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뮬러원(F1) 코리아 그랑프리를 개막 직전까지 괴롭혔던 경주장 건설 문제가 대회 폐막 이후
'16만 대박관중'이라는 성적표가 무색하리만큼 '후폭풍'을 몰고 오고 있다. 경주장 건설문제는
최종검수를 제때 받지 못해 개막 직전까지도 해외언론으로부터 대회개최가 불투명하다는 지적을
받았으며, 실수와 미숙으로 인한 공정지연으로 공사비가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심지어 하도급업체
노무자 임금 체불사태로까지 번지고 있다.
◇경주장 건설 중단, 지연 또 중단
26일 F1경주장 시행사인 대회운영법인 카보(KAVO) 등에 따르면 F1대회 경주장은 2007년 7월 간척
지인 부지를 다지는 연약지반 처리 공정을 시작으로 착공됐다. 당초 계획은 연약지반 처리를 2008년
초 마무리한 뒤 2009년 10월 메인 그랜드스탠드 건축 공사에 들어가 2010년 상반기에 경주장을 완공
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초창기 연약지반 공사에 참여했던 금광건설이 하도급 공사비를 미지급하면
서 1개월간 공사가 중단되는 등 처음부터 공정이 수차례 지연됐다. 2009년말 완공된다던 그랜드스
탠드는 개막 3개월 전에야 제모습을 갖췄으며 개막 1개월 전에도 의자를 모두 확보하지 못해 애를
태웠다. 결국 경주장 완공은 최종검수 마감인 7월로 미뤄지더니 여름내내 내리는 비로인해 공정은
중단됐고 완공도 또 미뤄졌다. F1머신이 달릴 트랙포장은 아스콘과 장비확보 문제 등으로, 가설스탠
드는 중국산 수입문제 등으로 계속 지연되더니 결국 해외언론으로부터 대회를 개최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비관적인 보도가 나오기에 이르렀다.
◇공사비 눈덩이..재정부담에 임금체불까지
공사지연과 잦은 공정추가 등으로 F1대회 경주장 건설비용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당초 경주장 건설
비용은 3천400억원이었지만 서킷포장과 그랜드스탠드, 패독, 안전시설물, 가설스탠드 설치 비용 등의
사업비가 크게 증가해 4천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증가한 공사비는 고스란히 대회운영법인인
카보가 떠안아야 한다. 카보의 대주주는 전남도와 전남개발공사로 44%를 차지하고 있어 나머지 5개 출
자사들의 부담보다 훨씬 크다. 지방채를 발행해 공사비를 충당한데다 카보의 금융권 대출에 대한 이자와
상환에 대한 책임도 고스란히 남아 있어 건설비 증가는 엎친데 덮친격이 됐다. 특히 355억원의 사업비가
들어간 가설스탠드는 하루 인력 1천200명을 동원하면서 인건비 지급이 늦어지는 바람에 노무자들이 도청
까지 몰려오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왜 늦어졌나
여름내내 내린 비로 인해 공정이 전체적으로 늦어졌다는 것이 카보의 설명이지만 공정지연의 다른 원인
들도 곳곳에 산재해 있다. 연약지반 공사는 SK건설이 기존 건설사의 지분을 인수하면서 잘 진행되는 듯
했지만 공사 시행사로 카보가 들어 온 이후 공정들이 꼬이기 시작했다. 2009년 3월 지원법 통과로 조직위
가 구성되면서 전남도는 조직위를 통한 F1대회 준비에 몰두하고 경주장 건설은 시행사인 카보가 전면에
나서면서 부터다. 카보의 인적 구성은 민간인들로만 이뤄져 있으며 이사와 감사만 전남도에서 1명씩 파
견해 사실상 민간 회사로 공무원들이 개입하기 힘든 구조다. 이 때문에 건설사업은 시공사인 SK건설과
카보의 민간인 직원만이 참여했으며 전남도는 사후 보고를 받는 형식으로 진행돼 내부 문제점이 외부에
쉽게 드러나지 않아 문제를 키웠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최종검수를 맡은 국제자동차연맹(FIA)과 경주장 설계회사 틸케의 잦은 간섭과 지시는 수도 없는 공사 중
단과 지연의 원인이 됐다. 틸케는 시공을 직접 하지 못하면서 설계회사의 권리로 수시로 공사에 개입했다.
서킷포장에도 자신들의 특허공법만을 사용하도록 고집했으며 FIA도 이를 막지 않았고 이런 일들이 비일
비재하게 공사현장에서 발생해 공사지연의 주요한 원인이 됐고 카보는 FIA의 고유권한이라며 이를 방치
했다. 가설스탠드의 설치지연은 카보가 중국산을 수입해 쓰려다 자재확보가 늦어지면서 대회개최 이후까
지도 설치가 안돼 비난을 샀다.
◇책임은 누가 지나
이번 대회가 외형적으로는 결승전에만 8만명 관중동원이라는 성공을 거뒀지만 이같은 드러나지 않았던 문
제점들이 노출되면서 빛이 바래고 있는 만큼 내년 대회 성공을 위해서는 반드시 책임규명과 감사가 필요하
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시행사인 카보는 물론 시공사인 SK건설에 대한 카보 자체감사는 물론 국,도비가
투입된 만큼 감사원 감사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전남도의회도 F1대회지원특별위원회와 연
관 상임위에서 F1대회에 대한 행정사무감사를 벌여 책임소재를 가릴 계획이다. 전남도청공무원노조도 성
명을 내고 시행사인 카보에 대한 책임규명과 감사를 촉구하기도 했다. 박준영 전남지사도 지난 25일 기자
회견에서 공사비 증가 등에 대해 인정하기도 했으며 카보와 전남도와의 '불협화음' 등을 개선하기 위한 방
안에 대해 연구검토에 들어간다고 밝혀 결과가 주목된다.
여운창 기자 betty@yna.co.kr
출처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