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요소수價 오르고 유가보조금은 허울만
화물차주들 “차라리 쉬는게 낫다”
요소수 품귀현상으로 가격 2~3배 뛰어
경유 ‘1,500원 시대’…1년 전보다 30%↑
고정 비용은 크게 올랐는데 운임은 그대로
“차라리 집에서 노는 게 돈 버는 일이다”
중대형 화물차 운행에 필요한 경유와 요소수 가격이 급등함에 따라 화물차주들이 이중,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사진은 특정사실과 관계없음.
“요즘 기름이랑 요소수 값이 너무 올라 운전대 잡기가 무섭습니다.” 중대형 화물차 운행에 필요한 경유와 요소수 가격이 급등함에 따라 화물차주들이 이중,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올해 초부터 경유 값이 치솟기 시작한 데다 최근 ‘요소수 대란’으로 일부 브랜드의 요소수 가격마저 급등하면서 화물차 운행에 필요한 고정 비용이 큰 폭으로 오른 것이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사이트 오피넷과 상용차정보 취재에 따르면, 10월 평균 경유의 주유소 판매가는 리터(ℓ)당 1,509.3원으로 전년 10월(1,134.0원)보다 30% 이상 올랐고, 품귀현상을 빚은 차량용 요소수는 기존보다 2~3배 뛴 리터당 1,500~3,000원 수준에 거래되고 있다. 화물차주들 사이에선 “차라리 일을 쉬는 게 돈을 버는 일”이라는 자조 섞인 목소리까지 나온다.
중국발(發) 요소 품귀에 ‘운행 중단’마저
최근 대란을 겪고 있는 요소수는 경유 화물차가 내뿜는 배기가스를 정화하는 데 사용되는 액체다. 경유 엔진 속 ‘선택적 환원촉매 장치(Selective Catalytic Reduction/이하 SCR)’에 투입돼 질소산화물(NOx) 분해를 돕는다. 화물차에 요소수가 떨어질 경우 출력이 제한되거나 시동이 꺼지도록 설계된다.
국내에 요소수가 부족해진 건 중국의 요소 수출 제한 조치 탓이다. 요소수는 요소를 원료로 생산되는데, 중국이 자국에 공급할 요소를 확보하기 위해 지난 10월 15일부터 요소 수출을 제한하면서 차량용 요소의 90% 이상을 중국에서 들여오는 국내 요소수 업계에 비상이 걸린 것이다.
중국에서 요소수의 원료를 들여오지 못하자 롯데정밀화학 등 일부 대형 요소수 업체를 제외한 대부분의 요소수 생산·수입업체가 문을 닫았고, 주유소와 온라인 쇼핑몰에서도 요소수를 구하기 어려워졌다. 요소수를 확보한 주유소도 물량이 부족해 ‘얼마 이상 주유한 단골 고객’ 등의 조건을 내걸고 판매했다. 지난 11월 초, 당시 국내 업계가 보유한 요소수 재고는 약 1달 분량. 요소수가 품귀현상을 빚자 가격도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실제로 요소수 품귀가 정점에 달했던 지난 11월 초, 기존에 1만 원 안팎이던 10ℓ짜리 요소수 페트 제품은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5~10배가 넘는 가격에 거래됐다. 온라인 쇼핑몰과 주유소에서 요소수가 품절되니 화물차주들은 웃돈을 주고서라도 울며 겨자 먹기로 요소수를 구매해야 했다.
상황이 이러하자 ‘운행 중단’을 선언하는 화물차주들마저 등장했다. 일반적으로 요소수는 연료량 대비 5~7% 필요하다. 중대형 화물차를 기준으로 500~800km 주행할 때마다 10ℓ씩 소모되는 양으로, 장거리 운행이 주된 차량은 보통 이틀에 10ℓ짜리 1~2통을 사용한다.
지난달 초 일주일간 운행을 중단했다는 대형카고 운전자는 “당장 사용할 요소수가 없어서 차를 세웠다.”며 “5~10만 원이나 주고 10ℓ짜리 요소수 한 통을 사봤자 어차피 하루 이틀이면 다 쓰는 데다 운임은 그대로일 테니 차라리 상황이 나아질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고 전했다.
여전히 요소수 찾아 헤매는 화물차주들
사태가 심각해지자 정부와 업계가 문제 해결에 나섰다. 지난 11월 초부터 정부는 업계와 협력해 중국과의 교역을 재개하도록 힘쓰는 한편, 중국 외 요소 수입처를 찾고 산업용 요소를 활용해 차량용 요소수를 제조하는 방안에 착수했다.
그 결과 국내 1위 요소수 업체 롯데정밀화학은 베트남과 사우디아라비아, 일본 등 세계 각국에서 총 1만 9,000톤의 요소를 확보해 연내 공급하기로 했다. 이는 요소수 5만 8,000톤(약 5,800만ℓ)을 제조할 수 있는 분량으로, 국내 전체 차량용 요소수 수요의 2~3개월분에 해당한다.
정부와 업계의 대처로 ‘급한 불’은 껐다지만 요소수 가격은 여전히 부담이다. 지난달 중순을 기준으로 전국 주유소에서 판매되는 요소수 가격은 리터당 1,500~3,000원 수준. 품귀현상이 한창일 때보단 떨어졌지만 기존 판매가인 1,000원 미만보다는 여전히 2~3배 오른 모습이다.
