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X시리즈 중에서도 X3는 한동안 형님격인 X5에 밀려 큰 활약을 펼치지 못한 게 사실이다. 이는 국내 통계에서도
잘 나타나는데, 2008년 X5가 851대 판매된 것에 비해 X3는 210대에 그쳤다. 2010년에도 X5 549대, X3 180대로 차이가
크다. 외모는 비슷하지만 '이왕이면 다홍치마'라는 소비자들의 대형차 선호현상과 맞물려 고전을 면치 못했고, X3와
X5의 엔진 배기량이 일부 겹치는 점도 불리하게 작용했다. 여기에 2010년부터 시리즈 막내로 X1이 편입되면서 X3의
유일한 장점으로 인식되던 컴팩트함마저 빼앗겼다.
점점 계륵과 같은 존재가 되어가던 X3가 2011년 반전을 선언했다. 새로운 전략에 따라 엔진 배기량을 2,000cc에
한정하고 디젤 모델만 판매하게 된 것. 여기에 X5와는 디자인 차이를 두며 확실한 개성을 나타냈다. 막내 X1보다
볼륨감을 높이면서 또 차별성을 추구했다. 그러자 성적도 월등히 좋아졌다. 2011년 4월까지 X시리즈 판매 실적은 X1
185대, X3 419대, X5 235대, X6 253대로, X3는 시리즈 중 가장 많이 팔린 차가 됐다. 과연 X3는 BMW의 대표 SUV가
될 것인가? 새롭게 태어난 X3 20d를 시승했다.
▲디자인
신형 X3의 크기는 길이 4,648mm, 너비 1,881mm, 높이 1,661mm, 휠베이스 2,810mm로 전작보다 83mm 길어지고,
28mm 넓어졌다. 그러나 높이는 13mm 낮아졌는데, 이는 스포츠카의 공식인 와이드 앤 로를 적용해 보다 역동성 있는
실루엣을 만들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휠베이스도 15mm 늘어났다. 볼륨이 커진 것에는 X5의 영향이 컸다. X5도
신형으로 넘어오면서 크기가 커졌기에 X3가 택할 수 운신의 폭도 넓어진 것. 이로써 X3는 X5과 X1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게 됐다.
BMW를 상징하는 키드니 그릴은 좀 더 커졌다. 또한 최근 BMW 디자인 기조에 따라 측면에서 바라볼 때 직각이
되도록 만들어졌다. 헤드 램프는 눈 꼬리가 치켜올려져 악동의 이미지를 풍긴다. 라운딩 처리로 완만한 인상을 주는
X5와 차별화했다. 보닛 위에는 X3만의 캐릭터 라인이 6개나 들어갔다. 이 선들이 그리는 독특한 음각은 X5의 양각
캐릭터 라인과는 또 다른 맛을 준다. 범퍼는 최대한 낮게 설정돼 안정감과 함께 세련미를 주고, 범퍼 하단을 투톤
처리해 SUV 본연의 특성도 잘 살려냈다.
측면부를 살펴보면 프론트 휠 아치에서부터 리어램프까지 이어진 캐릭터 라인이 강렬한 이미지를 구축한다.
전반적으로 역동성에 초점을 두었음을 한눈으로도 알 수 있다. 숄더 라인도 뒤로 갈수록 높아지고 루프는 뒤로
갈수록 떨어져 안정감을 추구한 X5와 확실하게 대조된다. 후면부는 전형적인 'L'자 리어 램프가 아닌 'T'자 모양이
이채롭다. X3만의 독특한 DNA다. LED를 아낌없이 사용해 풍부한 입체감을 주는 것도 특징이다.
실내의 변화도 눈에 띈다. 우선 팝업형 내비게이션은 대시보드 안으로 매립, 프리미엄 브랜드다운 레이아웃을
그려냈다. 8.8인치 멀티미디어 모니터가 기본 장착됨에 따라 BMW 멀티미디어 제어 시스템인 'I'드라이브가 적용됐다.
이와 함께 기어 노브도 신세대형으로 변화되는 등 모두 바꿨다는 표현이 정확하다. 3스포크 스티어링 휠도 예전보다
커졌으며, 사이로 보이는 계기판은 속도계와 엔진회전계가 간결하게 구성돼 깔끔한 느낌을 준다. 시트는 5인승으로
구성됐고, 앞좌석은 8방향 전동 조절식을 택했다. 뒷좌석은 40:20:40의 비율로 접혀져 용도와 상황에 따라 공간을
활용케 했으며, 트렁크는 좌석의 위치에 따라 550ℓ에서 1,600ℓ까지 적재가 가능하다.
▲성능
3.0ℓ 엔진도 있지만 국내에서는 X5와 간섭을 피하기 위해 2.0ℓ 디젤 엔진만을 판매한다. 이미 판매량 부진이라는
아픔을 겪었기에 이 같은 선택은 X3에게 오히려 도움이 된다. 장착된 엔진은 4기통 2.0ℓ 터보디젤로 최고출력
184마력, 최대토크 39.8kg·m을 낸다. 디젤엔진으로서는 무난한 성능이다.
