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자동차 부품업계가 '표준화'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표준화를 통해 부품 공용화가 가능해지면 천재지변으로 특정
부품사의 가동이 중단되더라도 쉽게 대체재를 구할 수 있다. 이번 대지진으로 얻은 교훈을 자동차 생산 시스템에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자동차업계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는 일본업체들이 표준화에 성공하면 글로벌 표준이 될 공산이 크다. 대지진
이후 해외진출에 적극 나서고 있는 국내업체들에겐 타격이 될 수밖에 없다. 일본 표준을 따르게 되면 기술 종속 우려가
커지는 반면 따르지 않을 경우 수출 대상이 줄어들게 된다.
◇日 업계, 지진 후 첫 '액션플랜'…서플라이 체인 재구축=15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토요타와 닛산, 혼다 등 일본 주요
완성차 업체들과 덴소와 아이신 등 부품 업체들은 최근 자국 내 부품 표준화를 추진하기 위한 협의체를 구성하기로 했다.
3월 일본 대지진 후 정부와 업계가 손잡고 내놓은 첫 번째 대응방안이다. 우선 기존에 범용성이 높은 단순부품부터 표준화
작업을 시작하고 핵심부품까지 영역을 넓혀갈 계획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지진 이후 일본산 부품 사용비중을 줄이려는 글로벌 자동차 업계의 움직임이 감지됐다"며
"하지만 일본 업계가 부품 표준화로 공급 안전성을 회복할 경우 글로벌 업계는 기존에 쓰던 일본산 부품을 계속 사용하게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부품 공용화는 일본 완성차의 품질 개선에도 기여할 전망이다. 그동안 일본 완성차 업계는 브랜드별로 제품 차별화와 경쟁력
확보를 위해 사양이 세세하게 구분된 독자적 부품을 사용했다.
하지만 부품업체들이 완성차 업계의 세분화된 요구를 소화하느라 수익성이 떨어지고 품질도 나빠졌다는 지적이다. 표준화가
이뤄지면 소품종 대량 생산 체제가 가능하고 품질관리가 손쉬워지는 동시에 수익성도 높일 수 있다.
◇韓 글로벌 공략 제동걸리나?…日 벤치마킹 시급=일본 부품업계의 전열 재정비는 대지진 후 글로벌 시장에서 영역을
넓혀가던 한국 부품업계에 타격이 될 수 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주력산업팀장은 "범용 부품 부문에서부터 일본의 빈자리를 서서히 채워가던 한국 업계는 일본의 부품
공용화작업으로 해외시장 확대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며 "당장 부품 공용화의 효과가 나타나지는 않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분명한 영향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매출 기준 글로벌 상위 30위 자동차 부품회사 가운데 일본 업체는 8개에 달했다. 글로벌 부품시장에서 일본의 위상을
말해 주는 단적인 예다. 반면 우리나라는 현대모비스와 LG화학 단 2개에 그쳤다. 그나마 LG화학은 자동차 관련사업보다는
화학 및 정보전자소재 부문 비중이 높은 업체다.
김필수 교수는 "일본의 부품 공용화 작업을 한국도 벤치마킹해야 할 필요성이 높다"며 "특히 우리나라는 부품 공용화와 함께
부품 복수공급 시스템 구축도 필요한데 정부의 적극적 지원 없이는 뚜렷한 효과를 보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안정준 기자
출처 -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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