요소수를 구하는 것도 쉽지 않다. 요소수가 전국의 주유소 100여 군데에서만 판매되고 있기 때문이다. 요소수 판매 주유소가 한정돼 있다 보니 화물차가 몰려 긴 대기 줄을 형성하기 일쑤다. 고정 구간을 오가며 정해진 시간 안에 짐을 운반하는 화물차의 경우엔 줄을 설 엄두도 내지 못한다.
정확한 요소수 재고 파악도 여의치 않다. 환경부와 오피넷, 화물차주 커뮤니티 등이 ‘요소수 재고 현황’을 매일 공유·배포하고 있지만, 막상 주유소에 도착했을 땐 요소수가 바닥난 경우가 빈번하다. 한 화물차주는 “요즘엔 주변에 요소수 파는 주유소가 있는지부터 확인한 뒤 일감을 고른다.”며 “마치 충전소 위치를 고민하는 전기화물차 차주가 된 것 같다.”고 털어놨다.
요소수 대란으로 신차 구매를 늦춘 화물차주도 많다. 요소수 문제가 언제 해결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신차를 구입했다간 일은 못하고 할부금 부담만 가중될 수 있어서다. 중고화물차 시장도 상황은 비슷하다. 한 중고화물차 매매상사는 “요소수 투입 중고차를 상담하던 고객들이 대부분 구매를 취소하거나 연기했다.”며 “최근엔 요소수가 필요 없는 연식이 오래된 차를 찾는 문의가 부쩍 늘었다.”고 전했다.
유류세 인하하니 유가보조금 감소…효과 무색
올해 초부터 증가한 기름 값도 화물차주들의 부담을 가중하는 요인이다.
오피넷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경유의 주유소 판매 가격은 리터당 1,100원 대였으나 올해 1월 1,200원 대로 오르더니 지난 7월에는 1,400원 대를 돌파, 11월 현재 1,500원 대까지 치솟았다. 1년 사이에 경유 가격이 30% 넘게 증가한 것이다. 수입의 절반가량을 기름 값으로 지출하는 영업용 화물차주 입장에선 상당한 부담이다.
이에 정부가 영세자영업자의 유류비 부담을 완화하고자 지난달 유류세를 낮췄지만 화물차주들 사이에선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유류세와 함께 유가보조금도 깎였기 때문이다. 정부가 지난달 12일부터 내년 4월까지 유류세를 20% 인하하면서 경유 가격이 리터당 116원 떨어졌지만 같은 기간 유가보조금 지급 단가도 기존 345.5원/ℓ에서 239.8원/ℓ로 105.8원/ℓ 감소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유류세를 20% 낮춰도 여전히 작년보다 기름 값이 높은 상황에서 유가보조금 단가마저 떨어뜨린다면 영업용 화물차주의 유류비 부담을 줄이겠다는 제도의 취지가 무색해진다.”고 말했다.
국내 화물운송시장의 운임이 수년째 제자리다. 단돈 10원이라도 저렴한 주유소를 찾는 것이 어느새 화물차주들의 ‘생존 비결’이 됐다. ‘기름 값 인상’과 ‘요소수 가격 폭등’이라는 겹악재 속에서 생존 수단을 잃은 화물차주들의 시름은 깊어만 가고 있다.
되돌아 본 ‘요소수 대란’, 정부와 업계의 대처는?
환경부 집계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 요소수를 필요로 하는 경유 화물차 운행대수는 약 54만 5,066대로 경유 화물차 전체 운행대수(332만 8,004대) 중 16.4%에 해당한다.
유상 운송이 가능한 영업용 화물차로 대상을 한정하면 요소수 화물차의 비중은 더 커진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현재 등록된 영업용 화물차는 약 34만 대(트랙터 및 트레일러 제외)로 이 중 요소수가 필요한 경유 화물차는 34.7%(10만 8,000대)로 나타났다.
견인용 차량인 트랙터는 전체 운행대수(4만 대) 중 50%인 2만 대가, 건설용 화물차인 15톤 및 25톤 이상 덤프트럭은 전체 운행대수(5만 6,000 대) 중 45%(2만 5,000대)가 요소수를 필요로 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원유와 철강 등 경제활동에 필수적인 수입 원자재를 항구에서 직접 운반해 오는 대형 차량일수록 요소수 차량의 비율이 높은 모습이다. 요소수 및 화물운송 업계는 “이번 품귀현상이 장기화할 경우 단순히 택배 배송이 지연되는 걸 넘어 국내 경제가 마비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사태가 한창이던 당시 일부 중대형 화물차는 운행 중단을 선언하기도 했다.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정부는 업계와 힘을 합쳐 대책을 마련했다. 지난달 3일 정부와 업계가 요소수 공급 정상화를 위해 개최한 간담회를 시작으로, 8일 요소수 가격 안정화를 위한 단속 규정을 시행, 11일부터 국내와 해외로부터 긴급 수급한 요소수가 시중에 유통되기 시작했다.
또한, 정부는 지난달 17일 세계 각국을 뒤져 신규 발굴한 1,004만ℓ 분량의 요소수 78건에 대해 적합성 판정을 내렸다.
하지만 여전히 국내 차량용 요소수 수요의 1달 분량(약 2,000만ℓ)에도 미치지 못하는 양이다. 국내 업계와 정부가 확보한 총 요소수는 지난달 기준 약 3개월 분량으로, 정부가 중국와의 교역을 재개하지 않는 이상 사태의 장기화는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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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준영 기자 zzangtruck@cvinfo.com
출처 : 상용차신문(http://www.cvinf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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