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0마력과 590마력, 큰 듯 작은 가치 차이
최근 고성능차 브랜드의 성장세를 좌우하는 제품은 쿠페나 카브리올레가 아닌 'SUV'다. 대중 브랜드와는 다르게 고성
능 스포츠카에 제한됐던 영역을 확대하는 역할을 맡았다. 마세라티 르반떼 역시 등장과 함께 회사 성장에 큰 기여를 하
고 있다. 국내의 경우 마세라티 실적의 절반 가까이를 르반떼가 차지하고 있다.
르반떼는 엔진에 따라 다섯 가지의 선택지가 있다. V6의 르반떼와 르반떼 S, 디젤, V8의 GTS, 그리고 트로페오다. 이
가운데 V6, V8의 정점에 있는 S와 트로페오를 비교해봤다.
▲스타일&상품성
르반떼의 외관은 전체적으로 면을 많이 나누지 않고 두드러진 장식 요소를 최소화해 수수한 분위기다. 한편으론 콰트
로포르테를 부풀리고 압축한 이미지도 보인다. 전면부는 상어의 날카로운 얼굴을 연상케 하는 얇은 헤드램프와 두터
운 그릴, 흡기구로 브랜드 정체성을 연출했다. 후륜구동 구조를 잘 드러내는 측면은 역동성과 우아함을 보여준다. 펜더
에 위치한 3개의 구멍은 마세라티의 상징이다. 후면부는 방향지시등과 후진등을 둘러싼 붉은 테일램프가 마세라티임
을 나타낸다. 날개형 스포일러, 4개의 배기구, 디퓨저 형태의 범퍼 커버는 차의 성격을 보여준다.
르반떼의 디자인은 모든 트림이 거의 동일하다. S와 트로페오도 자세히 봐야만 차이를 알 수 있을 정도다. 예를 들면
범퍼 흡기구의 패턴이나 알로이 휠 정도다. 이밖에 트로페오는 곳곳에 카본 부품을 적용해 경량화했으며 삼지창 엠블
럼에는 가로 줄 대신 트림명인 '트로페오(Trofeo)'를 넣어 차별화했다. 후드엔 엔진 열을 방출하는 큼지막한 구멍을 뚫
었다. 운전석에서 보면 크고 강력한 차에 올랐다는 느낌을 시각적으로 전달하기도 한다.
실내는 두툼한 가죽과 원색으로 마감해 화려하다. 스티어링 휠과 함께 아낌없이 사용한 카본파이버 트림도 차의 성격
을 드러낸다. 대시보드와 센터페시아는 요즘과 다르게 디지털 계기판, 10인치 이상 대화면 모니터 같은 품목을 찾아보
기 힘들다. 그러나 애플 카플레이, 안드로이드 오토 등의 커넥티드 기술은 챙겼다. 트로페오는 피에노 피오레 가죽 등
으로 더 고급스러운 느낌을 준다.
탑승 공간은 차체에 비해 넓지 않다. 3m가 넘는 휠베이스를 지녔지만 구동계 특성상 일정 부분을 엔진룸에 더 투자해
서다. 이런 부분을 감안하면 무난한 중형 SUV 수준이다. 적재공간은 580ℓ를 기본 제공한다. 스타일을 위해 해치 도어
를 기울였지만 작지 않은 크기다. 뒷좌석을 접으면 1,625ℓ까지 넓힐 수 있다.
▲성능
마세라티는 웅장한 엔진음과 거친 배기음의 조화가 주차장에 울려퍼지는 그 때부터 기대감을 선사한다. 두 트림 모두
페라리가 손 본 엔진을 탑재해 성능, 감성 면에서 어느 정도의 보증이 이뤄졌다.
르반떼 S는 V6 3.0ℓ 트윈터보 엔진을 얹어 최고 430마력, 최대 59.1㎏·m를 발휘한다. 힘은 2.2t이 넘는 차체가 무색할
정도로 여유있다. 나긋하게 달리는데도 가속을 부추기는 무언가가 발끝에 힘을 실어준다. 스포츠모드를 선택하면 엔
진은 더 흥분한 채 계기판의 모든 바늘을 시원스럽게 돌린다. 고속주행안정성도 높다. 에어 서스펜션으로 지상고를 낮
추고 앞바퀴에 일부 구동력을 나누는 AWD 시스템이 적지 않은 도움을 준다. 연료효율은 복합 기준 ℓ당 6.4㎞다.
트로페오의 V8 3.8ℓ 트윈터보 엔진은 차체의 정체성을 더 혼란스럽게 한다. 최고 590마력, 최대 74.9㎏·m의 동력성능
은 수치만으로도 놀랍지만 온몸이 쭈뼛할 정도의 가속력을 보인다. 회사가 밝힌 0→100㎞/h 시간은 3.9초지만 몸소 체
험한 가속력은 최대토크가 바로 터져 나오는 전기차에 맞먹는 수준이다. 엔진 스트로크가 S보다 짧다는 점도 출력에
이점을 준다. 르반떼 S가 청양고추의 매운맛을 보여준다면 트로페오는 졸로키아 만큼 더 화끈하다. 연료효율은 복합
기준 ℓ당 5.7㎞로 사실상 슈퍼카다.
두 차의 동력성능만큼이나 돋보인 건 핸들링이다. 분명 시트 포지션은 SUV인데 몸놀림은 스포츠 세단처럼 날래다. 폭
스바겐그룹 내 여러 차와 플랫폼을 공유하는 람보르기니 우루스보다도 인상적이다. 무게 중심은 아마 SUV 중 가장 낮
은 위치에 있을 듯하다. 트로페오의 경우 22인치 전용 휠·타이어로 지면와의 소통을 더 단단히 한다. 트로페오만의 주
행모드인 코르사(Corsa)를 선택하면 차체자세제어장치 마저 손을 놔버려 극적인 긴장감을 이끌어낸다. 그럼에도 흐
트러짐 없는 모습을 보자면 '괴물'이란 말 밖에 나오질 않는다. 이에 못지않게 제동력도 강하다. SUV 다운 면모보다는
스포츠세단에 가까운 답력을 보여주며 속도를 줄인다.
배기음은 의외로 V6의 르반떼 S가 더 크고 거칠게 와닿는다. 그렇다고 비교적 작은(?) 엔진으로 무리해서 내지르는
느낌은 아니다. 반면 트로페오는 다기통 특유의 두터운 음색과 부드러움을 강조한다.
▲총평
르반떼는 가슴으로 타는 '크로스오버카'다. 감각적인 자극으로 둘러쌓인 높은 차체는 SUV라 칭하기에 아쉬운 면이 있
다. 그런 점에서 감성 차별화를 강조하는 마세라티임이 분명하다. 한편으론 같은 차체 다른 엔진이 보여준 차이는 단순
히 성능의 높고 낮음과는 다른 차이가 있음을 일깨워준다. 물론 가장 강력한 트로페오가 성능 면에서 월등한 부분이 있
지만 S의 가치도 높게 와닿았다.
가격(개별소비세 3.5% 인하 기준)은 르반떼 S 1억6,426만원, 르반떼 트로페오 2억1,373만원이다.
구기성 기자 kksstudio@autotimes.co.kr
출처-오토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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