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탈리아 vs. 독일] [ 펌글 ]
바이러스 유행은 그 사회가 안고 있는 여러 문제를 응축해서 보여준다. 예를 들어, 3월 29일 오전 0시 기준으로 3만 명이 넘는 전 세계 사망자 가운데 3분의 1이 집중되어 있는 이탈리아의 10%가 넘는 사망률을 이해하려면 그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를 종합적으로 살펴야 한다. 이웃 나라 독일의 비교적 나은 대응과 비교하면 한국 사회에도 여러 시사점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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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지금까지 이탈리아의 높은 사망률 또 이웃 나라 독일의 전 세계에서 가장 낮은 사망률을 비교해서 설명하려는 다양한 시도가 있었다.
1) 이탈리아는 초기부터 지역 사회 고령 환자가 많이 발생한 탓에 환자 평균 연령이 높았다(60세 이상). 반면에 독일은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등으로 스키 여행을 다녀온 청장년층 중심으로 환자가 발생해서 평균 연령이 낮았다(50세 이하). 환자 평균 연령 차이는 중증 환자 발생에 영향을 줬다.
2) 이탈리아는 북부 지방에 집중적으로 환자가 발생하면서, 해당 지역의 의료 체계에 부하가 걸려서 결국 중증 환자를 제대로 진료할 수 없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반면에 독일은 비교적 전국에 고르게 환자가 발생하면서, 해당 지역의 의료 체계에 아직까지는 부하가 걸리는 정도는 아니다.
이 정도가 표면적으로 나타난 객관적인 사실이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우리나라에도 시사점을 주는 또 다른 쟁점이 숨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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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지방 분권이 (때로는) 사람을 죽인다!
마강래 중앙대학교 교수의 『지방 분권이 지방을 망친다』(개마고원 펴냄)는 지방 분권 맹신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지적한 도발적인 책이다. 인구 감소, 산업 쇠퇴 등으로 재정 상태가 엉망인 지방 정부에게 이것저것 권한을 줬을 때, 득보다 실이 많은 이유를 조목조목 지적한다. 마 교수의 책에는 이탈리아 사례가 없지만, 이탈리아는 그 전형적인 본보기다.
알다시피, 이탈리아는 유럽의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지방 정부에 상당히 많은 권한이 이양된 지방 분권 선진국이다. 당연히 방역과 중증 의료 행정 등이 포함된 의료 서비스도 지방 정부가 권한을 가졌다. 2008년 금융 위기 이후에 이탈리아 경제가 전체적으로 휘청거리면서 지방 정부의 재정 상황도 엉망이 되었다.
지방 정부가 이런 상황에서 앞장서 의료 서비스 투자를 줄였다. 이탈리아는 뿌리 깊은 남북 갈등이 심하다. (맞다. 안토니오 그람시가 이야기한 ‘남부 문제’가 아직까지 지속된다.) 살 만한 북부는 덜 줄였고, 가난한 남부는 더 줄였다. 독일에 2만 5000개가 있는 인공호흡기가 이탈리아에 3000개밖에 없는 상황은 이렇게 만들어졌다.
바로 이런 상황에서 바이러스가 이탈리아를 덮쳤다. 공교롭게도 형편이 조금 나은 북부부터 덮쳐서, 앞에서 이야기한 대로 의료 체계를 초토화시켰다. 북부 사람들이 평소에 멸시하고 깔아보던 남부로 탈출하면서 상황은 더욱더 악화된다. 그들이 도피하려던 남부는 북부보다 의료 체계가 더욱더 엉망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이탈리아 사례를 놓고 ‘공공 vs. 시장’에서 ‘공공’의 경쟁력 없음을 보여준 탓이라고 해석해서는 안 된다. 능력에 넘치는 권한을 넘겨받은 지방 정부가 시장 논리로 의료 서비스를 축소하면서 재앙을 준비한 것이다. 지방 분권과 시장 논리가 의료 체계를 망가뜨리고 그 틈을 바이러스가 파고들어 사람을 공격했다.
