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1'(사진)은 미국 GM이 대량 생산한 첫 번째 전기차로 알려져 있다. 쉐보레 볼트를 만들기 이전의 일이다.
GM은 1990년대 캘리포니아주가 무공해차 판매의무화법을 제정하자 배기가스 없는 EV1을 만들었고 총 1117
대를 생산했다.
2도어 스포츠쿠페였던 이 차는 1996년 AC전기모터와 배터리팩,인버터 장치의 조합으로 탄생했다. 당시 개발에
참여한 엔지니어들은 차체 중량을 줄이기 위해 알루미늄 섀시와 플라스틱 보디판넬을 사용했으며 마그네슘
시트프레임을 쓰는 열정을 보였다.
17?i 납축전지 배터리를 쓴 1세대 EV1은 1999년 2세대를 거치며 무게가 더 가볍고 고효율을 내는 니켈수소
배터리로 교체됐다. 2008년 CNN머니와 인터뷰를 가진 존 베리사 엔지니어는 "EV1의 배터리팩 하나를 생산하는
데 3만5000달러가 들었다"고 밝혔다.
EV1은 한 번 충전으로 100㎞를 거뜬히 달렸다. 최대 시속은 130㎞에 달했다. 당시 캘리포니아 지역에는 전기
충전소가 150군데나 설치돼 있어 매달 400달러의 임대료를 내고 차를 빌린 운전자들은 이용하는 데 전혀
불편하지 않았다.
EV1이 7년 만에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것은 GM 역사상 가장 수치스런 사건 중 하나로 꼽힌다. GM은 2002년
리스 구매자들에게 빌려준 EV1을 모두 회수해 폐차했다. 수요가 낮고 수익성이 없다는 명분이었다. 그러나
가장 큰 이유는 전기차로 인해 수입이 줄어들 것을 걱정한 정유회사의 간섭 때문이라는 게 업계의 정설이다.
무공해차 판매의무화법을 제정한 캘리포니아 대기자원국(CARB)이 EV1 프로그램을 중지하며 법을 끝내
무효화시킨 것도 이유였다.
2006년 선댄스 영화제에 출품된 다큐멘터리 영화 '누가 전기차를 죽였나?(Who Killed The Electric Car?)'는
EV1을 둘러싼 음모론을 다뤘다. EV1의 사망 배후에는 GM이 관여했다는 게 메가폰을 잡은 크리스 페인 감독의
시각이었다. EV1은 결국 자동차 엔지니어링의 혁명을 이끌었으나 사업적 성과를 얻기까진 실패했다.
그 때문이었을까. EV1은 2008년 시사주간지 타임이 선정한 '역사상 최악의 50가지 자동차'에 포함되는
불명예를 안았다.
한경닷컴 기자 lennon@hankyung.com
출처 - 한국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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