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욱 기자가 내다 본
미래의 ‘전기트럭 시대’
메르세데스-벤츠의 퓨처트럭2025 컨셉카 실내.
“전기트럭? 그게 되겠어요?”, “승용차면 몰라도 트럭은 아직 멀었죠” 기자가 알고 지낸 몇몇 화물차주들에게 전기트럭에 대해 넌지시 물어봤을 때 돌아온 대답이다.
그도 그럴 것이 전기차는 일부 승용차와 주행거리 및 충전시간을 계획할 수 있는 전기버스 외에 중대형트럭과 관련해 상용화 소식은 커녕, 여전히 절대다수의 내연기관을 탑재한 자동차와 주유소를 보면, 전기트럭 시대가 와 닿지 않는다.
게다가 디젤트럭과 비교해 전기트럭은 주행거리, 충전시간, 가격 등에서 어느 것 하나 나을게 없기 때문에 전기트럭에 대한 회의적인 반응은 당연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이 오는 2025년을 기점으로 전기승용차를 쏟아낼 준비를 하고 있다. 상용차도 전기차로의 전환을 예고하고 있다. 2040년부터 유럽 대부분 상용차 브랜드들이 내연기관을 더 이상 생산 하지 않기로 발표하는 등 수년 내 전기차가 내연기관의 차량을 밀어낼 것만 같은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이는 단순히 친환경성에 주목해서 전기차에 사활을 걸고 있는 것이 아니다. 전기차에 탑재된 고성능 배터리와 사물인터넷 결합으로 단순히 이동수단이 아닌 새로운 형태의 거주공간으로써의 역할을 한다고 보는 것이다. 즉 앞으로 나올 전기차들은 내연기관 차량과의 경쟁이 아닌 독자적인 운송플랫폼으로써 차량 내에서 얼마나 다양한 경험 할 수 있는지가 되는 셈이다.
과거 2000년대 말 스마트폰 혁명을 일으킨 애플이 아이폰 출시를 앞두고 ‘애플 컴퓨터’에서 ‘애플’로 사명 변경한 바 있다. 최근 완성차업체의 기류도 심상치 않다. 기아자동차가 31년 만에 자동차 떼고 ‘기아’로 사명을 바꾸고, GM이 57년동안 바꾸지 않던 로고를 전기플러그를 형상화한 로고로 바꾸는 등 전기차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수년 내 내연기관과 동등 혹은 그 이상 성능의 전기트럭이 상용화된다면, 차주들의 삶은 어떻게 달라질까.
효율적인 전동 파워트레인으로 변모한다
전기트럭의 최대 장점은, 차원이 다른 주행환경이다. 전기차에서도 가장 강조하는 부분 중 하나다.
내연기관의 엔진은 ‘흡입→압축→폭발→배기’ 4행정 사이클을 통해 연료를 연소시켜 동력을 만들어낸다. 여기서 소음과 진동이 발생할 뿐만 아니라 배출가스들이 대거 방출된다.
또한 4행정 사이클 과정을 원활하게 진행하기 위해 폭발을 일으킬만한 충분한 공기가 필요하고, 피스톤의 윤활을 위한 엔진오일, 엔진의 온도를 유지해 줄 냉각수 그리고 배기에서 나오는 배출가스를 줄이기 위한 다양한 후처리장치 등 다양한 시스템과 소모품들이 요구된다.
전기차의 최대 장점은 바로 배터리의 전력을 별도의 장치 없이 바로 내연기관의 엔진과 변속기 역할을 하는 ‘모터’로 연결한다는 점이다. 가령 스위치를 켜면 작동하는 전기드릴처럼 말이다. 이를 통해 즉각적인 엑셀 반응은 물론, 효율성 측면에서도 유리하다.
