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영어캠프서 열 살 초등생, 오른눈 궤양에 덮인 채 귀국
"눈 아프다" 호소에도 나흘간 방치…"안 보인다" 소리에 병원행
원장은 "방치 안 했다" 혐의 부인
12주에 1000만원대 고액에도 국내 사업자 등록도 안 돼
경찰, 유명 어학원장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 檢 송치
서울 강남·경기 분당 일대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영업 중인 유명 영어캠프 원장이 필리핀 현지에서 눈 통증을 호소하는 초등생을 나흘 간 방치해 실명에 이르게 한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당시 원장은 오른 눈의 각막궤양이 악화된 학생을 숙소에 놔둔 채 다른 학생들을 데리고 시내 쇼핑몰에 나간 것으로 조사됐다. 이 캠프는 최대 12주 과정 비용이 1000만원대에 달하지만 해당 어학원은 국내에선 사업자등록이 안 된 비인가 업체인 것으로 확인됐다.
경기 분당경찰서는 업무상 과실치상 등 혐의로 입건된 ‘M어학원’ 원장 A모(51)씨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7일 밝혔다.
◇"눈 아프다"는 초등생 나흘간 방치…각막궤양으로 뒤덮인 눈
경찰에 따르면, B(10)양은 작년 6월 필리핀 카비테주(州) 다스마리나스 소재 M어학원 캠프장에서 열린 영어 학습 프로그램에 참가했다. 금요일이던 6월 15일 A씨와 원어민 교사는 B양으로부터 "눈이 아프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병원에 데려가지 않고 안약을 점안한 뒤 항생제와 진통제를 먹였다.
주말을 지나면서 B양의 눈 상태는 더욱 악화됐다고 한다. A씨는 일요일이던 17일에는 B양을 숙소에 홀로 둔 채 다른 학생들을 데리고 시내 쇼핑몰에 나가기도 했다. 다음날이 되자 B양의 오른눈 검은 자위는 하얀 궤양으로 뒤덮였다. "눈이 안 보인다"는 B양의 말에, 그제서야 A씨는 B양 부모에게 연락을 취하고 인근 병원에 데려갔다고 한다.
B양은 즉시 한국으로 귀국해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지만, 사실상 오른쪽 눈 시력을 잃게 됐다. B양은 "불투명한 유리로 바깥 세상을 보는 기분"이라고 전했다.
◇필리핀 캠프비용 ‘12주 1000만원’인데… 2012년부터 비인가 영업
A씨 측은 경찰 조사 등에서 혐의를 부인하면서 "B양이 모기약을 만진 손으로 눈을 비벼 통증이 시작된 것으로 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경찰 관계자는 "피해 아동과 부모 측의 진술이 일관되고, A씨가 관리·감독 의무를 소홀히 했다는 부분이 인정돼 사건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M어학원의 필리핀 영어캠프는 1년에 두 차례 방학기간마다 열리며 10~12주 과정으로 비용은 1000만원 대, 참가 학생은 25~30명에 달한다. 그러나 ‘M어학원’은 국내에 사업자등록을 하지 않은 비인가 업체인 것으로 조선일보 디지털편집국 취재 결과 확인됐다. A씨는 지난 2012년부터 본인의 이름을 딴 인터넷 카페를 운영하며 참가 학생을 모집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인터넷 카페에는 오는 11월과 12월 열리는 캠프 모집 공고가 올라와있다.
A씨는 7일 본지 통화에서 "아이를 방치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국내 사업자 미등록 여부에 대해서는 "필리핀 현지에 법인을 등록해 합법적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국내에서 참가학생 모집 활동을 하며, A씨 본인의 국내 계좌로 입금된 금액에 대한 소득신고나 세금 납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일용 중앙대학교 교육학과 교수는 "교육당국의 관리·감독의 손이 미치기 어려운 영어캠프 등을 보낼 때는 아이들 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 둘 필요가 있다"며 "특히 부모들은 인가를 제대로 받은 업체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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