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미국, 운전자 부족 해결 위해
복지·육성 등에 관심 두고 적극 투자
국내는 ‘허가제’임에도 운전자 넘쳐나지만
화물차 운전자 복지 및 육성 교육은 부실
미국, 유럽 등에서는 화물차 운전자 부족 현상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오히려 화물차 운전자 수요가 끊이질 않고 있다.
미국, 유럽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몇 년 전부터 화물차 운전자 부족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유럽은 현재 화물차 운전자가 8만 명, 미국은 6만 명이 부족한 것으로 조사됐는데 대부분 근로 환경이 열악하고 그에 따른 보상이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로 화물차 운전자가 되는 것을 기피하고 있다.
이에 각국에서는 화물차 운전자의 근로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보너스 지급, 물류센터 건설 등을 지원하고 있으며 젊은 화물차 운전자를 육성하는 프로그램도 개발 중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해외보다 운행 환경 및 소득이 안정적이고 진입 장벽이 낮아 화물차 운전자 수요가 꾸준하다. 우리나라는 화물차 운전자 부족은커녕, 화물차 운전자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느는 것을 방지하고자 화물차운송사업 ‘허가제’를 도입해 수급조절하고 있다.
해외 대비 안정적인 근로 환경과 낮은 진입 장벽으로 수요 꾸준
고용노동부 산하 워크넷에 따르면, 우리나라 모든 화물차 운전자들의 소득을 조사한 결과 2020년 기준 중위 소득은 3,300만 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과 유럽 화물차 운전자의 중위소득과 비교했을 때는 다소 떨어지는 수준이다. 실제 미국운송협회(ATRI) 및 유럽 고용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미국 트랙터 운전자의 중위소득은 2020년 기준 4만 7,130달러(한화 약 5,534만 원), 유럽 대형트럭 운전자의 중위소득은 약 3만 유로(한화 약 4,112만 원)로 나타났다. 하지만 미국의 경우, 최저 임금 수준으로 화물차 운전 경력을 3년 이상 쌓고 개인 화물차를 구매해야 비로소 고소득을 올리기 시작하며 유럽의 경우 폴란드 등 동유럽에서 운행할 땐 우리나라와 비교해도 낮은 급여를 받았다. 다시 말해 우리나라와 비교해 소득의 평균값은 크지만 편차도 큰 셈이다.
하루 운행거리도 우리나라가 해외보다 짧다. 화물시장동향 보고서 기준 우리나라에서 화물차는 일평균 212 ~372km를 운행하는데 미국은 643~ 804km(400~500마일), 유럽은 482~ 643km(300~400마일)를 운행한다. 최하 2배 이상의 운행거리다.
또한, 평균 운행시간도 우리나라 화물차 운전자는 하루 8.2시간, 미국과 유럽은 각각 법적으로 10시간, 9시간만 운행하도록 고정돼 있어 우리나라 화물차가 운행되는 시간도 더 짧다.
특히, 해외에선 화물차 운전자 자격증을 취득하려면 2,000~8,000달러(한화 235만~942만 원) 가량이 들어 진입 장벽이 높고 한 번 장거리 운행 시엔 2주 넘게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거나 일부 지역에선 언어 장벽에 마주하기도 한다. 화물차 운전자들을 위해 만들어진 정책들도 유럽에선 국가마다 미국에선 주마다 적용되는 범위가 달라 지켜지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대형운전면허와 화물운송자격증을 따는 비용이 100만 원 안팎이라 화물차를 구매할 자금만 있으면 되고 대부분 국내에서 운행한다. 때론 차숙(車宿)이 요구되기도 하지만 특수한 상황이 아니라면 일주일 넘게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이 같은 이유로 주로 중·장년층에서 제2의 직업으로 화물차 운전자 수요가 꾸준하다.
해외에선 국가가 육성, 한국은 스스로 찾아야
해외에선 화물차 운전자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운전자 수를 늘리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해외 운수업체들은 화물차 운전자에게 보너스를 지급하고 보다 인상된 연봉으로 화물차 운전자를 고용하고 있으며 영국 등 일부 국가에선 해외 화물차 운전자들의 취직이 쉽도록 비자 발급 조건을 완화하기도 했다.
또한, 젊은 화물차 운전자를 육성하기 위해 국가 차원에서 무상으로 화물차 운전면허 취득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한다. 해당 프로그램을 통해 면허를 취득 시 2년 동안 운수업체에 근무할 수 있도록 취업지원도 연계된다.
이외에도 유럽·미국 각지에서 운전자가 지나치게 장거리를 이동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2인조로 운행하는 시스템이나 주요 물류 거점을 설치하고 그 곳까지만 화물을 옮긴 뒤 다른 화물을 싣고 거주지로 이동하도록 지원하는 시스템을 연구하고 있으며 장기적으론 자율주행 시스템에도 적극 투자하고 있다.
한편, 우리나라는 올해부터 화물차 운전자가 2시간 운행 후 15분을 휴식하는 제도를 시행한 것 이외에는 별다른 복지 정책을 선보이지 않았으며 그마저도 화물차 전용 쉼터가 없거나 공영차고지가 부족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형국이다.
최근 시장에 새로 진입하려는 젊은 화물차 운전자도 늘어나는 추세지만 국가 차원에선 화물운송종사자보수교육을 제외하곤 별다른 교육이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대부분 필요한 교육이 화물차 현직자들의 선탑, 창업아카데미 등 화물차 단체들의 유튜브를 통해 이뤄지는 등 운전자가 직접 찾아야 하는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유비무환(有備無患)’, 화물차 운전자의 수요가 풍부할 때부터 이들의 근로환경과 복지에 적극적인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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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욱 기자 kazan@cvinfo.com
출처 : 상용차신문(http://www.cvinf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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