또한 후처리장치 및 엔진오일 등 엔진 외적인 시스템이 내연기관 보다 덜 들어가는 만큼, 유지보수 측면에서도 유리하다. 또한, 내연기관에서 제동은 연료의 낭비로 이어지던 것과 달리, 회생제동을 통해 일정부분 보상받을 수 있어, 경제적인 운전에 많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엔진과 함께 짝을 이루는 변속기는 어떻게 될까. 현재까지 나온 대부분의 전기차에서는 변속기 역할을 모터가 함께 하고 있지만, 중대형트럭에서 변속기는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수동변속기가 아닌 자동변속기 개념에서다. 현재 디젤트럭에 쓰이는 12단/16단 변속기만큼 다단화 되진 않겠지만 다양한 화물에 맞춰 섬세한 등판력을 요구하는 만큼, 변속기는 꾸준히 탑재될 것으로 보인다.
고용량 배터리로 거주환경은 높아진다
운전할 때나, 상·하차 대기 및 휴식을 취할 때 많은 화물차주들은 트럭의 실내라 할 수있는 캡(Cabin)안에서 시간을 보낸다. 이때 가장 필요한 것이 ‘전기’인데, 현재 내연기관의 트럭에서는 공회전을 통해 연료를 계속해서 태울 수 없기에 추가적인 배터리 등을 설치해 전력을 수급하지만, 여기나 나오는 충전량과 전압으로 할 수 있는 것은 고작해야 휴대폰 충전 등 제약이 크다. 에어컨 등 높은 전압을 필요할 때는 가정용 전기를 끌어와야 한다. 하지만 전기트럭은 배터리는 이동하는 동력원으로서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휴대용 배터리 역할도 한다. 그것도 가정에 공급되는 전압 수준으로 말이다. 고용량 배터리의 탑재는 곧, 캡 안에 많은 시간을 보내는 차주들에게 다양한 취미 및 즐길거리를 제공하게 되는 것이다.
최근 현대차의 차세대 전기차 아이오닉5 광고에서 차량에 마련된 콘센트(V2L)에 런닝머신을 연결해 운동하는 광고가 등장했다. 단순히 전기차를 운송수단에 초점이 맞춘 것이 아니라 이동 가능한 보조배터리 개념으로, 런닝머신을 돌릴 정도로 전력수급이 가능하다는 것을 강조하며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전기승용차에 탑재된 것보다 몇 배 높은 용량의 배터리가 들어가는 전기트럭에서는 얼마나 많은 것들을 할 수 있을까.
이베코 Ztruck 컨셉카 실내.
캡은 집무공간으로 변모하기도
전기트럭 시대에서 캡은 단순히 이동을 위한 공간이 아닌 업무와 휴식을 위한 집무실로 변모할 것으로 예상된다.
언급했듯, 전기트럭에 탑재된 배터리를 바탕으로, 5G(5세대 이동통신) 기술과 결합해 캡은 스마트폰과 같은 제한된 통신장비를 넘어 컴퓨터의 역할도 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5G 기술은 빠른 속도에서도 원활한 통신이 가능함에 따라 자율주행 기술로 연결될 기대를 하고 있지만, 사고발생 시 책임여부 및 직업군 소멸 문제 등으로 이보다는 사물인터넷을 통해 다양한 형태의 정보를 운전자에게 전달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그간 스마트폰으로 진행했던 콜 업무를 비롯해 배차, 차량관제, 화상미팅 등 차량 내에 탑재된 통신기기를 통해 업무를 진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아직 보이진 않지만, 머지않아 다가올 전기차 시대를 대비해 자동차 업체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현재는 전기트럭이 얼마나 디젤트럭과 비슷한 성능을 맞출 수 있는지에 대해 주안점이 맞춰 있지만 일정 배터리 기술력이 임계점이 차오르면, 거침없이 빠르게 내연기관을 삼켜버릴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전기트럭은 이중에서도 전기차 시대를 주도할만한 거대한 운송·거주공간으로 재탄생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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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욱 기자 ilovetruck@cvinfo.com
출처 : 상용차신문(http://www.cvinf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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