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톤 이상 화물차,
차고지 증명제 의무지만
공영차고지 등 턱없이 부족
차주들 실효성에 의문 제기
얼마 전 A씨는 집 근처 공터에 화물차를 주차했다가 구청으로부터 과태료 30만 원이 적힌 고지서를 받았다. 등록해둔 차고지 외의 장소에 화물차를 주차했다는 이유에서다. A씨는 “지금 사는 곳이 서울이고 차고지로 등록해 둔 곳이 경기도 파주시라 현실적으로 주차하러 다니기가 불가능하다.”며, “주거지 인근에 공영차고지 하나 없어 어쩔 수 없이 다른 지역에 차고지를 마련했는데 어떻게 주차를 하라는 건지 모르겠다.”고 털어놓았다.
화물차 차고지 증명제에 대한 실효성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현재 정부는 화물차운수사업법에 따라 총중량 2.5톤 이상 영업용 화물차를 대상으로 차고지 증명제를 의무화했다. 차량을 신규·변경·이전 등록할 때마다 차고지 확보 증명서를 함께 제출해야 하며, 차고지 외의 장소에 화물차를 주차할 경우 과태료 25~35만 원을 내야 한다.
차고지 증명제는 대형화물차를 지정된 장소에 주차하도록 유도해 도로변 불법 주정차 등으로 인한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취지로 시행됐지만 차주들 사이에선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공영차고지와 같이 화물차 주차공간으로 활용할 만한 부지가 전국적으로 부족한 탓에 집 근처에 자기 차고지를 마련하기가 어려워 실제 주차 장소와 서류상 차고지 위치가 따로 논다는 것이다.
실제로 경기도에 따르면, 관내 등록된 영업용 화물차 중 차고지를 증명해야 하는 차량은 8만 548대(2020년 8월 기준)지만, 지자체가 확보한 화물차 차고지 주차면수는 6,366면에 불과하다. 단 7.9%의 화물차만이 등록 지역 내 주차가 가능한 셈이다.
인천시도 상황은 비슷하다. 관내 등록된 영업용 화물차는 3만 6,840대(2020년 기준)이나 주차면수는 공영차고지 2개소(540면)와 민간차고지 39개소(5,020면)를 모두 더해도 차량의 26.5%에 지나지 않는다. 집 근처에 차고지를 마련하지 못한 차주들은 다른 지역에서 차고를 찾을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상황이 이러하자 화물차 차고지를 대신 증명하는 대행업이 횡행하고 있다. 연간 20~30만 원만 내면 적당한 장소에 있는 차고지를 찾아 등록, 매년 갱신해준다. 이들 업체가 등록한 차고지 가운데는 실제 화물차 차고지가 아닌 곳도 많다. 임야나 공사장 부지 등 이른바 ‘유령 차고지’다. 지자체가 차고지의 실제 활용 유무를 확인하지 않은 채 임대계약서나 토지대장 등 필수 서류만 갖추면 허가를 내주는 탓이다. 차주 입장에선 실제로 활용할 수도 없는 ‘서류상의 차고지’를 유지하느라 불필요한 비용을 매년 지출해야 하는 셈이다.
이렇듯 화물차 차고지 증명제의 실효성이 떨어지니 화물차 불법 주정차 문제도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인천시에 따르면, 대형화물차 불법 밤샘주차 단속 건수는 지난 2016년 2,543건에서 2,750건(2017년), 3,970건(2018년), 3,188건(2019년), 5,535건(2020년)으로 4년 만에 두 배 이상 증가했다. 관내 등록된 화물차의 등록대수가 증가하면서 주차부족 문제가 더욱 심화하는 모습이다.
문제 해결을 위해선 지자체가 공영차고지를 더 짓는 수밖에 없지만 쉽지가 않다. 높은 건설비용 때문이다. 화물차 공영차고지는 한 개소에 수십억 원에서 수백억 원까지 투입되는 대규모 사업이다. 과거 거제시도 공영차고지를 구축하기로 했다가 자금 조달에 실패해 계획을 잠정 중단한 바 있다. 특히 지난해부터 화물차운수사업법 개정으로 공영차고지 사업에 대한 국토교통부 보조금이 끊기면서 사업비 문제는 더욱 커졌다.
지역 주민들의 반발도 거세다. 대규모 화물차 공영차고지가 들어서면 소음과 매연 피해는 물론 대형화물차의 안전사고를 우려한 탓이다. 실제로 지난 4월 인천시가 송도국제도시 내 아암물류2단지를 화물차 공영차고지 부지로 선정했으나 인근 주민들이 시청 앞에서 시위를 벌일 정도로 거세게 반대하고 나섰다.
한 업계 관계자는 “화물차 주차공간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차고지 증명제가 시행되다보니 정작 불법 주정차 문제는 해결되지 않은 채 애꿎은 화물차주들만 ‘유령차고지’에 매년 불필요한 돈을 쏟아붓는다.”며 “정부가 나서서 공영차고지 건립, 사설차고지 운영 지원금 등의 실효성 있는 해결책을 마련해야 할 때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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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준영 기자 zzangtruck@cvinf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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