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전남 영암에서 포뮬러원(F1) 경기를 다시 볼 수 있을까. '사상 첫 F1 한국 유치'라는 '굉음'에 묻혔던 운영 미숙이
'F1코리아' 주최 진영의 내부 갈등을 키웠는데 좀처럼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오는 10월로 예정된 2번째 대회가 무산될 수 있다는 예상까지 나오고 있다. 경기장 건설에만 4000억원 가까이 들어간
'F1코리아'가 중대 기로에 선 셈이다.
◇적자로 불거진 갈등=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F1코리아' 운영법인 카보(KAVO)의 정영조 대표가 지난 1월 주주
총회에서 해임됐다. 카보 대주주인 전남도가 경영책임을 물은 것이다. 정씨는 이에 반발해 주주총회 결의 취소 가처분
신청서를 제출하는 등 양측의 갈등이 본격화했다.
지난해 F1대회 결과 모두 677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대회 전 740억원의 수입을 기대한 것과 너무 다른 성적표다. 대회에
들어간 비용은 운영비와 개최권료 등을 포함해 모두 842억원. 하지만 수입은 중계권료 15억여원과 입장료 등 모두 165억
원에 그쳤다. 당초 564억원을 목표로 한 입장료 수입은 3분의1 수준에도 못미쳤다.
더구나 전남 영암에 위치한 F1경기장 건설에 4000억원 가까이 투자됐고 이 가운데 1700억원 이상은 국민이 낸 세금으로
충당됐다. 전남도는 지난 대회 적자를 낸 이유가 미숙한 대회 운영과 홍보 부족 등에 있다고 보고 정씨를 해임했다.
정작 그는 전남도가 자신을 희생양으로 삼았다고 맞서고 있다. 그는 F1 경기장 준공이 지연되면서 마케팅에 적극 나서기
어렵게 만든 책임은 전남도에도 있다고 주장했다. 정씨는 1998년부터 한국자동차경주협회(KARA·카라) 회장을 맡으면서
영암이 F1대회를 유치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F1 무산 가능성 왜=올해 F1대회 전망이 불투명해진 것은 정씨가 이끄는 카라가 F1 국내대회 승인권을 갖고 있어서다.
F1을 주관하는 국제자동차연맹(FIA)은 개최국의 모터스포츠 관련단체 1곳에만 대회 개최권을 부여하는데 한국에선 카라가
맡았다. 카라가 'F1코리아 그랑프리' 승인을 거부하면 규정상 대회를 진행할 수 없다.
카라 관계자는 "FIA의 국제 스포츠 법전 61조에는 현지 총괄권사(ASN)의 허가 없이 어떠한 경기도 열릴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면서 "지금처럼 추진기관 사이에 불협화음이 계속될 경우 (카라가) F1대회를 승인하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고 말했다.
전남도는 카라가 임의로 F1대회 승인을 거부할 수 없도록 한 FIA 규정에 맞춰 준비를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카보는 올해
F1대회 개최권료 4000만달러를 이미 지급했다. 이는 F1경기가 열리지 않더라도 돌려받을 수 없다.
◇확대되는 신경전=카라와 카보는 F1대회를 개최하기 위해 반드시 FIA와 맺어야 하는 대회협약서 체결도 못한 실정
이다. 대회협약서는 카라와 카보간 조직협정서를 비롯, 경기운영 등 대회 전체를 총괄하는 계약서다.
통상 해외 F1 추진기관들이 늦어도 대회가 열리기 9개월 전까지 FIA와 대회협약서를 맺는 것을 감안하면 준비가 늦어지고
있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카라는 카보와 대회협약서 체결을 위해 조직협정서와 경기운영 계획서, 지난해 F1대회 공인비 잔액 3억5000만원 정산,
경기진행요원 교육비 6000만원 정산 등을 요구했으나 카보가 답변을 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한다. 카보 관계자도 "공인비
등 경비 지급이 4개월째 미뤄지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지난달 정영조 대표가 해임되고 난 뒤 업무가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더구나 카라와 전남도는 포뮬러스리(F3)대회 취소 책임을 놓고도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F3는 FIA가 주관하는 세계 3대
포뮬러 경주대회의 하나다. 카라 측은 "F3조직위원회인 영국MRC가 지난해 한국 F3대회 취소 및 전남도의 카보 경영진
교체 등을 문제 삼아 올해 F3를 한국에서 열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전남도 관계자는 그러나 "카보가 F3대회를 개최하려 했을 때 (우리가) 반대한 적이 없고 오히려 카보의 준비 부족으로 F3
개최가 무산됐다"고 반박했다. 당시 F3대회에 대한 홍보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고 준비가 완벽했다면 전남도가 반대할
이유가 없다는 설명이다.
서명훈 기자, 김보형 기자
출처 -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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