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들에게 희망을 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좀 더 노력하면 위로 올라갈 수 있다는 마음 가짐이죠. 현행 교육제도에선 그게 불가능합니다. 공부가 조금 부족한 아이 입장에서 같은 반에서 나는 꼴찌인 아이, 하위권 학생이기 때문입니다. 특히나 사교육이 일상화 된 우리나라 교육 특성상, 같은 반 안에서도 학업 성취도에 굉장한 차이가 발생하게 됩니다. 외국 같은 경우에도 종종 매우 뛰어난 성취도를 보이는 학생들이 있습니다만, 그건 일부 영재에 해당하는 이야기고 우리나라 처럼 사교육을 통해 복습과 예습을 하는 학생들 사이에는 스펙트럼이 상당히 크게 나타나게 됩니다. 따라서 아이들 사이에도 상대적 박탈감이 보다 클 수 밖에 없지요. 따라서 수업에도 참여도가 저조할 수 밖에 없습니다. 교육도 서비스인데, 모든 서비스의 기본은 고객에게 맞추는 것 입니다. 맥도날드 이용자와 고급 레스토랑 이용자가 한 식당에서 같은 가격의 식사를 하면서 모두 만족할 수 있나요? 맥도날드 고객은 음식이 비싸서 안먹을거고, 고급 레스토랑 이용자는 음식이 수준에 맞지 않다고 안먹을 겁니다. 물론 비유가 그렇다는 것이고 교육이나 학생에게 고급 저급이 적용된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아이들을 성적에 따라 계급화 하자는 것은 더더욱 아닙니다. 다만 현 상황에서 생길 수 없는 유의미한 경쟁을 유도하고, 각 수준에 맞는 학습의 기회를 제공할 의무가 있다는 것입니다. 꼭 낮은 등급에 있다고 그 학생이 멍청하다는게 아니란 소립니다. 아무리 똘똘한 학생도, 이전 교육과정에 학습 결손이 있거나, 적절한 동기부여가 부족하다면 좋은 학습성과를 내기가 어렵습니다. 이건 제 경험상 아는 겁니다.
물론 이런 등급제의 부작용도 있지요. 일단 말 그대로 끼리끼리 모아놨기 때문에 낮은 등급 학생들이 지레 포기하거나 서로 좋지 않은 영향을 주고받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따라서 매년 성적에 따라 등급을 승강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교사들에게도 철저한 성과제도를 통해 등급을 부여해야 하고 이를 학부모에게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저는 봅니다. 사실 현재의 공교육이 이렇게 무너진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저는 몇몇 나태한 교사들의 경쟁력 약화가 50%라고 봅니다. 단순히 최상위권을 잘 지도하는게 좋은 교사가 아니라, 하위권 학생을 잘 끌어올리는 것이야말로 교사가 해야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나 저학년 학생들일 수록 말이죠.
저는 수월성교육에 적극 지지하는 사람입니다만, 동시에 어느정도 회의적이기도 합니다. 이미 교사들보다 문제를 잘 푸는 학생들도 엄연히 있는 상황에서, 그런 학생들이 과연 기초적인것에 맞춰진 지루한 수월성 교육에 얼마나 동참할 수 있을까요. 또한 반대로, 아예 쌩 기초적인 부분도 안되는 학생들은 얼마나 교육에 적극적으로 임할 수 있을까요. 저는 그래서 현재 공교육 제도는 아무리 혁신하고 아무리 연구를 한들 별다른 의미가 없다고 봅니다. 공교육이 희망이 안보인다면 우리나라의 미래도 마찬가지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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