공화당 전국위원회의 커스텐 쿠코프스키 대변인은 "우리가 볼
때 백악관은 조금 일찍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고 핀잔했다.
조철희 기자
출처 -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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