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가 발효되면서 자동차와 부품업계가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또한 항공,
해운 등 물류업계도 교역량 증가에 따른 화물 운송 매출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대기아차 등 완성차들과 관련 부품 최대수혜
현대기아차 등 국내완성차업계는 유럽 수출관세 10%가 향후 5년 동안 철폐되고, 부품 관세 4%는 즉시 사라지는
등의 효과로 EU 시장 점유율을 크게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오는 2013년까지 유럽 판매 대수를 작년보다 40% 이상 늘어난 95만대(현대차 50만대, 기아차
45만대)로 잡았다.
이를 위해 현재 11개 모델을 판매 중인 현대차는 오는 2015년까지 16개로 늘리기로 했다. 올해 ‘i40’ 왜건에 이어
‘벨로스터’와 ‘i40’ 세단을 새롭게 출시하고, 내년 봄엔 신형 ‘i30’(3도어 포함)와 '제네시스', '에쿠스'도 선보일 예정이다.
기아차도 '리오(프라이드)' 5도어와 '피칸토(모닝)' 3도어 모델을 8월께 출시하고, 신형 '쏘울'과 '옵티마(K5)'도
판매할 예정이다. 내년엔 '리오' 3도어 모델과 '옵티마 하이브리드', '쏘렌토 부분 변경모델' 등도 출시할 계획이다.
이러한 현지 생산 외에도 국내 공장 활성화도 기대된다. 현대차는 오는 9월 유럽에서 판매를 시작하는 'i40'를
국내 울산공장에서 만들기로 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관세효과를 극대화하고 국내 공장 가동률을 높이기 위해
이 같이 결정했다"고 말했다.
'쉐보레' 브랜드로 유럽에 차량을 수출하고 있는 한국GM도 큰 기대를 걸고 있다. 한국GM은 작년 전체 수출
대수(62만5723대) 가운데 30% 수준인 18만7000여대를 유럽에 수출했다.
르노삼성은 'SM5'와 'QM5' 등 주요 모델의 수출 확대는 물론 현재 유럽에서 일부 수입하고 있는 디젤 엔진과
부품 등의 수입가격도 낮아지게 돼 경쟁력이 한층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또한 쌍용차도 스페인과 독일 등
SUV 수요가 많은 지역을 중심으로 판매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자동차 부품은 FTA 발효로 얻게 될 수혜 폭이 완성차를 넘어설 전망이다. 부품은 발효 즉시 수출관세가 최대
4.5% 내려가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올해 EU 자동차 부품 수입시장에서 한국 업계의 점유율이 10%대로 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실제로 EU 자동차업계는 한국산 부품 납품을 큰 폭 늘릴 움직임을 보인다. 30일 코트라는 보고서를 통해 EU
내 완성차·부품 제조업체 17곳을 조사한 결과 11개사가 한국산 부품 납품 확대를 긍정적으로 검토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특히 세계 최대 자동차 부품사인 독일 보쉬와 스웨덴 최대 자동차 부품사 메코노멘은 FTA 발효 후 한국산
부품 구매를 5~10% 늘릴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국내 부품업계는 일찌감치 관세 인하혜택을 받을
수 있는 자격인 '원산지 수출자 인증'을 취득하는 한편 밀려드는 주문 물량을 소화하기 위해 공장 증설도 추진 중이다.
국내 최대 부품사인 현대모비스도 현재 유럽으로 수출중인 품목에 대해 관세인하 인증을 받았다. 다임러와
BMW, 폭스바겐 등에 공급중인 모듈 등 핵심부품은 당장 관세인하 혜택을 받게 된다. 현대모비스는 BMW와
푸조·시트로엥, 피아트 등 유럽 주요 완성차 업체의 본사를 직접 방문해 공급 물량 확대를 위한 논의를 진행해왔다.
