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경기 고양시 일산 킨텍스의 '제20회 국제금형전' 전시장.머리가 희끗한 한 중년 남성이 계속 휴대폰을 열었다
닫았다 했다.
금형 장비를 생산하는 일본 업체 교와의 사토 슈이치.사토는 "딸이 후쿠시마로 시집가 살고 있다"며 "방금 또 여진이
발생해 불안하다는 문자가 왔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 지진이 나고 며칠이 지나서야 무사하다는 연락을 받았다"며
"이번 원전이 폭발한 후쿠시마 동쪽 해안이 아닌 내륙에 살고 있어 그나마 다행이지만 뉴스에서 계속 안 좋은 소식이
들려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걱정스러운 표정도 잠시,사토는 다시 관람객을 맞기 위해 자리를 털고 일어섰다. 그는 "가족이 걱정되기는 하지만
그건 개인적인 일이고 회사가 직접 피해를 입지 않은 이상 전시회에 불참하는 것은 생각지도 않았다"며 "오히려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 바이어들이 안부를 묻는 인사를 전해줘 감사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일본 도호쿠지방의 지진으로 전 세계가 큰 충격에 빠져 있다. 그러나 이곳을 찾은 일본인들은 오히려 침착한
모습이었다. 기존 참가신청서를 낸 60여명의 일본인 중 4명을 제외한 56명이 예정대로 한국을 찾았다.
전시회가 열리기 1주일 전 미리 한국에 들어왔던 MST의 쓰쓰미 세이지는 타국에서 고국의 아픔을 TV로만
지켜봐야 했다. 쓰쓰미는 "가족과 갑자기 연락이 끊겨 걱정이 컸다"며 "그러나 모두 무사한 것을 확인한 이상
이곳에서 고객 유치에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단 한 명의 방문객만 찾아와도 통역을 대동하고 성의껏
자사 제품인 '드릴 홀더'의 강점에 대해 설명했다.
일산=임근호/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
출처 - 한국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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