기시감이 있다. 2012년 당시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진주의료원을 폐업했다. 진주의료원은 2009년 신종 인플루엔자(H1N1)가 유행할 때, 지역 거점 병원으로 활약했다. 당시 진주의료원은 1만 2000명의 환자를 돌보면서 그 존재감을 과시했다. 만약 지금 진주의료원이 있었다면 대구, 경북을 중심으로 한 경상권의 코로나19 대응에 큰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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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똑똑한 정부 개입은 사람을 살린다!
이 대목에서 독일의 사례는 흥미롭다. 독일은 유럽의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 공공 의료 기관의 비중이 낮다(!). 병상 기준으로 봤을 때, 영국(96%), 이탈리아(73%), 프랑스(65%) 등이 100%에 가깝거나 3분의 2를 넘는 수준이라면 독일(47%)은 절반이 되지 않는다. 물론, 한국(9%)보다는 훨씬 높다.
그렇다면, 독일이 이탈리아, 영국 등과 비교했을 때 코로나19에 적절하게 대응하고 있는 모습을 민간 의료 기관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탓으로 해석해야 할까? 천만의 말씀이다. 독일 병원은 “지방 정부가 공공 재정으로 재정을 투자하고, 각종 보험(의료 보험, 민간 보험)과 본인 부담으로 경상 운영을 하는” “이중 재정”(김창엽 서울대학교 교수)이 특징이다.
이런 식이다. 병원의 소유 주체와 무관하게, 즉 민간 의료 기관도 지방 정부의 투자를 받을 수 있다. 다만, 병원이 지방 정부의 투자를 받으려면 (해당 지역의 의료 서비스 계획에 맞춘) 정부의 요구 사항을 수용해야 한다. 지방 정부는 이런 투자를 통해서 해당 지역의 병원, 병상, 전문 과목 등을 규제(!)한다.
바로 이런 똑똑한 정부 개입의 결과가 바로 독일이 유럽에서 절대 숫자든 인구 대비 숫자든 가장 많은 2만 8000개의 중환자 병상과 2만 5000개의 인공호흡기를 보유할 수 있게 된 배경이다. 이런 뒷받침이 있었기 때문에 바이러스가 공격했을 때, 독일은 의료 체계를 방어하면서 중환자를 관리할 수 있었다.
물론 독일 지방 정부가 이렇게 의료 서비스에 투자를 할 수 있었던 것은 기본적으로 유럽의 다른 나라, 특히 이탈리아와 같은 남부 유럽 국가와 비교했을 때 좀 더 나은 경제 사정이 뒷받침되었을 것이다. 또 독일이 앞으로도 계속해서 선방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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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한국은 어떻게 할 것인가?
최근에 방송을 하다가 “한국인의 취미는 ‘고난 극복’”이라는 댓글을 접하고서 쓴웃음이 나온 적이 있었다. 나라가 고난에 처할 때마다 ‘의병’이 나선다는 이야기도 사실 불편한 이야기다. ‘고난 극복’을 할 필요가 없어야 최선이고, 위기 시에는 ‘의병’이 아니라 ‘군대’가 나서야 정상 국가다.
코로나19를 경험하면서 한국 의료 체계의 많은 공백이 드러나고 있다. 많은 의료진이 ‘의병’으로 동원되고 있다. 보건 행정과 다른 행정 또 중앙 정부와 지방 정부가 손발이 맞지 않는 모습도 한둘이 아니다. 지방 정부별 대응 역량에도 커다란 차이가 존재한다. 의료 인력을 포함한 턱없이 모자란 공공 의료 인프라 부족도 다시 대두되고 있다.
결국은 하나씩 점검하면서 바꿔야 한다. 그 과정에서 필요하다면 시장 논리 맹신, 지방 분권 맹신, 공공 병원 맹신 등의 좌우의 도그마도 깨야 한다. 바이러스는 인간이 의지하고 맹신하는 도그마나 이론 따위에는 관심이 없다. 안타깝지만, 곳곳에 시신이 쌓이고 눈물이 마르지 않는 이탈리아는 그 증거다.
방송도 그렇고 몇몇글에서 포착되네요
독일 운운하면서 사적보험 운운하고
그러지 맙시다.
이 땅에 살고싶은 유일한 이유가 공공의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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