BMW·벤츠 등 유럽차 가격 얼마나 싸질까
이번 FTA로 인한 관세인하 기준은 1500㏄ 이상 유럽산 수입차에 붙는 관세 8%를 3년간 단계적으로 인하,
올해는 수입원가 기준 2.4% 내려간다. 부품관세 4.5%는 FTA 발효즉시 철폐된다. 7월1일부터 독일차를 포함한
유럽차는 국내에서 소매가 평균 1.3~1.4% 내외에서 가격할인에 나설 계획이다. 차종별 부품도 평균 3~4% 내릴 예정이다.
BMW코리아는 유럽에서 생산되는 차종을 중심으로 평균 1.3~1.4% 내렸다. 현재 수입차 모델별 최고 판매량을
보이고 있는 '528'은 기존보다 100만 원, 3시리즈 디젤인 '320d'는 70만원 각각 인하했다. 최고가 모델인 '750'
모델은 1억7730만원으로 270만원 내렸으며, 부품은 유럽산 기준 평균 4% 인하했다.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는 미국에서 생산되는 'M클래스'를 제외하고는 가격을 평균 1.3% 내렸다. 최근 선보인
신형 'C클래스'는 기존대비 모델별로 60만~90만원까지, 가장 인기리에 판매되는 'E300'은 100만원,
'S500 블루이피션시 L'은 170만원까지 각각 인하했다.
볼보도 차 가격을 평균 1.4% 내렸다. 현재 3890만원인 'C30 D4'는 62만8000원, 'S80 D5' 80만4000원,
'S80 T6 EXE' 112만7000원 각각 인하했다. 부품의 경우 유럽 이외의 지역에서 수입되는 것들도 포함, 일괄적으로
2.5~3.5% 내렸다.
아우디와 폭스바겐코리아 역시 FTA에 따른 가격인하를 검토하고 있지만, 아직 구체적인 인하율을 발표하진 않고
있다. 다만 7월 이후 신차로 출시할 폭스바겐 '투아렉'과 아우디 'A7'에 대해선 FTA를 감안한 관세인하 분만큼
기존보다 할인된 가격으로 내놓을 계획이다.
한편, 최근 푸조 신형 '508'을 FTA에 따른 인하된 가격으로 출시한 한불모터스는 국내에서 팔리는 푸조 가격이
상대적으로 고가가 아닌 점을 감안, 가격을 일괄 인하하기 보다는 일부 옵션을 추가해주거나 판촉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대응해 나가기로 했다.
항공해운업계 "조심스러운 기대감"
지난해 한국과 유럽의 화물운송 교역규모는 922억달러에 달했다. 중국 다음으로 큰 수출시장이자 흑자시장이기도 하다.
해운업계는 조심스레 기대감을 보이고 있다. 국내 수출입 물동량의 90% 이상이 해운에 의해 처리되는 만큼
교역량이 증가하면 증가할수록 매출은 늘어난다고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시아-유럽 항로에 잇달아 초대형
컨테이너선이 투입되면서 선박 공급 과잉으로 물동량이 늘어나도 운임 하락은 불가피해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한진해운 관계자는 "지난해 전체 매출에서 한국과 유럽 항로에서 발생한 부분은 3.6%에 불과했다"며 "실제 효과는
두고 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항공업계도 여객보다는 화물사업에 주목하고 있다. 항공업계는 2011년 이후 3년간 한국과 유럽을 오가는 전체
항공화물 물동량은 수출 5.9%, 수입은 4.1%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대한항공은 유럽 12개국, 13개 도시에 화물기를 취항하고 있다. 연간 화물사업 매출에서 유럽 노선에서 매출은
30%가량이다. 대한항공의 지난해 화물운송 사업 매출은 3조7885억원으로 유럽 노선에서 매출은 1조1360억여원으로
추정된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자동차 관련 화물 증가가 가장 클 것으로 기대되며 평판디스플레이, 의약품 등 수요도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출처 -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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