변속기는 8단 자동변속기가 쓰였다. 동급에서 최초의 시도일 뿐더러 배기량에 비해 조금 과하다는 지적도 있지만
최근 저배기량 차에도 고단 변속기를 선호하는 추세를 생각한다면 크게 괘념할 부분도 아니다. 다단 변속기의
장점은 부드러운 변속감과 효율성. 다이내믹이피션시로 주행성능과 효율을 동시에 추구하는 BMW에게 있어서는
어쩌면 당연한 선택이라는 생각이다.
시동을 걸었다. 디젤답지 않은 조용한 엔진음이 인상적이다. 기술 발달로 원천 소음이 줄어들기도 했지만 사실
프리미엄 브랜드들은 흡음재를 아낌없이 사용할 수 있어 소음에 대한 스트레스는 적은 편이다. 결국 흡음재를
넣고 빼는 것은 제작 단가와 밀접한 관련이 있지만 프리미엄 브랜드 소비자들은 그것에 연연하지 않는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가속 페달을 밟아 차를 움직였다. 솔직히 초반 가속은 민첩하다고 이야기하기 어렵다. 같은 엔진을 사용하는 520d와
느낌이 다르다. 아무래도 SUV인 X3가 차고도 높고, 무게도 100kg 무겁기 때문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속도를
높여가니 8단 변속기의 장점이 드러난다. 가속 충격을 느낄 수 없을 정도의 부드러운 변속이 이뤄진다. 사실 어느
시점에서 변속이 됐는지도 알아차리기 힘들 정도로 매끄럽다. 저속과 고속 모두 엔진회전수가 급격히 오르지 않는다.
디젤 특유의 높은 토크 덕분인데 대부분의 속도 구간에서 1,000~2000rpm의 엔진 회전을 보인다.
시리즈명인 X는 BMW 사륜구동 시스템 X드라이브를 나타내는 말이다. X드라이브는 프론트 액슬과 리어 액슬에
도로상황을 고려한 최적화된 추진력을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어느 상황이든지 뛰어난 접지력을 선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대각선 방향으로 구동력을 전달하는 특성에 따라 어느 한 바퀴가 접지력을 잃어도 나머지 바퀴들이
능동적으로 대처해 차체를 보다 안정적으로 유지한다.
곡선주로에서 약간 오버 스티어링이 나는 느낌이다. 혹자는 이것이 롤링에 의한 것이며 구동 방식과는 맞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그러나 이는 X드라이브의 대표적인 성격 탓이다. 코너 상황에서는 토크의 비율이 뒷바퀴에
더 쏠리기 때문이다. 따라서 SUV라도 마치 후륜구동 세단을 타는 느낌을 갖게 한다.
신호 대기 상태에서는 엔진 시동이 꺼진다. 오토 스타트/스톱 기능이 들어갔기 때문이다. 엔진이 돌아가지 않는
부분에서는 엔진을 꺼놓음으로 효율을 조금이나마 높여보자는 취지로 최근 많은 차들이 적용하는 장치다. 그러나
정지 상태가 잦은 도심에서는 시동이 꺼지고 다시 걸리는 것이 약간 거슬릴 수도 있다. 시동 버튼 왼쪽의 기능
ON/OFF 스위치로 간단하게 기능을 끄고 켤 수 있다.
▲총평
일신에 일신을 거듭한 X3은 그동안 X5의 축소판, X1보다 떨어지는 개성 등으로 찬밥 신세였음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새로운 X3는 이전의 비판을 일소에 척결하는 높은 상품성을 보였다. 이제야 X3만의 자리를 찾은 외관
디자인과 차체 크기 등이 이를 대변한다. 또한 최근 자동차의 최고 덕목으로 꼽히는 효율성을 높인 것도 큰 매력이다.
새로운 4기통 디젤 엔진과 8단 자동 변속기의 조합은 ℓ당 17.2km라는 2.0ℓ SUV로서는 최상급의 효율을 자랑한다.
구형보다 연료 소모를 약 14% 줄였다는 회사 설명이다. 여러모로 절치부심한 흔적이 엿보인다.
비록 엔진 라인업은 2.0ℓ 디젤 하나로 줄었지만 트림을 두 개로 나눈 점도 소비자의 선택권을 늘렸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다. 5,990만원의 일반 모델과 6,390만원의 하이 모델로 구분되는데 전자식 주차 브레이크와 루프 레일
등의 작은 차이기 때문에 6,190만원의 구형과 비교했을 때 사실상 가격 인하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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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우 기자 kuhiro@autotimes.co.kr
출처 - 오토타임즈
비슷한 가격에 같은 엔진이라도 520d가 훨씬 잘팔리지만,
굳이 세단을 고집하지 않고 4륜의 안정성과 넓은 트렁크를 원한다면 이게 최선인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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